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긍정의 배신> /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 전미영 옮김 / 부키 펴냄 / 304쪽 / 1만 3800원

지금까지 한국 기독교의 기복주의의 뿌리를 국내, 즉 샤머니즘에 근거하여 분석한 책들이 좀 있었는데, 최근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의 기복주의 신앙의 뿌리를 파헤치는 연구서는 <바벨탑에 갇힌 복음>(관련기사 참조)이 대표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비록 비기독교인의 시각이긴 하지만, 한국교회의 기복주의를 떠받치는 기둥 중의 하나인 긍정의 신학의 기원과 발전 과정 연구에 통찰력을 주는 책이 나타났으니, 그것이 바로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이다.

바바라 에런라이크는 원래 미국 저임 노동자들의 암울한 노동 현장을 고발한 <노동의 배신>이라는 책으로 더 유명세를 탔지만 국내 독자들에게는 <긍정의 배신>이 먼저 알려졌다. 그러나 그녀의 배신 시리즈는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희망의 배신>이다. 오늘의 책은 생물학 박사 출신인 저자는 자신이 유방암으로 치료를 받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긍정은 우리를 어떻게 배신하는가

인생에서 성공은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을 거부하는 사람은 정상인은 아닌, 정신병자나 기인(奇人)이라고 치부될 것이다. 이것은 기독교를 믿는 신앙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부자가 되어야 하나님께 큰 영광을 돌린다는데, 긍정적인 믿음을 가져야 가난도 탈출하고 질병에서 나을 수 있다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모든 것이 마음먹기 달렸고, '절대' 신앙에 달렸다는데, 어쩔 것인가? 그런데 사실은 이러한 행복은 모두의 것이 아니라, 아주 극소수만이 '마치 복권 당첨처럼' 잭팟(Jack Pot)을 터뜨릴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그 배후에 있다. 더 인정하기 싫은 사실은, 긍정의 '신학'이 19세기의 칼뱅주의의 '부정의 신학'의 반작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인 것이다. 이제 칼뱅주의는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된다. 이 모든 게 '칼뱅주의' 때문이라니! 자, 그 논란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긍정이란 무엇인가

저자가 말하는 긍정적 사고에는 질병의 치유와 부와 성공이라는 세 가지 목표가 있다. 이러한 긍정적 사고는 전적으로 미국적 상황에 기반을 두는 것으로, 긍정 비즈니스와 긍정 신학이 이러한 세 가지 목표를 공유하는 양대 산맥이다. 

1) 체험: 저자는 우선 자신의 암 투병 경험으로 시작한다(제1장). 신자들뿐만 아니라, 비신자들도 암을 극복하는 데 긍정적인 사고가 중요하며, 심지어 암 투병이 인생의 '축복'이라고까지 주장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러한 주장은 대개가 교회에서 간증이나 설교할 때 사용되는 논리들이 아닌가? 심리적으로 심지어 의학적으로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재화적으로 부유하게 만들고, 병도 낫게 해 주는 만병통치 비법인가? 저자는 이러한 의문을 제기한다. 바이러스나 세균은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균이지만, 암 세포는 인체 내부에서 생기는 세포 덩어리다. 일부 심리학자들의 주장은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인간의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켜 암을 치료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로서 자기암시 같은 것이다. 그냥 태도의 변화이고 냉혹한 현실 인식을 수면 아래로 억누르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2) 긍정의 마인드: 긍정주의자들은 긍정적 태도를 가지거나 긍정적 상상만으로 바라는 것들의 현실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2장). 이러한 긍정주의는 대기업이나 판촉 비즈니스와 관련하여 인기 있는 아이템이다. 이것은 일종의 자기 계발로서, 매출 증대를 목적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긍정 이데올로기는 더 나아가서 마음이 우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허황된 과장 논리에까지 이른다.

3) 원인은 칼뱅주의?: 저자는 현대 미국의 긍정주의의 뿌리에는 부정 신학의 원조인 칼뱅주의가 있다고 주장한다(3장). 저자는 현대 긍정주의가 근대 칼뱅주의의 억압의 반작용으로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칼뱅주의의 죄책감에 대한 강조와 가부장적 억압으로 말미암아 당시 여인들은 만성 질환에 시달렸고 한다. 저자는 19세기 미국 상황을 심리적 육체적 질병이 만연했던 시기로 규정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등장한 사람이 칼뱅주의 신도인 농부의 딸 매리 베이커 에디(Mary Baker Eddy)로 크리스챤 사이언스의 창립자다. 그녀는 인간의 정신이 물리적 세계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한 입장을 따라 최초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그리고 20세기에 '긍정적 사고의 창시자' 노만 빈센트 필(원래 감리교 목사였지만, 화란개혁파 목사로 전환하였다)이 나왔다. 저자는 미국인들이 벗어나려고 애썼던 부분들이 죄와 감정에 대한 칼뱅주의적 자기반성(혹은 억제)과, 부정적 사고에 대한 긍정적 사고의 강한 억제의 산물들(일종의 반작용)이었다고 이해한다.

