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들에게 총회의 벽은 여전히 높다. 그래도 올해는 기침이 여성 목사 안수를 가결하는 등 작은 성과가 있었다. 예장통합 총회에서 한 여성 총대가 발언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지난 9월, 8개 교단이 전국 각지에서 총회를 열었고 7000명에 가까운 총회대의원(총대)들이 모였다. 그중 여성 총대는 단 71명. 29명이었던 3년 전에 비하면 늘었지만, 한국교회 교인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여성을 대표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그래도 올해 총회에서는 작은 변화가 생겨났다.

가장 눈에 띄는 결의는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가 여성에게 목사가 되는 길을 터준 일이다. 기침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백석,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하나님의성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에 이어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는 일곱 번째 교단이 되었다.

이 외에도 총회와 목회 현장에서 여성의 지위를 향상하도록 하는 결정이 예년보다 많이 나왔다. 기장은 총회 상임위원회에 반드시 여성을 1명 이상 공천하기로 했고, 예장합동은 여성 선교사가 성례를 집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예장통합은 여성위원회를 신설했고 부회계에 여성 장로를 임명했다.

총회에서 결의되지는 못했지만 '권장'까지 이끌어 낸 부분도 있다. 기장은 양성평등위원회를 노회별로 설치하자는 안건과 교단 내 모든 기관에 여성 실무자의 비율을 30%로 맞추자는 안건을 권장하기로 했다. 예장통합 총대들은 노회원이 20명이 넘는 노회는 여목사와 여장로를 1명씩 총대로 보내자는 안건을 부결하면서도, 노회가 여성 총대를 뽑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발언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여성 문제에 요지부동인 교단이 아직도 많다. 예장고신과 예장합동은 여성 목사 안수를 요청하는 헌의안이 아예 없었다. 총신대신대원 여동문회가 10년째 총회 현장을 찾아 여성 안수를 부탁하고 있으나 반응이 없는 셈이다.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입방아에 오른 전광훈 목사를 부총회장으로 선출한 예장대신과 예장합신은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자는 헌의를 부결했다. 2년 전 여성 목사 안수를 통과한 예장백석은 올해 올라온 여성 장로 헌의는 부결했다.

총회 현장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미미했다. 여성 총대가 있는 기장과 통합 총회에서 발언한 여성 총대는 두어 명에 그쳤다. 역할 분담도 여전히 선명해 음식을 만들고 대접하는 등의 일은 교단 대다수에서 여성 교인의 몫이었다.

▲ 3년 전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가 총회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회의하는 남성, 차 심부름하는 여성" 분위기는 올해도 이어졌다. 사진은 2년 전 예장합동 총회에서 총대들에게 간식을 대접하는 여성 교인들의 모습. ⓒ뉴스앤조이 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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