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학교 재단이사회(김영우 이사장)가 김지찬·이한수 교수에게 내린 징계를 법원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두 교수가 징계를 당할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4월 30일 무효를 선언했다.

이사회는 작년 6월 12일 학생들을 선동했다는 명목으로 두 교수에게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다. (관련 기사 : 총신대, 김지찬·이한수 교수 '학내 사태 선동죄'로 감봉) 두 교수는 바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위)에 감봉 처분 취소 소청 심사를 청구했고, 소청위는 지난해 9월 감봉보다 한 단계 낮은 견책으로 변경했다.

재단이사회는 김지찬·이한수 교수가 교수의 성실 및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를 댔다. 당시 이사회가 구성한 교원징계위원회(징계위)는 두 교수가 △2011년 11월 15일 신대원 원우회와 교수협의회 주최 '총신대 인사 관련 금품 수수 건에 관한 공동 기자회견' 참여 △11월 4일 송전탑 문제와 직원 인사 금품 수수 관련 재단이사장 및 재단이사 재선임 반대 시위 동참 △11월 4일 수업을 불이행했고, 이로 인해 신대원생들이 2011년 2학기 수업과 기말고사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결론지었다.

김 교수와 이 교수는 징계 절차와 사유에 문제를 제기했다. 사립학교법과 총신대 정관에 의하면 교원을 징계할 때는 징계 사유를 기재한 설명서를 송부하고 당사자의 진술을 들어야 하는데, 징계위는 징계 사유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 두 교수를 소환하는 데 실패했고 진술도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두 교수는 기자회견과 시위에 참여는 했지만, 학생들을 선동하지 않았고, 수업도 진행했으며, 학생들이 수업·기말고사를 거부한 것은 스스로 결정한 사항이라고 맞섰다. 징계는 단지 자신들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두 교수는 덧붙였다.

법원은 절차적 하자는 없다고 판단했으나 정당한 징계 이유는 찾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가 되는 기자회견과 시위 참여는 김영우 이사장과 정일웅 총장의 뇌물 수수 의혹을 불식시키려는 목적이었음을 법원은 인정했다. 당시에는 이사장·총장의 비리 의혹으로 학생들이 수업에 참석하지 않고 시위를 하는 등 정상적인 학교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기자회견문에도 해명을 촉구해 학내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가 드러났고, 이사장과 총장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거나 학생들을 선동하는 듯한 표현은 없었다고 법원은 적시했다.

학생들이 수업과 기말고사를 거부한 행동도 두 교수와 연관 지을 수 없었다. 신대원생들은 2011년 11월 17일 임시총회를 소집해 자유 투표를 실시, 참석자 658명 중 512명의 찬성으로 수업 및 기말고사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법원은 이 결정에 두 교수가 영향을 끼쳤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했다. 또 두 교수 모두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한 기간에도 대부분 수업을 진행했으며, 김 교수의 경우 한 차례 수업을 못한 것도 학생들 대부분이 집회에 참석해 수업에 출석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오히려 이사회가 두 교수를 소위 '괘씸죄'로 징계한 정황도 포착된다. 시위에 참석해 두 교수와 함께 징계위에 회부됐던 김광열·문병호 교수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사회는 이들이 학생들의 수업 거부와 관계없이 학생 지도 차원에서 교수협의회 임원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광열·문병호 교수는 김지찬·이한수 교수와 달리 징계위의 소환 조사에 협조한 바 있다. 두 그룹의 유일한 차이는 소환 조사 출석 여부였지만 학생 지도와 선동이라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총신대 재단이사회가 김지찬·이한수 교수에게 내린 징계나 발령이 모두 '전횡'으로 드러나고 있다. 2011년 10월 <뉴스앤조이>가 김영우 이사장과 정일웅 총장이 연루된 금품 수수 사건을 보도한 후 총신대 학생·교수·직원들이 해명을 촉구하며 들고일어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사회는 유독 두 교수만 징계했다. 또 이사회는 김 교수를 학부 신학과로, 이 교수를 목회대학원으로 발령하는 '좌천'식 인사를 강행했다. 이 인사 처분도 '보복성 인사'였음이 점점 밝혀지고 있다. (관련 기사 : 총신 '보복성 인사' 의혹, 다시 불거져)

두 교수는 보복성이 다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징계와 발령 모두 금품 수수 의혹을 해명하라는 기자회견과 시위에 참석한 대가라는 것이다. 두 교수는 재단이사회가 징계·발령 무효 소송에 대해 계속 상소할 것이라 예상했다. 한 교수는 "항고했다는 명목이라도 확보하려 들 것이다. 김영우 이사장이 목사 부총회장에 출마한다고 하는데 교수들과의 소송에서 패소했다고 소문나면 곤란하지 않겠나"라며 "이사회야 어차피 소송 비용도 학교 돈으로 쓰니 아쉬울 게 없을 것"이라고 혀를 찼다.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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