4) 동기 유발 프로그램의 진화: 종교적 심리적 측면에서 시작된 긍정의 사고는 기업과 마케팅 쪽으로 확장되었다(4장). 이것은 세일즈맨들을 중심으로 사업체의 교육 프로그램이 되었고 판매 전략이 되었다. 이러한 긍정의 마케팅은 화란개혁교회 교인이 만든 암웨이를 통해서도 잘 전파되었다. 이러한 동기 유발 프로그램은 주주 이기주의와 맞물려 사원을 (자극과 격려-동기 부여-를 통한) 하나의 판매 도구화로 이해하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또 이것은 불평하지 않고 수용하고 재배치되는 등의 정리 해고의 중요한 무마 수단으로도 사용되었다.

5) 긍정의 신학의 열매: 심판이나 십자가는 없는 부와 성공과 건강의 비결을 설파하는 대형 교회들이 등장하게 된다. 성공의 예들을 통한 긍정의 태도가 모든 사람을 긍정의 신학의 열매를 얻게 한다고 가르친다. 이들은 티비 설교가들이거나 대형 교회 설교자들이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한 명의 목사를 떠올려야 한다. 그는 수정교회를 창시한 미국 개혁교회 목사 로버트 슐러다. 그에 대한 언급은 나중에 다른 곳에서 하게 될 것이므로, 이번 서평에서는 언급만 하기로 한다.) 그중에 가장 유명한 목사가 조엘 오스틴이다. 그에게 하나님은 단지 그가 성공하도록 돕는 조력자에 불과하다. 저자는 긍정의 신학의 한 아류로 초대형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릭 워렌과 빌 하이벨스 목사도 언급한다. 이 대형 교회들의 특징은 교회 같지 않고 소비자들의 욕구에 철저하게 응하는 형태를 취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특징은 그 정점에 담임목사가 CEO로 있는 대기업 마인드가 강하다는 것이다.

6) 긍정적 사고를 넘어서: 여기에서는 다루지 않겠지만, 7장에서 어떻게 긍정적 사고가 미국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충격을 주었나를 다룬다. 우리는 뼈아픈 현실 인식과 비판적인 평가만이 미래를 더욱 긍정적이며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저자의 충고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결론

세상은 꿈꾼 대로 바라는 대로 심지어 기도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현실이다. 더 열심히 기도하고 더 열심히 교회에 헌신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목표가 부와 성공과 건강인가? 그것이 우리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믿음이나 열심을 통하여 달성될 것이라고 믿는가? 물론 그것은 이뤄질 수 있는 꿈이며 소망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신앙의 목표이며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며 우리를 향한 거룩한 계획인가? 하나님은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살아 계심을 드러내시고 반드시 그렇게 하시고자 하시는가? 설령 그것이 목표라고 하더라도 어째서 하나님은 개인과 교회와 사회적으로 우리의 땀과 피와 수고와 노력을 통하여 제도와 법과 인식과 문화의 개선을 통해 이루려 하지 않으시는가? 하나님은 우리가 기도와 긍정적인 사고에만 '투쟁'하도록 강요하고 계신가? 이러한 회의와 물음은 믿음 없음의 증거가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강요된 믿음 가운데 분별력을 잃었기 때문은 아닌가?

긍정도 믿음도 한국교회의 쇄락을 구원하지 못했으며 한국 사회나 경제를 회생시키지 못했다는 것이 서평자의 인식이다. 이 글을 읽는 '의식 있는' 기독교인들과 목회자들은 긍정의 신학에 물든 한국교회의 강단을 어떤 방식으로 개혁시켜야 하는가? 이것이 가장 큰 고민과제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고려해 봐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저자가 그 근거로 삼고 있는, 미국 역사에 나타난 부정의 신학뿐만 아니라, 긍정의 신학의 배후에 칼뱅주의, 청교도, 혹은 개혁주의 기독교에 대한 의혹이다. 이것은 의혹의 대상이 되는 개혁주의자들이 솔선해서 해결해 주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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