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신 언론사 사장 선거에서 금품이 오갔습니다. 금권 선거라는 부정 앞에 신앙의 정통과 생활의 순결이라는 '고신 정신'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박정원 총회장)은 일제강점기 신사참배에 항거했던 목회자와 교인들이 세운 교단입니다. 신앙의 정통과 생활의 순결이라는 '고신 정신'을 고귀한 교단 유산으로 자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금권 선거라는 부정에 직면해 '고신 정신'은 위협받고 있습니다.

고신 언론사인 <기독교보>와 <월간고신>을 운영·감독하는 총회유지재단 이사회(박정원 이사장)는 7월 22일 신임 사장으로 최계호 장로를 선출했습니다. 최계호 장로는 <기독교보>를 통해 "정보화 시대에 맞는 고신 정신을 지속해서 구현하겠다"는 뜻을 피력했습니다. 그의 이런 포부와는 다르게 사장 선거는 금품이 오간 부정선거였습니다.

총회유지재단 이사회는 투표 전 최계호 장로가 총회장인 박정원 이사장을 포함 총 3명의 이사에게 돈 봉투를 건넨 혐의를 확인했습니다. 그의 경쟁자였던 현 언론사 사장인 최영석 장로도 이사들에게 여비 정도의 돈을 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양 후보 모두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이사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입니다. (관련 기사 : 고신 언론사 사장 금권 선거 총회서 다루기로)

묻힐 뻔했던 금권 선거가 알려진 것은 손종기 목사의 양심 고백 덕분입니다. 은퇴를 1년 앞둔 손 목사는 선거가 끝나고 목회자의 양심상 최계호 장로가 돈을 주려고 했던 사실을 그냥 덮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받은 돈을 우편환으로 보내 명백한 증거도 가지고 있었기에 용기를 가지고 주변인들에게 털어놨습니다. 공공연한 관행이었던 교단 내 금권 선거는 이렇게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더 키운 것도 손 목사였습니다. 사전에 왜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손 목사는 자신이 이사회의 서기이기 때문에 최계호 장로가 인사치레로 준 것이겠거니 가볍게 생각했답니다. 설마 다른 이사들에게도 돈을 줬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답니다.

돈을 받은 그 자리에서 돌려줬다는 김진욱 목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자신처럼 다른 이사들이 최계호 장로의 돈을 거절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선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여겼습니다. 박정원 총회장도 이튿날 돈을 돌려줬지만 이사회 내에서 이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부정 앞에 안일한 이들의 태도가 문제를 더 키운 꼴이 됐습니다.

다른 교단에 비해 그래도 소액이라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 이사들도 있었습니다. 타 교단의 수십 수백의 뇌물에 비하면 고신은 뇌물도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하더군요. 거기에는 '그래도 우리는 고신이야!'라는 일그러진 자부심도 엿보였습니다. 겉으로는 "그런가요"라고 대꾸했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목사님,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금품이 오간 부정선거는 예수의 주 되심을 부인하는 범죄입니다.'

▲ 선거 전 후보자 모두 금품을 돌린 것을 확인한 총회유지재단 이사회는 8월 20일 <기독교보>에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다행히도 오는 9월 부총회장 선거와 12월 고신대학교 총장 선거를 앞두고 금권 선거 관행을 바로잡자고 벼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순교 신앙으로 믿음을 지켜 온 선배들을 따라 금권 선거로 얼룩진 부정을 완전히 끊어 내고, 하나님 앞에 자신의 과오를 정화하는 회개 운동이 절실하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9월 총회에서 부정선거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 이사회 이사들의 사임까지 요구할 것이라고 합니다.

저도 이들의 말에 조금 기대를 하게 됩니다. 취재하면서 부정 앞에 안일한 고신 목사들의 태도에 크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이번 9월 총회에서 교단 정치에 묻히지 않고 하나님 앞에 정의와 공도를 걷는 고신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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