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사진 왼쪽)가 전 총회장 서기행 목사를 맹비난했다. 홍 목사는 서 목사가 자신과 한기총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 의사까지 밝혔지만, 정작 서 목사의 반응은 시들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가 예장합동 전 총회장 서기행 목사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홍 목사는 5월 29일자 <기독신문>에 성명서를 발표해, 서 목사가 자신과 한기총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서 목사가 한기총에 대해 "WCC를 옹호하고 협력하며, 다락방을 영입하고 이단 해제했다"는 중상모략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목사가 길길이 뛰는 이유는 서 목사가 지난 5월 16일 'WCC 반대 보수 교단 연합회'를 조직하는 자리에서 홍 목사와 길자연 목사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예장합동 총회 WCC대책위원장이기도 한 서 목사는 이날 인사말을 전하면서 "한기총 홍 모 목사와 길 모 목사 등 4인이 WCC 10차 총회에 다 같이 참석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성명·결의·발표한 것은 WCC의 실체를 모르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홍재철·길자연 목사와 김삼환·김영주 목사가 지난 1월 WCC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것을 겨냥한 말이다. (관련 기사 : 예장합동 중심 반WCC 교단 연합회 출발)

하지만 서기행 목사가 공동선언문에 없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홍 목사는 주장했다. 한기총은 WCC에 협조하기는커녕, 2009년 WCC 총회가 부산으로 결정됐을 때부터 범교단적으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반대 운동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그는 "WCC 반대에 전력을 다해 온 한기총은 5월 11일 부산역 광장에서 '2013 WCC 부산 총회 반대 전국 대회'를 개최했다"며 "서 목사는 3년간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생뚱맞게 WCC 반대 연합회를 조직했느냐"고 내쏘았다.

홍 목사는 서 목사가 한기총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반대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전국 대회 설교를 서 목사에게 부탁했지만 서 목사는 거절은 물론 다른 사람도 대회에 못 가게 했다며, 도대체 왜 매사에 반대하느냐고 추궁했다. 또 "수차례에 걸쳐 한기총에서 WCC 반대 대회를 할 때마다 모든 보수 교단이 적극 협력하고 있으나, 유독 서 목사만은 철저하게 비협조적이고 이유 없는 불평·불만·미움·시기·증오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홍재철 목사는 득달같이 서기행 목사를 몰아세웠다. 그는 "한기총은 보수 신앙을 지키고 성경을 보전하며 WCC의 실체를 밝히는 데 모든 것을 다했다. 그런데 예장합동 WCC대책위원장 서 목사와 그 일행은 뭘 했느냐"며 "신앙은 행동하는 것이다. 책이나 쓰고 골방 안에 앉아서 떠든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WCC에 반대할 거라면 골방에 있지 말고 교계 전면에 나서라고 홍 목사는 주문했다. 그는 서 목사에게 △한기총이 WCC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로 파송할 'WCC 총회 철회 사절단'의 단장을 맡아 달라 △소극적으로 교단 안에서만 반대하지 말고 한국 교회 전면에 나서 달라 △WCC 부산 총회가 열릴 때 삭발식을 하려고 하는데 참여할 용의가 있느냐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홍재철 목사의 말은 아귀가 잘 맞지 않았다. 한국 교계 앞에 나서라는 주문과 달리, 은퇴 후에도 교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기행 목사를 책잡았다. 홍 목사는 서 목사에게 "이제 교단 정치를 내려놓아야 하지 않느냐. 은퇴한 사람은 모든 임원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예장합동의 헌법 정신인데 무슨 법으로 지금껏 (공직을) 맡아서 천국 문을 막고 있느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다락방 이단 해제에 대해서도 항변했다. 홍 목사는 한기총이 다락방 류광수 목사를 받아들인 게 아니라, 한기총 창립 멤버인 예장개혁 총회가 류 목사를 회원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장개혁 총회와 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의 연구로도 다락방의 이단성을 발견하지 못했고, 지난 1월 실행위원회에서 다락방을 받아들인 것은 투표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만약 한기총 회원 교단이 다시 문제를 제기하면 재조사한다는 전제도 깔려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락방에 대한 교단의 태도는 확고하다. 예장합동은 81회 총회 때 다락방을 이단으로 규정했다. 지난 1월 한기총이 다락방을 이단에서 해제했을 때도 총회 임원회·실행위원회·이대위에서 각각 다락방이 이단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교단 구성원들도 다락방 이단 해제에 대한 성토 여론이 높다. (관련 기사 : 다락방 이단 연루자 처벌 벼르는 9개 노회) 이런 상황에서 가입되어 있는 교단이 받아들인 것이지, 한기총 자체가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는 홍 목사의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

홍재철 목사는 신문 한 면에 빽빽하게 하소연을 늘어놨지만, 정작 표적이 된 서기행 목사는 시큰둥했다. 서 목사는 <마르투스>와의 통화에서 "한기총은 협의 기관에 불과하다. 아무 권한도 없다. 1년에 한 번씩 교단에서 파송 받는 사람들이 교단을 상대로 무슨 야단이냐"고 다그쳤다. 법적 소송까지 언급한 홍 목사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말 같은 소리를 해야 대응을 할 것 아닌가. 애들 장난도 아니고"라며 일축했다.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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