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중앙침례교회가 3년 전인 2010년 10월 광교 신도시에 있는 학교 용지 1만여 평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교인들은 고명진 목사가 교인 총의를 묻지 않고 매입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회는 사진 좌측 상단 부지를 매입했다. (다음 위성 사진 갈무리)

2005년 학교와 예배당을 짓는다며 약 80억 원을 들여 땅을 매입했다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수원중앙침례교회(고명진 목사)가 2010년 10월에도 학교 부지 1만여 평(3만 3817㎡)을 사들였다. 부지 매입 금액은 397억 3000여만 원. 이번에도 고등학교와 새 예배당을 건축하기 위해서였다.

고명진 목사는 기독교 정신을 지닌 후학을 양성하겠다며 부지 매입 취지를 밝혔다. 예배당을 겸용한 5000석 규모의 복합 문화 시설도 갖춰 지역사회에 개방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부 교인들은 부지 매입에 반기를 들었다. 장로와 집사 등으로 구성된 300여 명의 교인은 고 목사가 교인 총의 없이 매입 계약을 했다고 주장한다.

"80억 들어간 영통 부지 손도 못 댔는데…"

교인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수원시 영통구 부지 매입과 관련이 깊다. (관련 기사 : 수원중앙침례교회의 이상한 부지 매입) 교회는 지난 2005년 학교와 예배당을 짓기 위해 약 80억 원에 땅을 매입했지만 8년이 지나도록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영통 부지는 간간이 회의 석상에서만 거론될 뿐이었다. 8년 전 부지 매입을 주도한 고 목사가 해명도 없이 새로운 땅 매입을 추진했다는 게 교인들의 주장이다.

고 목사는 2009년 12월 사무처리회(공동의회)에서 광교 신도시 땅 매입을 제안하고 주도했다. 아래는 고 목사가 제안한 말이다.

"얼마 전 생각하지도 않은 곳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보통 광교(신도시)의 경우 거래가 (평당) 1000~3000만 원에 이뤄지는데, 학교 용지를 평당 800만 원의 70%로 공급해 준다는 안이었다." "학교 용지만 5000평인데, (김문수) 지사님이 '5000평은 적지 않느냐. 인근에 7000평 정도 매입 가능한 곳이 있다'고 답했다. 우리가 원하는 학교와 교회 건립이 가능하다고 본다…1년에 90억 원 정도 상환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통 부지 매입을 제안할 때도 비슷한 논리였다. 당시 고 목사는 임시 제직회에서 사야 할 부지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원로목사님께서 추진할 때 부지 금액이 평당 35만 원이었다. 지금은 145만 원을 요구한다. 우리 가용 재정의 2배 안에 있는데, 교인이 1평씩 사기 운동을 하면 외부 도움 없이 충분히 살 수 있다. 부동산 매입은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좋다."

부지 매입은 일사천리, 학교 설립 추진은 지지부진

고 목사는 "(광교 신도시 학교 부지) 선정이나 공사 등 모든 일정을 건축위원회를 구성해 전문가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사실상 건축위원회에 전권을 달라는 말이었다. 교인들은 동의했고, 건축위원회 구성은 발전위원회에 위임했다.

영통 부지 매입 때처럼 광교 부지 매입도 빠른 속도로 진행했다. 2010년 10월에 열린 제직회에서 학교 용지 매입 계약 경과보고가 이뤄졌다. 보고자로 나선 한 장로는 평당 388만 원에 계약했다고 밝히며, 5년간 매해 71억 5000여만 원을 분할상환해야 한다고 했다. 학교 설립 계획 보고도 이어졌다. 건축위원회 의장 홍석만 장로는 2010년까지 설계 업체를 선정하고 2013년까지 학교를 완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의 보고와 달리 실제 학교 설립 준비는 부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과보고에서 한 장로가 교회 건축 진행 사항과 학교 부대시설에 관해 질문하자 고 목사는 "모든 것은 결정된 게 없다. 각 부서와 교인의 의견은 설문을 통해 받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고 목사의 말대로라면 사전 준비 작업 없이 일단 계약부터 한 셈이다.

