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똥별> / 김택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펴냄 / 228면 /1만 3000원
권정생은 동화 작가이다. <강아지똥>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고, <몽실언니>는 100만 부 넘게 팔렸다. 의외다. 동화는 꿈과 소망을 주는 이야기라야 잘 팔린다. <이오덕 일기>(양철북)에서 사람들이 권정생 선생님께 왜 슬픈 이야기만 쓰느냐고 묻는다. 모름지기 동화란 밝은 면, 희망을 갖게 만드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몽실언니>는 슬프다. 다른 작품도 대부분 슬프다. 선생님은 줄곧 슬픈 이야기를 썼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선생님이 써 내는 슬픈 이야기에 빠져든다. 아이들에게까지 자기 계발서를 파는 시대에 슬픔과 눈물을 담은 책이 100만 부 넘게 팔리다니 왜 그럴까?

슬픔을 아는 사람

<강아지똥별>은 권정생 선생님의 삶을 쓴 동화다. 저자 김택근은 1990년 권정생을 인터뷰한 인연을 깊이 새기고 있다가 일대기를 이야기로 엮었다. 선생님이 쓴 책과 글을 뒤져 선생님이 살아온 모습을 전기문처럼 엮었다. 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슬픈 이야기가 많다. <몽실언니>를 읽는 기분이다.

선생님은 1937년 도쿄 혼마치 빈민가에서 태어나 2007년 안동 빌뱅이 언덕 흙집에서 돌아가실 때까지 줄곧 아픔과 슬픔을 벗하고 살았다. 태어나자마자 한국에 남은 형이 죽는다. 광복하면서 두 형을 제외한 가족이 귀국했으나 너무 가난해서 뿔뿔이 흩어졌다. 끝내 가난을 이기지 못하고 어머니, 아버지 모두 돌아가신다. 두 형은 조총련계라 딱 한 번 한국에 왔지만 분단의 비극만 더 느끼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늑막염, 폐결핵, 신장결핵, 방광결핵, 부고환결핵으로 한쪽 콩팥과 방광을 들어냈다. 평생 오줌주머니를 차고 살았다. 형 죽고 친구 죽고 줄곧 죽음과 고통을 보며 괴로워한다. 평생 슬픔과 아픔을 끌어안고 살았고,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늘 곁에 있었다. <강아지똥별>에는 가난과 병에 시달린 선생님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웃들의 고통과 슬픔이 끊이지 않는다. 선생님 눈에는 아파하고 울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보였다. 그때 만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책을 써 냈다.

선생님 어머니가 돌아가신 1964년에 온 국민을 울린 이윤복의 일기가 책으로 나왔다. 1966년에 나온 일기 <저 하늘에도 이 소식을>(이윤복, 산하)에서 동생 이윤식은 "형은 슬픔을 아는 사람이었기에, 고달프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 형의 모습을 지켜보았던 터라, 나 또한 슬픔을 아는 사람이 더 큰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썼다.

저자는 <강아지똥별>에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묻는다. "왜 평생 슬픈 얘기만을 썼을까." 슬픔을 아는 사람에게는 슬픔을 안고 사는 사람이 보인다. 슬픔의 사람 권정생은 너무 힘들어 슬퍼하는 이웃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몽실언니'를 보여 준다. 진실을 그대로 보여 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했다. 시궁창에 떨어져 썩어가는 똘배, 거지, 바보, 깜둥 바가지, 늙은 소, 외로운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썼다. 모두 힘없고 소외된 것들이다.(지식채널 e 正生편 참고)

마음에 불을 담아서

권정생 선생님은 슬픔을 겪었고 슬픔을 동화로 썼지만 마음에는 불을 담고 살았다. <우리들의 하느님>(녹색평론)으로 중학생들과 토론할 때 아이들이 "이분, 많이 화난 사람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오덕 일기>(양철북)에도 화내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 손 내밀지 않고 도리어 등 떠미는 세상을 향한 분노를 어쩜 그리 슬픈 이야기로 보여 주실 수 있는지….

2005년 5월에 쓴 유언장에 "요즘 와서 화를 잘 내는 걸 보니 천사처럼 죽는 것은 글렀다고 본다. 그러니 숨이 지는 대로 화장을 해서 여기저기 뿌려 주기 바란다"라는 내용이 있다. 사람들이 점점 슬픔을 무시하고 돈과 편안함만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화를 내신 것 같다. 인세 모두를 아이들을 위해 쓰라고 주고 가신 마음에 담긴 불을 아는 사람이 너무나 적어서 이 책이 더 반갑다.

마음에 불을 담고 사신 면까지 드러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한 여러 곳에서 자료를 모아 일대기를 써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20세 이전 내용은 많지만 이후의 내용은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가 드문드문 나온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이오덕 일기>(양철북)를 참고해서 선생님이 쓴 동화 이야기를 더 담으면 어떨까 싶다.

이 제안을 담아 글을 다시 쓴다고 해도, 더 뛰어난 사람이 쓴다 해도 선생님을 다 표현하지 못할 것이다. 선생님은 별 같은 분이기 때문이다. 강아지똥별! <강아지똥별>을 읽고 앞장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눈을 바라보며 '그냥 읽어 보세요'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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