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북제일교회는 3년째 분쟁 중이다. 현재 교인들은 셋으로 찢어져 따로 예배한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담임목사가 연봉으로 많은 돈을 받았다. 교회 장학금 1억 7000여만 원 중 1억 2000만 원을 자녀 유학비로 사용했다. 출장비를 받고서 출장을 가지 않았다. 재정을 불투명하고 방만하게 운영한 관행 속에서 이뤄진 일이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교인들은 문제를 제기했고 담임목사는 해명했다. 출장은 아파서 가지 못했고 자녀 유학비와 연봉은 당회와 상의를 마친 부분이라고 했다. 문제점을 지적한 교인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고 담임목사는 교회를 나갔다.

목사가 떠난 지 2년이 넘은 지금, 교인들은 셋으로 찢어졌고 사건의 원인은 사라진 채 싸움만 남았다. 이제는 교회 돈 15억 원을 누가 썼느냐며 교인들끼리 싸운다. 2011년부터 3년째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 강북제일교회 이야기다.

소송에 집중한 교인들, 분열 반복

문제가 터진 첫해에는 사건의 전개가 빨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재판국은 교인들이 제기한 두 번의 소송에서 모두 교인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교단 재판에서 진 황형택 목사는 갈등이 시작된 지 11개월 만에 자신을 따르는 교인들과 강북제일교회를 떠나 따로 예배했다. 남은 교인들이 교회를 잘 세워 간다면 예상보다 일찍 평안을 찾을 수 있었다.

교회의 미래를 손에 쥔 남은 교인들은 방향타를 재판의 승리에 맞췄다. 황형택 목사를 횡령·배임으로 고소하고 결과만을 기다렸다. 재정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리더로 떠오른 하경호 집사는 교회 사랑방에 모인 교인들 앞에서 식탁 위에 올라 승소를 자신했다. 교회 재정을 어떻게 투명하게 바꿀 것인지, 앞으로 어떤 사람을 청빙할 것인지, 교회 미래를 어찌할 것인지는 충분히 논의하지 않았다.

교인들의 바람과 반대로 검찰은 황형택 목사의 횡령·배임 사건을 기소하지 않았다. 재정을 담당한 장로와 황 목사의 진술이 일치해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교인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생겼고 의심이 피어났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고 소송을 위해 걷어 간 돈의 행방을 밝혀야 했다.

▲ 분쟁이 격화되면서 교회 안팎에서 몸싸움이 비일비재했고 경찰이 자주 출동했다. 사진은 황형택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교회로 들어가려 시도했던 2011년 모습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일부 교인은 하경호 집사를 추궁했고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하 집사는 황형택 목사 측이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첫 번째 수사에서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으나, 재수사하라는 상급 기관의 명령에 따라 하 집사의 혐의를 다시 살피고 있다.

여기에 목사 청빙을 두고도 교인들이 대립했다. 장년부터 청년까지 교인층을 골고루 포함해 청빙위원회를 꾸렸지만 하경호 집사를 비롯한 일부 교인들의 방해로 청빙위원회는 제대로 모이지 못했다. 당회원과 함께 청빙을 추진한 교인들은 하경호 집사가 특정인을 담임목사로 데려오려 한다며 의심했고, 하 집사 측은 당회가 교회 활동에서 자신들을 배제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황형택 목사를 내보낸 교인들은 다시 당회 측과 당회 반대 측으로 갈라졌다. 한때 뜻을 같이한 이들의 싸움은 더 지독했다. 주먹다짐이 비일비재했고 경찰과 용역이 수시로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당회 반대 측 10여 명이 휘두른 폭행은 심각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양측은 수시로 벌어지는 몸싸움 속에 2011년 겨울을 보내고 2012년 절반을 살았다. 당회 측이 2013년 1월부터 교회를 떠나 따로 예배하고 나서야 충돌이 잦아들었다.

▲ 황형택 목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교인들을 이끈 하경호 집사가 신천지 교인이라는 주장에 교회는 다시 시끄러웠다. 하 집사는 신천지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교착 상태에 빠진 교회는 지난해 10월 신천지 논란으로 다시 술렁였다. 당회 반대 측을 이끄는 하경호·윤석두 집사가 신천지 신도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신천지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신천지가 절대 아니라고 했다.

신천지인지 아닌지 검증하는 방법은 탈퇴자의 증언 외에 뚜렷한 수단이 없어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타격은 컸다. 당회 반대 측 교인은 신천지 논란으로 교인 1000명이 교회를 떠났다고 주장했다. 한 교인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민주적인 교회 개혁을 추구하기보다 일부 인사의 독재에 기대는 편을 택한 교인들의 선택이 크게 흔들린 셈"이다.

교단 판결과 사회 법정 판결이 충돌, 혼란 가중

황형택 목사가 명예를 회복하려 꺼낸 카드도 소송이었다. 황 목사는 교단 법정에서 강북제일교회 위임목사 자격과 목사 자격을 잃은 상태였다. 사회 법정에서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사회 법정은 총회 재판국과 상반되는 결정을 잇달아 내놓았다. 황형택 목사는 한 개의 가처분 소송과 두 개의 본안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황 목사의 강북제일교회 당회장 자격과 목사 안수는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교단 재판부는 황형택 목사의 이력과 미국 국적을 문제 삼았지만 사회 재판부는 재판 절차를 문제 삼았다. 황 목사의 자격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목사의 인사에 관여할 권한이 없을뿐더러, 교단 재판부가 목사 자격을 정지하면서 황 목사의 반론을 충분히 듣지 않은 채 일부 규정을 무리하게 적용했다는 것이다. 교단 헌법상 교인들이 목사를 치리할 수 없고, 교단 재판부의 판결은 사법부의 상식에 미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 황형택 목사를 내보내고 남은 교인들은 당회 측과 당회 반대 측으로 나눴다. 교회 건물은 당회 반대 측이 점거했다. 당회 측은 수차례 진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총회의 고민은 깊다. 스스로 내친 황형택 목사의 손을 다시 잡기 어렵고, 당회 반대 측이 점유한 강북제일교회에는 총회 인사가 들어가기 녹록지 않다. 올해 3월 구성된 강북제일교회 수습전권위원회는 7월 31일 현재까지 활동을 시작조차 못 했다. 한 달여 뒤에 교단 총회가 열리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어 강북제일교회 사건은 총회에서 다루지 못할 수도 있다.

강북제일교회의 앞날은 결국 사회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황형택 목사의 안수가 유효한지 다루는 재판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황 목사와 당회 측은 이 재판과는 별도로 소송을 제기해 교회 소유권을 되찾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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