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명환 총회장이 총대들의 민의를 저버리고 넷째 날 저녁 회무를 황급히 마쳤다. 정회 후 회의장은 마치 97회 총회 파회 당시를 보는 듯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안명환 총회장이 총대들의 뜻을 저버렸다. 98회 총회 넷째 날 9월 26일 저녁 회무에서, 안 총회장은 절대 다수의 총대들이 황규철 총무의 해임을 원하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총회 임원회에 맡기자고 결의했다. 총무 해임 논의 전, 총대 2/3가 동의하기 전에는 회무를 계속하자는 시간 연장 결의가 있었는데도 혼란 가운데 정회를 강행했다. 막무가내로 정회가 선언된 상황에 총대들은 작년 97회 총회 파회 상황이 재연된 것 같다며 울분을 토했다.

97회 총회 파회의 핵심은 의사봉을 가진 총회장이 대다수 총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노래방 유흥 논란도 덮어 두고 정준모 총회장을 믿어 보기로 했던 총대들은, 기습 파회 때문에 정 총회장을 불신임하기로 결의했다. 의사봉을 휘두를 수 있는 총회장의 권한은 막강하지만, 그 권리는 총대들과 전국 교회의 신임에서 나온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안명환 총회장은 이 사실을 잊은 듯하다. 총대들은 황규철 총무 해임 건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정회한 안 총회장에게 분노하며 늦은 밤에도 1시간 30여 분 동안 회의장을 떠나지 않았다. 총대들은 허탈해 하며 자리에서 일어서 앞을 멍하니 바라봤다. 앞으로 나가 "총대들은 나가지 말라. 이렇게 끝내서는 안 된다"고 고함치면서 거세게 항의하는 총대도 있었다. 97회 총회 파회 현장이 재연되는 듯했다.

안 총회장과 사석에서 대화를 나눴던 총대들은 안 총회장의 결정에 크게 실망했다. 총회 넷째 날 오후 총회장을 만난 한 총대는 "(안 총회장이) 분명 민의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다른 총대도 "얘기한 것과 다르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대로 총회 임원회에 맡기면, 황규철 총무가 해임 내지 사퇴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렇게 된 이상, 총대들과 예장합동 총회를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은 안 총회장과 황 총무 간의 커넥션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왜 총대들이 그토록 바라는 총무 해임에 뜸을 들이나. 총대들이 강하게 반발할 줄 알면서 왜 굳이 임원회에서 처리하려 하나. 황 총무 자신도 자진 사퇴하겠다고 공언한 이상, 한 달의 시간을 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98회 총회가 2시간 반밖에 남지 않았다. 총대들은 더 이상 물러서면 안 된다. 총대들의 말처럼 1년을 기다려 온 일이다. 총무 한 사람 때문에 교단이 겪은 피해가 너무 많다. 총대들이 시간을 연장하기로 결의해도 여전히 의사봉을 쥔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다. 12시 파회를 막지 못하고 다시 1년을 보낼 것인가.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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