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2005년 한국교회의 재정 건강성 증진을 통한 교회의 대사회적 신뢰 회복을 목표로 결성된 단체입니다. 투명한 교회 재정 운영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고자 1월부터 <뉴스앤조이>에 교회 재정 칼럼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 교회가 더 이상 돈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여 줘서는 안 된다. 교인들이 피땀 흘려 마련한 헌금은 그에 걸맞게 사용돼야 한다. (사진 제공 이의용)
우리 사회는 모두가 부자가 되려고 혈안이지만, 정작 부자를 신뢰하지는 않는다. 부자들이 돈을 정당하게 모으지 않고, 모은 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부자들이 윤리와 법에 어긋나는 방법을 교묘하게 총동원하여 돈을 모으려다 법의 제재와 심판을 받곤 한다.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는 게 아니라 "개같이 벌어 개 같이" 쓰고 있다. 그래서 지탄을 받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아픔은 교회를 향한 사회의 불신이다. 이러한 현상이 교회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그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은 '돈'이다. 최근 10여 년간 우리나라 교회에서는 '돈'과 관련된 사건이 부쩍 늘어났다. 아마 이 땅에 교회가 세워진 후 생긴 모든 돈 관련 사건의 몇십 배가 넘을 것이다. 그러한 사건들이 법정과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금 사회는 교회를 '부자' 바라보듯 불신하고 있다.

그 바람에 전도가 어려워졌고 그동안 관습적으로 사회가 인정해 주던 '배려'가 '감시', '견제'로 돌아서고 있다. 심지어 '안티'도 늘어나고 있다. 교회를 단순히 하나의 이익집단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는 교회들은 사실 소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규모가 크다 보니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느낌을 줘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건강한 교회들에게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주고 있다. 오늘 한국교회를 이 꼴로 만든 건 대부분 규모가 큰 부자 교회이거나 부자들이 많이 나가는 교회다. 특히 자기 왕국을 건설하고 기업의 총수처럼 교회의 모든 의사 결정권을 독점하는 '개척' 목회자들이 이끌어가는 교회들이다.

정년까지 연장하고, 자식에게 담임목사직을 세습하고, 교회 돈을 횡령하다 들켜 법정과 감옥을 들락거리는 작태가 교회를 이익집단으로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고 있음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러고도 수염을 기른 초췌한 모습으로 '고난받는 의인' 행세를 하는 뻔뻔한 모습에 비신자들은 더 이상 교회를 교회로, 복음을 복음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문제는 규모가 작은 교회 중에도 이러한 교회를 모델로 삼고 열심히 닮아 가고 있는 교회와 목회자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이러한 부정적인 현상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사회가 교회를 불신하는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사람들은 돈을 좋아하는 교회를 싫어한다. 부자 교인을 좋아하는 교회, 고액 헌금자를 좋아하는 교회에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돈이 많은 교회를 싫어한다. 몇백억 원, 몇천억 원을 이웃 사랑이 아닌 호화로운 건물을 짓는 데 쓰는 교회를 싫어한다. 사람들은 돈을 잘못 사용하는 교회를 싫어한다. 어떻게 재정을 관리하기에 담임목사가 몇십억 원, 몇백억 원을 횡령할 수 있단 말인가? 동창회 수준도 못되는 회계 관리로 교회 재정을 관리하는 교회를 누가 믿겠는가?

남한산성 몇 평짜리 작은 방에서 여생을 검소하게 묵상하며 살다 하나님나라로 가신 한경직 목사님의 삶을 부자 목사들은 배워야 한다. 그동안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교회 돈 챙겨 먹고 호화롭게 살고 있는 부자 목사들은 이제라도 목회와 교계 활동을 그만 두고 즉시 물러나야 한다. 그 돈 싸 들고 이 땅을 아예 떠나거나, 최소한 자신이 목회하던 교회에서 300km 이상 떨어진 곳으로 이사해 조용히 살아가기 바란다. 그 일에 동조하며 떡고물 나눠 먹은 장로들도 마찬가지다.

교회가 더 이상 돈 좋아하는 모습, 돈 자랑하는 모습, 엉성하게 돈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 줘서는 안 된다. 성도가 피땀 흘려 마련한 헌금은 그에 걸맞은 데에 바른 철차를 거쳐서 투명하게 사용돼야 한다. 이게 안 되니 이젠 타율적인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모든 개교회가 외부 회계 기관으로부터 매년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나 교단도 그런 교회만 '법적인 교회'로 인정하고 지원과 혜택을 줘야 한다. 교회 바깥의 모든 기관이나 단체는 이미 다 그렇게 하고 있다.

이의용 / 국민대학교 교양과정학부 교수·기윤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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