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투스>가 2012년 4월 13일 창간해 한 돌이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워낙 많은 일이 있어 몇 년은 지난 느낌입니다.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마르투스>만이 할 수 있었던 보도와 취재 중 겪었던 수난을 정리해 봤습니다. - 편집자 주

① 돈 때문에 비리가 주렁주렁

<마르투스>는 창간 당시, 당분간 예장합동의 '돈' 문제를 집중 보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취재거리가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던 것도 잠시, 교단에서 고인 물처럼 썩어 있던 굵직한 돈 문제가 줄줄이 터져 나왔습니다. 취재기자 두 명으로는 어림도 없을 정도로 말이죠.

총회세계선교회(GMS)와 은급재단부터 파고들었습니다. GMS 전 임원회가 2300여 선교사들이 모은 수십억 원의 돈으로 부동산을 구입하고 복지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창간 전에 터진 문제지만 <마르투스>는 선교사기금 얼마가 어디로 어떻게 쓰였는지, 선교사들이 얼마나 부당한 징계를 당했는지 보도했습니다.

은급재단 납골당 사업은 말 안 해도 아실 것입니다. 약 100억 원의 손실을 본 납골당 사업은 어떻게든 미수금 39억 원을 받고 손을 떼려는 중입니다. <마르투스>는 10년 치 은급재단의 총회 보고서를 다 뒤지고 관련 자료를 확보한 후, 어느 시기에 얼마가 납골당에 투자되었고 손해를 봤는지 알렸습니다.

공중 분해된 아이티 구호 헌금 30억 원도 다시 공론화시켰습니다. 사건은 2011년 9월 96회 총회에서 불거졌지만 <마르투스>가 2012년 5월 사태를 정리한 기사를 내보내면서, 핵심 인물이 입을 열었습니다. <마르투스>는 교단 인사들뿐 아니라 현지 선교사나 사업가를 직접 만나 아이티 상황을 듣는 등 입체적으로 취재·보도하려 노력했습니다.

▲ <마르투스>는 은급재단이 납골당 사업(사진 왼쪽)으로 인해 얼마의 손실을 입었는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의문점은 무엇인지 상세하게 보도했습니다. 아이티 구호 헌금 사태도 다시 공론화시켰습니다. 구호금 30억 원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밝혔습니다. (벽제중앙추모공원 홈페이지 갈무리, <마르투스> 자료 사진)

② 창간하자마자 고소, 밀려드는 소송 협박

<마르투스>는 벌써 소송을 경험했습니다. 에스더기도운동본부 이용희 대표가 지난해 4월 <마르투스> 대표와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신사도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에스더기도운동이 총신대 채플 강사로 초청됐다고 보도하니 바로 고소를 하더군요. 물론 그해 11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소송을 하나밖에 당하지 않은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1년여 동안 숱한 소송 협박을 받았거든요. 특히 정준모 총회장과 황규철 총무가 저희에게 소송 얘기를 많이 꺼냅니다. 황 총무의 인사말은 아예 "이제 우리가 민사 15부에서 만날 일만 남았다"입니다.

하지만 정작 고소장이 날아온 적은 없습니다. <마르투스>에 자주 오르내리는 분들은 소송을 걸어서라도 기사를 잠재우고 싶겠지만, 막상 소송에 걸릴 만한 거리가 없을 겁니다. <마르투스>는 '사실'과 '구체적인 정황'만 쓰니까요.

③ 탐라대가 그렇게 탐나나

▲ 총신대 재단이사회가 밀어붙이던 탐라대 매입은 97회 총회에서 부결됐습니다. 반대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마르투스 구권효

지난해 총신대 최대 이슈는 '탐라대 매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총신대 학부생·신대원생·직원들이 모두 반대한 옛 탐라대학교 구입을 재단이사회가 밀어붙였던 거죠. <마르투스>는 이미 취재를 진행 중이었고 6월 22일 이사회가 정식으로 결의하자마자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이후 총신대가 탐라대를 매입하기 위해 진행했던 사항도 충실히 담았습니다. TFT 위원 구성의 편파성이나 학생들의 목소리 등 다른 언론사들이 주목하지 않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들을 포착해 기사로 옮겼습니다. 결국 97회 총회 현장에서 탐라대 매입은 부결됐고, 총신 구성원들은 환영했습니다.

2011년 10월 불거진 인사권자 금품 수수 사건 이후 상황도 계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김영우 이사장은 의혹을 제기한 김지찬·이한수 교수에게 '보복성'이 다분한 발령과 징계를 내렸습니다. 두 교수는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모두 승소했습니다.

