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4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윤창중 청와대 전 대변인에 대한 언론 보도와 사회적 관심에 대해 '개인 문제를 시스템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정부, 청와대에 대한 비판 여론에 '물타기'를 시도한 것.

이처럼 한기총은 줄곧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며 교회 연합 기구가 아니라 정치 집단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뿐만 아니라 돈 봉투가 난무하는 금권 선거, 대표회장들의 목회 세습, 세력 확대를 위한 무분별한 이단 옹호 등의 모습을 통해 사회의 반기독교 정서를 확산시키고 선교의 문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CBS TV 기독교 시사 프로그램 '크리스천 NOW'에서 이러한 한기총의 행태를 분석하는 '한기총의 정체는 무엇인가?' 편을 6월 1일 방송했다.

프로그램에서는 한기총이 군복 입은 극우 단체 회원들과 함께하는 집회에서 종북 좌파 척결을 외치고, 여당 대선 후보 옹호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소개됐다. 한기총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송주열 CBS 기자는 "한기총은 언젠가부터 극우 정치 단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구국 기도회를 빙자해 한미 동맹 강화, 국가보안법 사수, 사학법 반대 등 보수 우익의 주장을 대변했다. 2010년 6.25 60주년 평화 기도회에 '전쟁의 아이콘'인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연사로 초청한 것은 웃지 못할 코미디였다"며 꼬집었다.

패널로 참여한 김종희 <뉴스앤조이> 대표는 "1980년 조찬 기도회를 통해 전두환 국보위 위원장을 축복하며 군부 세력 집권의 정당성을 부여해 준 인사들이 한기총 태동의 주역이었다. 군사정권과 보수 기독교 세력의 상호 필요에 의해 탄생한 한기총의 정치적 편향성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며 이 단체의 역사성이 가지는 한계를 지적했다.

윤리적 문제로 들어가면 문제는 더 심각했다. 2010년 불거진 길자연 전 대표회장의 금권 선거 논란은 회원 교단의 대거 이탈과 한기총 해체 운동으로 이어졌다. 이 운동에 참여해 온 구교형 목사(성서한국 사무총장)는 "길 전 대표회장의 금권 선거로 인해 한기총 해체 운동이 일어났지만 그 전부터 임원선거에서의 금품 살포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런 문제에 대해 한기총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구 목사는 또 "이들은 산간벽지 교회 목사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대를 이어 목회하는 것이 무슨 세습이냐고 말해 왔다. 하지만 한기총 대표회장 출신들은 (도시의) 중대형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줬다"며 세습 행태를 비판했다. 김종희 대표는 "홍재철 현 대표회장의 학력 위조가 지난 해 말 CBS 기사를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무인가 신학교를 나와 예장 합동 교단의 편목 과정으로 편입되었음에도 총신대, 연세대 대학원 졸업 등의 허위 학력을 기재해 온 것이다. 그럼에도 한기총은 홍 목사를 올해 초 대표회장으로 당선시켰다. 이야말로 개인의 문제와 시스템의 문제가 얽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CBS TV 크리스천 NOW 30회 - '한기총의 정체는 무엇인가' 방송 화면. (CBS TV 크리스천 NOW 30회 방송 동영상 갈무리)
기독교계 안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인 이단 문제에도 연루됐다. 한기총은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이단으로 규정한 다락방 전도 본부의 이단성을 해제하고, 오히려 신천지에 맞서 싸우는 신현욱 전도사에 대한 이단성 조사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송주열 기자는 "한기총은 소속 교단인 예장 개혁이 다락방 류광수 목사를 받아들이자 이들의 이단성을 해제했다. 또 한기총은 통일교 출신 장재형 목사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WEA(세계복음주의연맹) 총회를 유치했고 장 목사를 이단이라고 비판하는 최삼경 목사를 역으로 이단이라고 규정했다. 신현욱 전도사에 대한 이단성 조사는 그가 최 목사와 함께 활동했기 때문"이라며 "한기총의 무분별한 이단 규정과 해제 작업은 정치적 성격이 짙다"라고 분석했다.

스스로 한국교회의 대표임을 자처하지만 그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갈수록 위상이 추락해가는 한기총. 구교형 목사는 "한기총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한국교회라는 이름을 이용해 왔다.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스스로를 해체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크리스천 NOW - 한기총의 정체는 무엇인가?’ 편은 CBS 홈페이지(www.cbs.co.kr/tv)와 유튜브, 팟캐스트로 다시 시청할 수 있다.

김동민 / CBS TV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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