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의 한 휴대폰 가게에 붙은 광고문. (사진 제공 이국진)

초파일이 다가올수록 대구가 불교 문화권이라는 사실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연등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대구의 거리를 밝히고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전기 절약하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며 크리스마스트리 등을 끄자는 운동이 기독교 내부에서 활발하게 일어났는데, 불교계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그런 운동은 없는 모양이다.

초파일을 맞이하여 이에 따른 상술도 여러 가지로 등장한다. 어제 반월당 지하 상가를 걷다 보니 휴대폰 가게에 이런 광고를 붙여 놓았다. "석가탄신일 기념 절에서도 터지는 LTE 초특가 행사!!" 그런데 그 밑에 덧붙인 말이 주목할 만했다. "목사님도 할인됩니다." 이 말이 얼마나 반갑던지…. 비록 나는 휴대폰 바꿀 날이 아직 멀었지만, 초파일 기념 행사를 하면서 목사님도 잊지 않겠다는 그 상술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놀랍게도 이 세상의 아들들은 지혜롭다. 석가탄신일 기념행사를 하면서 불자들의 마음만을 얻으려 했다가는 혹시라도 기독교도들로부터 외면을 당할까 봐, 슬쩍 "목사님도 할인됩니다" 문구를 붙여놓은 것이다.

아쉬운 것은 목회자들이 이 세상의 지혜만큼도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복음은 만민을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목회자들은 여러 정당 가운데 특정 정당만을 노골적으로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 쉽게 목격된다. 반대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기독교를 개독교라 비판하는 것은 우리가 자초한 일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어떤 정당을 다른 정당보다 더 지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이 복음도 그 정당 편이라는 것으로 오해받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복음은 어떤 정당을 지지하느냐와 상관없이 필요한 것이다. 휴대폰은 불자들만 사용할 것이 아니고 목사님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듯, 복음은 모든 민족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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