④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총무의 스캔들

▲ 97회 총회 전부터 황규철 총무에 대한 추문은 계속 나왔습니다. <마르투스>는 황 총무가 총회 석상에서 가스총을 빼드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단독 보도했습니다. ⓒ마르투스 구권효

작년 7월 총회 회관에 '똥물'이 뿌려진 이후, <마르투스>는 황규철 총무에 대한 추문들을 취재했습니다. 그 결과 황 총무의 존속 상해 혐의, 이혼 경력, 학적 문제를 비롯해 당회 없는 교회, 금권 선거 의혹 등을 상세하게 전했습니다.

97회 총회에서도 황 총무의 활약(?)은 돋보였습니다. <마르투스>는 황 총무가 총회 석상에서 가스총을 빼드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단독 보도했습니다. 또 총회 현장에 대규모 용역을 동원해 일일이 출입증을 검사하며 입구를 봉쇄했던 일과, 이를 규탄하는 교단 인사들의 모습을 기사로 만들었습니다.

⑤ 그날 노래방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 <마르투스>는 정준모·박충규·한기승 목사의 노래방 유흥 사건도 신중하게 보도했습니다. 세 목사가 노래방에서 여성 도우미와 함께 놀았다는 의혹은 교단 구성원들에게 충격과 슬픔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마르투스 구권효

97회 총회 직전 보도된 정준모·박충규·한기승 목사의 노래방 유흥 논란은 교단 구성원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는데요. <마르투스>는 의혹을 제기한 세 목사가 유흥을 즐겼다던 서울 방이동 소재 노래방을 직접 찾아가 관련자의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타 언론사보다 조금 늦긴 했지만 민감한 사항인 만큼 신중하게 보도했습니다.

기사가 나간 후 펄쩍 뛰면서 노래방에 "안 갔다"고 주장하던 세 목사는 "가긴 했다"로 말을 바꾼 상태입니다. 정 총회장은 "여성 도우미도 만나긴 했지만 같이 놀지는 않았다. 술도 안 마셨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별로 설득력은 없네요. 애초에 진실을 말하고 용서를 구했더라면 지금 총회는 어떻게 됐을까요?

⑥ 당신은 기자? 아니면 목사?

취재하기도 바쁜데 또 한 가지 저희를 시험 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예장합동을 대상으로 하는 언론사 기자들인데요. 특히 목사이면서 신문을 만드는 '기자 목사'들이 잊을 만하면 한번씩 태클을 겁니다. 본인들이 발행하는 신문에 <마르투스>가 어쩌니 저쩌니 훈수를 두는데요. 그들의 선정적인 기사는 일일이 상대하기도 싫습니다.

가끔 이 사람들이 기자인지 그냥 목사인지 헛갈릴 때가 있습니다. 총회 임원회에서 큰 소리로 길길이 날뛰며 <마르투스> 기자를 내쫓는가 하면, 정 총회장에게 접근하는 기자를 '교단 목사' 자격으로 가로막습니다. 기사라도 잘 쓰면 괜찮을 텐데, 기자 정신을 가지고 파고들어야 할 때 갑자기 "나는 기자이기 전에 교단 목사"라면서 보도를 안 합니다.

⑦ 취재 거부, 밀실 회의, 출입 금지

▲ 또 출입 금지를 당했습니다. 총회 회관에 공고문을 붙여 놓았더군요. 총회와 몇몇 인사들을 비판하면 총회 회관에 발도 못 들이는 건가요? ⓒ마르투스 구권효

얼마 전에 또 출입 금지를 당했습니다. 지난해 6월에 이어 두 번째인데요. 총회 임원회가 5월 9일 <마르투스> 기자들의 총회 회관 출입 금지를 결의했다고 하네요. 이번에는 총회 사무국에 발만 들여도 고소를 하겠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왜 이러는 건지 저희도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에는 총회장·총무와 말도 섞고 잘 지냈거든요. 아마도 봄 정기노회 결산 기사가 눈에 거슬린 듯합니다. 올라온 헌의안을 분석한 것뿐인데 본인들 얘기가 나오니 뿔이 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잘한다'고 쓸 수는 없지 않습니까.

사실 출입 금지 결의 전에도 임원회를 자유롭게 취재한 적은 없습니다. 요새 총회는 밀실 회의가 유행입니다. 총신대 재단이사회나 GMS 임원회도 마찬가지죠. 뭐라도 얻어 가려면 문 밖에서 귀동냥을 해야 합니다. 언론과 상생하겠다던 총회장의 약속은 정녕 거짓이었던가요.

이럴 때마다 참 아쉽습니다. <마르투스>는 누구를 공격하기 위해 기사를 쓰지 않습니다. 돈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분이 더 잘 아실 것입니다. 그저 진실을 알고 싶고 알려 주고 싶을 뿐인데 장애물이 많습니다. 이제 1년 지난 <마르투스>에게 100세 노인의 성숙한 태도를 보여 주시면 어떨까요?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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