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 생명 평화 교회론 심포지엄'이 생명평화마당의 주최로 9월 24일 감신대 웨슬리관에서 열렸다. 이은선 교수가 사회를 보고, 홍인규·양현혜·이정배 교수가 발제했다(사진 왼쪽부터). 심포지엄은 작은 교회가 성장주의에 물든 한국교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9월 24일 저녁 가을 축제로 분주한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박종천 총장) 한쪽에 '희망'을 논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작은교회'를 지향하는 작은 교회 교인 100여 명은 생명평화마당(공동대표 권진관·방인성·이은선·조헌정)이 주최한 '2013 생명 평화 교회론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교인 수 70명이면 대형 교회"라는 농담이 오가던 이 날 모임에는 대부분 교인 수가 눈으로 헤아려질 만큼 작은 교회들이 참석했다. 스스로 작은 교회를 선택한 교회도 있었고, 타의로 작은 교회가 된 교회도 있었다. 그러나 작은교회를 지향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희망이라는 생각에는 이견이 없어 보였다.

양현혜 교수(이화여대 기독교학과)는 교인 수 1000명이 넘는 대형 교회는 한국교회 전체에서 2%에 지나지 않는 반면, 50명 미만의 영세한 교회는 60%이른다고 했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2%에 불과한 대형 교회가 한국교회 전체를 상징하고 있으며, 나머지 교회는 대형 교회가 추구하는 성장주의를 뒤쫓고 있다는 것이다. 심포지엄 사회를 맡은 이은선 교수(세종대학교·생명평화마당 신학위원장)는 작은교회의 가치를 추구하는 작은 교회들이 한국교회에 새로운 대안이 되길 바랐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겨자씨교회·함께여는교회·성온교회·성공회희년교회·새맘교회·예인교회·예지교회·너머서교회는 '교회'가 없는 교회들이다. 대부분 공동체 마을을 이루거나, 가정에서 예배하고 있다.

▲ 심포지엄이 열린 웨슬리관 1세미나실 출입구에는 참가 교회들의 특징을 소개하는 게시판이 있었다. 사진은 자신의 교회가 해당하는 특징에 스티커 메모를 붙인 모습. 예배당 전용 건물이 없는 교회가 많았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발제자로 참석한 홍인규 교수(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와 바울이 말하는 교회에는 예배를 위한 건물이 없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313년 기독교의 공인 후, '바실리카'라는 직사각형의 건물이 예배 장소로 세워지면서 교회를 건물로, 건물을 성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성소와 회중석의 구분으로 평신도는 수동적인 관람객이 됐다"며 일반이 생각하는 교회에 관한 의식이 발생한 역사 배경을 이야기했다. 홍 교수는 제도화된 교회 전통 역시 가치가 있지만, 제도화 이전의 교회의 본질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광교회·낙산교회·겨자씨교회는 직분이 없는 '교인'만 있는 교회다. 양현혜 교수는 교회 내 성직주의와 계급주의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무교회주의의 교회 모델'을 소개했다. 양 교수는 무교회주의가 내세우는 교회는 "만인사제주의에 근거해 안수받은 목사를 두지 않고 평신도에 의해 지도되며 리더는 대부분 세속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립문교회·예지교회는 여성 목사가 목회하는 교회다. 이정배 교수는(감신대학교·생명평화마당 공동대표) "기독교는 종종 여성을 자신들이 보유한 최후 식민지처럼 관계한다"면서, 타자를 존중하며 평화롭게 공존함을 배우는 종교인과 시민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 "앞으로 교회가 양성평등의 가치에 익숙해지지 못하면, 여성들의 일탈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한국교회에 경고했다.

이 밖에 지역 마을과 노동자, 빈민과 함께하는 시냇가에심은교회·샘터교회·마당교회·해인교회와 전문 음악인으로 구성된 브라운워십(Brown Worship)교회 등 다양한 교회가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 심포지엄에 참가한 교인들은 한동안 작은 교회의 고충을 이야기했다. 민중교회의 김주연 목사는 여성 목회자로서 영세 교회를 목회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교회를 대표해 참석한 교인들은 한동안 작은 교회의 고충을 이야기했다. 삭개오작은교회 교인인 박소진 씨는 자녀들의 교육 문제가 걱정이라고 했다. 교회에 아이들이 적다 보니, 자녀들이 교회에 적응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민중교회의 김주연 목사는 여성 목회자로 가정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현재 출석하는 교인은 거의 없다고 한다. 작은 교회를 목회하는 것에 보람은 느끼지만, 한편으로 씁쓸하다고 고백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교회들 대부분은 10월 19일 감신대에서 열릴 '2013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교회 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작은교회 박람회' 준비위원회는 "'작은교회가 희망이다'라는 화두를 한국교회와 사회에 던질 것이다. 작은(대안)교회들의 축제가 되고 성도들에게는 다양하고 건강한 교회를 소개하며, 목회자와 신학생들에게 대안 목회의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이날 심포지엄에는 겨자씨교회, 들꽃향린교회, 삭개오작은교회, 함께여는교회 등 총 60개 교회가 참가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 심포지엄에는 60개 교회에서 1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출입구에 마련된 안내처에서 참가자들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 심포지엄을 주최한 생명평화마당에서는 돌아가는 참가자들에게 행사장에서 찍은 사진을 바로 출력해 나눠 주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 10월 19일 감신대에서 열릴 '2013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교회 박람회' 교회 부스 형식. 함께여는교회 청년들이 제작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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