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반연은 9월 13일 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 이제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장통합 총회에서 세습 방지법이 통과된 것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총회 기간 벌어진 폭력 사태에 대해서는 총회와 명성교회에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공동대표 김동호·백종국·오세택)가 9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동엽 총회장) 98회 총회에서 '교회 세습 방지법'이 통과된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세습 방지법 캠페인을 폭력으로 저지한 것에 대해서는 총회와 명성교회에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백종국 대표는 예장통합 총회에서 세습 방지법이 절대다수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통과되어 기쁘다고 운을 뗐다. 백 대표는 한국교회에 '주님의 은총'이 임했다며, 이 분위기를 몰아 9월 23일부터 진행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에서도 세습 방지법이 통과되길 기원했다.

총회 기간 폭력 사태, "사과해야"

▲ 방인성 위원장은 시위를 폭력으로 제지한 명성교회가 상식 이하였다고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명성교회 교인들의 세반연을 향한 폭력 사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총회 기간 세습 방지법 제정을 위한 캠페인 활동을 벌였던 세반연을 명성교회 교인들이 무력으로 저지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주먹다짐이 벌어지기도 했고, 폭행과 폭언, 감금 등의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세습 반대' 과민한 명성 교인들, 폭력 행사까지)

세반연은 총회 기간 발생한 폭력 사태에 대해 총회와 명성교회의 공개 사과와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셋째 날 1인 시위를 하다 저지당한 방인성 실행위원장은 "비 오는 날 우산이 흉기로 돌변했다"며 험악했던 당시 현장을 설명했다. 방 위원장은 시위를 무력으로 저지한 명성교회와 이를 방관한 총회가 상식 이하의 모습을 보여 줬다고 비판했다.

방 위원장은 명성교회 측의 폭력이 되레 김삼환 목사의 세습 의혹만 더욱 증폭시켰다고 했다.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가 행정처장으로 일하고 있어 세습 의혹을 받고 있다. 방 위원장은 김삼환 목사가 이번 일에 대한 사과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다면,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물리적 충돌을 방관한 예장통합 총회에도 공개 사과를 요청했다. 방 위원장은 총회가 회의 동안 교회 안팎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책임이 있다며, 총회장이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합신 총회, 세습 방지법 부결..."세습 용인하면 과거 가톨릭보다 더 타락할 수 있어"

▲ 백종국 대표는 세습을 용인하면 과거 가톨릭보다 더 타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한편, 같은 날 세습 방지법을 다룬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예장합신·이주형 총회장) 총회에서는 세습 방지법이 부결됐다. 세습이라는 용어가 적절하지 않고, 목사의 위임과 청빙, 파송은 법적으로 노회와 개교회의 권한이라는 근거가 지배적이었다.

백종국 대표는 한국교회의 주요 관심사에 대해 언급하고 제도화하는 것이 총회의 역할 중 하나라며, 법적으로 목사 청빙과 파송이 노회의 권한이어서 법안 제정을 부결한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백 대표는 목회 세습을 용인하면 과거 로마 가톨릭보다 더 타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인성 위원장도 목회자들의 신앙 양심의 자유가 법 논리보다 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여러 설문 조사를 통해 목회 세습이 대다수 목회자의 신앙 양심에 어긋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그것을 법 논리로 무마한 예장합신에 유감을 표명했다.

세반연은 앞으로 열릴 예장고신과 기장 총회에서도 세습 방지법 제정을 위한 유인물 배포와 홍보를 할 예정이다. 김애희 사무국장은 지난 9월 3일 총회 측에 캠페인 진행 협조 공문을 보냈고, 총회로부터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예장통합의 교회 세습 방지법 가결에 대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의 입장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이하 세반연)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이하 예장 통합)의 제98회 총회에서 교회 세습 방지법이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된 것을 크게 환영합니다.

예장통합 산하 서울노회와 평양노회 등 9개 노회가 헌의한 교회 세습 방지법은 이번 총회의 주요 안건 중 하나였습니다. 총회의 일정상 정치부 보고에 속하는 교회 세습 방지법은 총회 셋째 날인 11일(수)에 논의하기로 되어있었으나, 추후보고를 하겠다는 짤막한 보고가 있었던 후 당일 회의가 정회될 때까지 언급이 없다가 마지막 날로 넘겨졌습니다. 교회 세습 방지법은 총회 마지막 날인 12일(목) 오전 회의가 속회된 후 첫 번째 안건으로 다루어졌습니다. 약 1시간에 걸친 찬반 토론 끝에 거수투표에 부쳐진 결과 출석 1033명, 찬성 870명, 반대 81명으로 압도적 지지를 얻어 가결되었습니다. 결의된 교회 세습 방지법은 98회기부터 바로 시행하되, 헌법 개정 관련해서는 추후 논의하여 차기 총회에 보고하는 것으로 논의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예장 통합의 제98회 총회는 세반연이 세습 의혹이 있는 교회로 공개한 명성교회에서 개최되었습니다. 명성교회의 일부 교인들은 총회 첫째 날과 셋째 날에 세반연 관련자들과 세습을 반대하는 이들의 피켓 시위에 민감하게 반응하였고 폭행과 무력행사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취재 기자들에게조차 무력을 행사한 것은 명백히 몰지각한 행위로서, 이로 인해 명성교회에 대한 세습 의혹을 보다 강하게 부추기는 결과만 낳았을 뿐입니다. 이런 와중에 교회세습 방지법이 통과된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하겠습니다.

9월 23일 이후에는 교회 세습 방지법을 헌의한 또 다른 교단인 예장고신과 기장 총회가 개최됩니다. 예장통합의 교회 세습 방지법 가결의 선한 영향력이 이 총회들에도 미쳐 개신교회에 세습 금지가 더욱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뿐만 아니라, 세습 금지와 관련해 어떠한 공식적인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한국 개신교의 최대 교단인 예장합동에서도 세습 금지에 대해 전향적인 논의와 동참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아울러, 예장통합은 교회 세습 방지법이 가결된 것에 만족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 철저히 시행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미 지난해 교회 세습 방지법을 제정한 감리교단의 모 교회가 편법 세습을 시도해 논란이 됐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교단 차원의 세습 금지 결의에도 불구하고 세습을 강행하려는 개교회가 있다면, 하나님을 교회의 주인으로 인정치 않는 우상 숭배적인 행위를 회개하고 그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예장통합의 교회 세습 방지법 제정이 한국교회의 실추된 대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한국교회를 다시 살리는 첫걸음이 되었음을 확신하며, 세반연은 계속해서 한국교회 내의 교회 세습 근절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2013년 9월 13일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공동대표 김동호, 백종국, 오세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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