취재 결과 건축위원회의 계획대로 진행된 것은 없었다. 공사와 관련해 경기도시공사 손학규 홍보팀장은 "근저당권이라도 설정되면 부지 조성 공사를 도시공사가 해 주지만, 담보로 잡힌 게 없기 때문에 공사가 진행되기 어렵다"고 했다. 2013년에 학교를 완공하겠다는 발표는 현실성이 없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수원중앙침례교회는 앞으로 3차례 더 중도금을 부담해야 한다. 학교 건축도 자연스럽게 늦어질 수밖에 없다.

▲ 수원중앙침례교회가 광교 신도시에 세울 학교를 비롯한 각종 건물 조감도. (수원중앙침례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수원중앙침례교회가 학교 설립까지 거쳐야 할 난관은 더 있다. 부지 매입 중도금을 완납한 후에도 건축비와 기자재 예산 등으로 약 400여억 원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교회가 재정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명길 장로는 "한 해 예산 130억 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재정을 몇 년간 쏟아부어야 한다. 영통 부지처럼 사 놓고 손도 못 댈까 걱정"이라고 했다. 현재 수원중앙침례교회는 리모델링도 병행하고 있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설립 허가 문제에도 봉착할 수도 있다. 경기도교육청 사립학교팀 이승준 주무관은 "설립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학생 수용 계획과 지역사회 여건 등에 따라 설립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 절차를 밟아 봐야 아는 일"이라고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아직 수원중앙침례교회로부터 학교 설립 요청을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학교 용지 매입을 두고 교인 간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부지 용도가 발단이었다. 2011년 6월에 열린 임시 사무처리회에서 홍석만 장로와 학교설립팀장은 "학교 용지가 분명하다. 종교 시설은 지을 수 없다", "문화 공간을 이용한 교회로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장로는 "영통에 있는 땅도 학교와 교회를 짓기 위해 샀는데, 현재 그 땅에 건물을 지을 수 있는가. 십자가도 없는 강당에서 예배하겠다는데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느냐"며 되묻기도 했다.

수원중앙침례교회가 매입한 부지는 단일 필지로 학교 용지에 해당한다. 이는 학교 설립에 필요한 교사·교지·체육장 등만 지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교육 목적과 관계없는 예배당이나 공연장 같은 종교·문화 시설은 세울 수 없다는 말이다.

교회가 학교 용지 매입을 강행하면서 일부 교인들은 고 목사에 대한 원성을 높였다. 이들은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사업을 고 목사가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주장한다. 임홍순 집사는 "학교 용지 매입 계약은 교인 총의를 거치지 않았다. 학교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없이 고 목사가 진행한 것이다. 발전위원회에 위임한 것은 건축위원회 '구성'이지, 재정 집행까지 위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2010년 4월 21일 제직회 보고 사항에는 새로 세울 학교 법인 이사 및 감사 선임 보고가 들어있다. 임 집사는 이사와 감사 선임도 사무처리회에서 위임한 적이 없다면서 이 역시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했다.

학교 용지 변경, 특혜 의혹

수원중앙침례교회가 학교를 지어 강당에서 예배하는 것은 편법이라는 의견도 있다. 광교 신도시 상현동 A교회 김아무개 장로는 "개발 택지 내 많은 종교 단체가 제값에 땅을 샀다. 그러나 수원중앙침례교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학교 용지를 사서 학교는 작게 짓고, 종교 시설은 크게 지으려고 한다. 편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에 따르면 신도시 내 종교 부지는 평당 600~1000만 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

의혹의 화살은 경기도시공사로도 이어진다. 김 장로는 일반 부지 5000평을 학교 용지로 변경해 경기도시공사가 스스로 손실을 봤다고 했다. 평당 800만 원으로 계산해도 200여억 원 정도의 손실을 본 셈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시공사 측은 경기도시공사와 수원중앙침례교회가 직접적인 계약 당사자로서, 계약에 관한 사항은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애초 경기도시공사가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373-20 일원에 내어놓은 학교 용지는 약 5000평(1만 6500㎡)이었다. 도시 계획이 변경됨에 따라 5238평(1만 7317㎡)이 추가됐다. 인근 초·중·고등학교 면적과는 대조적이다. 기존 학교를 제외한 새로 들어설 예정인 초·중·고등학교는 모두 16개다. 이 중 수원중앙침례교회의 학교 용지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의 면적은 4840평(1만 6000㎡)을 넘지 않았다.

