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윤리연구소가 돈과 권력에 집중된 한국 기독교계 정치 문제를 짚고, 교회 정치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5월 9일 명동 청어람에서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한국교회의) 잠재 역량이 건설적인 영향을 끼치게 하기 위해서는 교회와 교단의 건전한 정치가 필수적이다."

한국교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 금권 선거, 학연, 지연 등이 만연한 한국교회 정치 풍토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공동대표 임성빈 교수(장신대 기독교윤리학)의 진단이다. 기윤실 부설 기독교윤리연구소(이상원 소장)는 돈과 권력에 집중된 한국 기독교계 정치 문제를 짚고, 교회 정치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5월 9일 명동 청어람에서 개최했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금권 선거다.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는 교단에서 선거 제도를 개선해도 금권 선거가 끊이지 않는 현실을 고발하며 선거법 위반 시 징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품을 주거나 대접하는 등 선거법을 위반하면 총회나 노회의 대의원 입후보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교단 내 직무를 맡지 못하게 하는 실질적인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단장이 임기를 마치면 신학대 이사장을 맡는 관행 등 교계 지도자들의 특권을 최대한 줄여야 선거 과열을 줄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징계 조항 강화와 분쟁 해결 시스템 필요…교단 재판에 법률 전문가 포함시켜야

▲ 지형은 목사(사진 왼쪽)는 교회 공금이 함부로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 교계의 공적인 재정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이상민 변호사(사진 오른쪽)는 교회 분열로 인한 소송 등을 내부에서 해결하기 위해 교회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지 목사는 일부 목사나 장로들이 교단이나 교회의 공금을 공돈으로 쓰는 재미에 맛을 들였다고 꼬집기도 했다. 소위 '정치꾼'들이 공금을 함부로 쓰는 일을 조직적으로 하고, 그 구조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집단을 만든다는 것이다. 지 목사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교계의 공적인 재정 규모를 줄이거나 재정 감사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교회나 교단 내 분쟁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것도 교회 정치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이상민 변호사(법무법인 소명)는 최근 교회나 교단 내 분쟁을 사회법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변호사는 교회법을 정비하는 것이 교회 분열로 인한 소송, 교단 임원 선거와 관련한 소송 등을 내부에서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법적으로 교회 분쟁 해결 시스템을 만들고, 권징 조례를 명확하게 만들어 징계받은 것에 승복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교단 재판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법률 전문가나 외부 인사를 재판국의 구성원에 포함시키는 방법도 제시했다.

직분 평등성 실현, 공동체적 정치력 훈련

이날 심포지엄 발제자들은 교회 정치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데도 머리를 맞댔다. 임성빈 교수는 종교개혁 정신에 따라 평신도들의 교회 내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사를 교회 내부 사역에만 관여하는 직분이나 장로나 권사가 되기 위해 기다리는 대기직으로 이해하는 풍토를 극복하고, 평신도 지도자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교회 정치에서 소외되고 있는 여성과 청년들도 정당하게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 교회 정치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임성빈 교수(사진 왼쪽)는 평신도들의 역할 회복을 강조했고, 배종석 교수(사진 오른쪽)는 교회 직분의 평등성과 공동체 원리에 따른 정치력 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배종석 교수(고려대 경영학과·기독경영연구원 원장)는 교회 내부적으로 '직분의 위계화와 지배적 리더십'을, 외부적으로 '권력화된 이기적 기독교'를 지적했다. 권위주의나 교권주의를 벗어나 섬기는 리더십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 안에서 목사·장로·안수집사·서리집사 등과 같은 직분의 평등성을 실현하고, 위계의 논리가 아닌 공동체 원리에 따른 정치력 훈련 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제도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교회 구성원들이 교회의 본질을 살리고 정치적으로 성숙해야 한다고 했다.

참석자 김정우 씨(백석대 신학대학원 재학)는 목회자의 성적 타락이나 교회 재산 유용 등 윤리 문제에 대한 권징 규례가 교회법에 포함되어야 한다며 교계에서 지침으로 삼을 만한 교회법 개정안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기독교윤리연구소는 2011년부터 심포지엄을 개최해 왔다. 일부 중·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물욕·성욕·권력욕의 노예가 되어 한국교회를 병들게 하고, 사회의 지탄을 받게 하는 것에 경각심을 품고 시작했다. 이번 심포지엄 '목회자와 교회 정치'는 '목회자와 돈 문제(2011년)', '목회자와 성 문제(2012)'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 행사다. 기윤실은 세 번의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자료들을 엮어 바람직한 목회자 윤리를 알리는 책자를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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