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반연은 7월 3일 교회 세습 제보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세습 진행 의혹을 받고 있는 교회들을 향해 목사직 대물림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제보 결과를 발표하고, 방인성 목사(왼쪽에서 네 번째)는 세습 의혹 교회에 문제 제기를 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A교회 B 목사가 아들에게 목사직 세습을 하려고 했다가 당회의 반대로 저지됐다. 이것은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공동대표 김동호·백종국·오세택)에서 일부 교인들을 만나 상담하고, 이들이 세습 청빙안 통과를 막고자 노력한 결과였다.

A교회 세습 철회 사건은 세반연이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교회 세습 제보를 받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세반연은 7월 3일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제보 결과를 발표, 한국교회의 세습 실태를 알렸다. 세반연은 세습 진행 의혹을 받고 있는 교회들을 향해 담임목사에게 집중된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는 세습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4개월 동안 총 128건의 교회 세습 제보가 세반연에 들어왔다. 세습을 완료한 교회가 61곳, 세습 진행 의혹을 사고 있는 교회가 22곳이었다.

대형 교회에서 시작된 세습, 이제는 규모 상관없이 확산

세반연은 세습을 완료한 교회들에 대해서는 규모·유형·교단 등 다양한 항목으로 분석했다. 규모별로는 교인 수가 50~1000명 되는 교회는 36곳, 1000~5000명 되는 데는 24곳이 세습했다. 1990년대 후반 충현교회·금란교회 등 대형 교회에서 시작된 세습이 이제는 교회 규모와 무관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유형별로는 아들이나 사위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준 교회가 55개나 될 정도로 직계 세습 방식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교회를 설립해 담임목사로 아들이나 사위를 보내는 '지교회 세습'과 다른 목회자를 청빙했다가 직계 가족에 세습하는 '징검다리 세습' 등의 변칙 세습 사례도 6곳이 있었다.

교단별 분석에서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통합 등에 속한 세습 교회가 총 40곳을 차지하고 나머지가 여러 교단으로 확산됐다.

특기할 만한 분석은 연합 기관이나 교단에서 주요직을 맡은 목회자들의 교회 세습 사례가 더러 발견됐다는 것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출신인 왕성교회 길자연 목사, 경서교회 홍재철 목사 등 4명이 아들에게 목사직을 대물림했다. 교단 총회장, 감리회 감독 출신 목사가 세습한 교회는 각각 14곳, 10곳이 됐다. 이런 목회자들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들의 세습 시도는 다수 교회의 세습을 부추기는 부정적인 효과를 낳았다고 세반연은 평가했다.

세반연, 세습 의심 교회 입장 표명 촉구

세반연은 세습 의혹이 있는 교회들에 대해서는 공문 발송과 전화 연락 등을 통해 사실 확인을 했다. 그 결과 가나안교회(정영식 목사)·광명중앙교회(우병설 목사)·안산제일교회(박중식 목사)·우이제일교회(이무웅 목사)·은성교회(정봉규 목사)·부천처음교회(윤대영 목사) 등 6개 교회는 세습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세습 찬성이나 철회 입장을 보인 교회는 각각 한 곳이었다. 기타 교회들은 입장 표명을 거부했거나 입장 확인이 되지 않았다.

세반연은 세습 의심이 있는 교회들 중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입장 표명을 촉구할 예정이다. 해당 교회들은 부자나 사위 세습 의혹을 받고 있는 명성교회(김삼환 목사)·부천처음교회(윤대영 목사)·인천순복음교회(최성규 목사)·새중앙교회(박중식 목사)·연세중앙교회(윤석전 목사)·임마누엘교회(김국도 목사)·은혜와진리교회(조용목 목사) 등 7개 교회다.

▲ 세반연 실행위원장 방인성 목사는 세습 제보를 받는 과정에서 이뤄진 A교회의 세습 철회 사례를 고무적인 일로 보며 교인들이 세습 반대 움직임에 동참하기를 바랐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이 교회들은 대부분 직계 가족이 부목사나 청년부 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2년 정도 지나면 은퇴한다. 현재 김삼환 목사 아들 김 아무개 목사는 교회 부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세반연은 명성교회가 하남 지역에 지교회 설립을 계획하고 있는데, 아들 목사를 지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게 한 뒤 세습을 강행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부천처음교회 윤대영 목사의 장남은 평택에 있는 지교회에서 목회하고 있고, 차남은 교회 부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차남은 최근 주일 예배에서 자주 설교하고 있다. 인천순복음교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최성규 담임목사의 아들이 부목사로 시무하면서 주일 예배에서 간간이 설교를 하고 있다. 새중앙교회 박중식 목사의 사위, 연세중앙교회 윤석전 목사의 아들은 교회 청년부에서 시무하면서 가끔 주일 예배 설교를 하고 있어 세습 시도 의혹을 사고 있다.

감리회에서 세습 방지법이 지난해 통과됐음에도 임마누엘교회 김국도 목사는 지난 2월 아들에게 '편법 세습'을 시도했다. 교회 담임목사직은 1개월 정도 지교회인 다문화가족임마누엘교회 이완 목사를 거쳐 아들에게로 넘어갔다. 서류상으로는 이완 목사가 담임목사로 되어 있지만, 현재 교회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아들이 담임목사로 표시되어 있다.

세반연 실행위원장 방인성 목사는 교회 세습에 대해 목회자에게 집중된 권력과 부를 대물림하는 것을 문제로 지적하며, 세습 의혹 교회들이 목사직 대물림을 좇지 않을 것을 촉구했다. 특히 대형 교회들이 먼저 세습을 철회하고 사회적으로 신뢰를 회복할 것을 강조했다. 방 목사는 A교회의 세습 철회 사례를 고무적인 일로 보며 교인들이 세습 반대 움직임에 동참하기를 바랐다. 

세반연은 교단들의 세습 방지법 입법을 위한 포럼을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 세습 방지법을 총회에 상정한 주요 교단들의 노회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입법을 돕기 위한 포럼이다. 행사는 7월 22일 명동 청어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 세반연은 세습을 완료한 교회들에 대해서는 규모·유형·교단 등 다양한 항목으로 분석했다. 1990년대 후반 충현교회·금란교회 등 대형 교회에서 시작된 세습이 이제는 교회 규모와 무관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 제공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바로잡습니다. 세반연이 세습한 교회로 발표한 곳들 중 한 교회가 세습을 하지 것으로 확인했다고 알렸습니다. 세습을 완료한 것으로 발표된 교회 수가 원래 62개였는데, 61개로 고칩니다. [2013년 7월 5일 오후 1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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