▲ 경기도시공사가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373-20 일원에 내어놓은 학교 용지는 약 5000평(1만 6500㎡)이었다. 도시 계획이 변경됨에 따라 5238평(1만 7317㎡)이 추가됐다. (수원중앙침례교회 교인 제공)

고명진 목사, "학교 용지 매입 당시 교인 뜻 물었고, 절차도 문제없어"

고명진 목사는 "교인 총의 없이 학교 용지를 계약했다는 주장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고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수백억 원의 돈을 주고 (학교 용지를) 사는데 이를 숨기고 진행할 교회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학교 용지 매입은 발전위원회가 위임받아 진행한 것으로 문제없다고 했다.

종교 시설인 예배당이 아닌 학교를 짓는 이유로는 건물 활용도를 들었다. 고 목사는 대체로 종교 건물의 활용도가 낮다면서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개방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했다. 이어 학교에 강당을 짓고, 강당을 예배당으로 겸용한다면 서로 이익이지 않느냐고 했다. 고 목사는 "몇몇 사람이 반대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안 되고, 안 될 일이 되겠느냐. 교회 내부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될 때 학교를 짓고, 예배당 문제도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혜 의혹도 부정했다. 고 목사는 공개 입찰이라는 정당한 절차를 밟았다면서 특혜는 없었다고 했다. "1만 230평 모두가 학교 용지로 돼 있다. 처음엔 약 5000평만 제안받아서 학교와 교회가 다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경기도시공사가) 배려 차원에서 학교 용지를 넓게 변경해 준 것이다. 주택 부지나 종교 부지보다 저렴하게 매입했다.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발전위원회에 위임만 하면 문제없나

회중 정치를 지향하는 침례교는 일반 장로교처럼 당회와 같은 기구는 없다. 대신 각종 위원회를 통해 교회를 이끌어 나간다. 수원중앙침례교회의 발전위원회는 수십 년 동안 당회와 비슷한 역할을 감당해 왔다. 논란이 된 영통 부지 매입과 광교 신도시 부지 매입도 사실상 발전위원회가 주관했다. 현재 발전위원회는 30명이며 현직 기관장, 전직 장로회장, 대교구 추천 인사 10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요 사업을 처리하는 만큼 발전위원회는 정쟁의 도구가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발전위원회의 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011년 6월 임시 사무처리회에서 한 장로는 발전위원회 구성 변경 안건을 놓고 "발전위원회를 확대해 목양과 교회 운영을 분립하자"며 개의안을 제안했다. 담임목사는 목양에만 전념하고, 교회 운영은 발전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진행하자는 의견이었다. 표결에서는 100여 표 차이로 개의안이 통과됐지만, 고 목사는 원안을 고수했다. 고 목사는 "한두 달 동안 발전위원회를 어떻게 할지 충분히 의논해 다음 제직회 때 내놓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가부를 물었고, 교인들은 동의했다. 두 달 뒤 열린 제직회에서는 발전위원을 13명에서 30명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처리했다. 목양과 교회 운영 분리는 논의되지 않았다.

학교 용지 매입과 관련해 고 목사를 비롯한 교회 관계자들은 '절차'를 밟았다며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 교회 측 한 목사는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발전위원회에 위임된 사안은 사무처리회의 의결 없이, '보고'만 하는 형식이다"고 했다. 일부 교인들은 발전위원회가 담임목사의 의중에 따라 좌지우지된다고 했다. 임홍순 집사는 "말만 회중 정치지, 담임목사의 결재 없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백종국 공동대표는 목사 중심의 일방적인 교회 운영은 한국교회의 고질병이라고 지적했다. 백 대표는 "수원중앙침례교회 (영통) 부지 매입과 같이 재산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그 피해는 교회 전체가 짊어져야 한다. 원칙적으로 재산의 취득과 처분은 공동의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백 대표는 위임도 어느 수준으로 했는지 의결 사항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