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을 이단에서 해제하고 예장합동 인사들을 소환해 조사하겠다고 밝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가 총신대학교 박용규 교수를 친이단 신학자로 규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기총은 올해 1월 16일 예장합동 총회에 공문을 보내 박 교수를 이단 옹호자라며 면직·출교하라고 요구했다.

한기총이 박용규 교수를 친이단 신학자로 규정한 건 박 교수가 한기총의 다락방 이단 해제 검증 과정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용규 교수는 예장합동 81회 총회에서 류광수 다락방을 이단으로 결의할 당시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한기총은 지난해 11월 박 교수에게 당시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고, 박 교수는 이에 답하지 않았다.

한기총은 박 교수가 한기총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11월 26일 한국기독교사연구소(박용규 소장)가 주최한 '한국교회 이단·사이비 운동 비평 심포지엄'에 참석해 "최근 한기총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교단을 가입시키는 문제가 발생한 것에서 보듯, 한국교회에 이단 문제가 무질서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기총은 예장개혁이 다락방을 영입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기총에 들어온 것이지 한기총이 직접 다락방을 가입시킨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한기총은 박 교수가 자료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단정적으로 한기총을 비판했다고 했다. 또 "박용규 교수는 이단 최삼경의 동조자이며 옹호자"라고 비난했다.

한기총은 박 교수의 목사직을 면직하고 교단에서 출교하라고 요구했다. 만약 처리하지 않을 경우 한기총이 박 교수가 이단 동조자라는 물증을 공개하고 교계에 박 교수의 교수직과 목사직에 대한 해임 및 면직 사항을 직접 공포하겠다고 경고했다.

신천지대책전국연합 대표인 신현욱 소장(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구리상담소)에 대해서도 처벌을 원했다. 신천지 간부 출신인 신 소장이 총신연구원에서 수학을 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그는 신천지 이단의 핵심 분자라고 한기총은 주장했다.

이단 검증을 직접 하겠다는 한기총의 의지는 확고하다. 예장합동 인사인 진용식 목사(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회장), 강신유 목사(광주 이단상담소장), 신현욱 소장(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구리상담소) 등을 7월 15일 소환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예장합동 전 총회장인 서기행·김동권 목사와 총신대 박용규 교수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세 명이 진용식 목사 등을 옹호했다는 게 소환 이유다.

박용규 교수는 한기총이 자신을 표적 삼아 공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한기총이 자료를 요청하면서 등기우편을 보내거나 전화 한 통화를 한 적이 없고, 일반 우편과 메일로만 연락했다고 했다. 정말 자료를 원했다면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료를 요청하는 대상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자료가 필요하다면 총회에 직접 요구해야지 왜 교수 개인에게 요구하는가. 81회 총회 당시 연구위원으로 김길성, 서철원 교수도 같이 참여했는데, 나에게만 자료를 보내라고 요구했다. 의도적으로 개인을 공격하려고 한 거 같다"고 말했다.

예장합동 인사들은 교단에서 논의해야 할 이단 문제를 연합 기관에서 다루려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반응했다. 서기행 목사는 "한기총은 이단을 구분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단 검증은 교단에서 할 일"이라고 했다. 김동권 목사는 "한기총은 일종의 자율 단체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자꾸 교단 위의 치리 기관으로 군림하려고 든다. 한국교회를 혼란케 하고 있다. 또 신학교 교수에게 이단 옹호 굴레를 씌우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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