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 실행위원회는 지난해 9월, 97회 총회 현장에 용역 사용을 허락하는 악수를 뒀다. 황규철 총무는 실행위 결의를 등에 업고 총회 당일 대규모 용역을 고용했다. 예장합동은 '용역 총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관련 기사 : 용역에 둘러싸인 예장합동 총회)

실행위는 총회 결의를 무시하기도 했다. 지난 2월 27일 회의에서 총회 임원 입후보 자격 중 97회 총회에서 결의했던 '세례 교인 500·300명 이상 교회 시무자'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1300여 명의 총대들이 결정한 사항을 고작 실행위원 50여 명이 뒤집었다. (관련 기사 : 총회 결의 무시한 선거법 개정)

이단에 연루된 전력이 있는 홍재철 목사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후보로 추천한 것도 실행위다. 진주노회는 97회 총회에 "보수 교단성을 훼손하고 대내외적으로 이단 옹호자로 거명되는 인사를 후보로 추천한 것이 합당한지" 질의하기도 했다.

▲ 노회들이 총회 실행위원회를 물갈이해야 한다는 헌의를 쏟아냈다. 한 노회에서 두 명이 실행위원을 할 수 없게 하고 3년 임기가 끝나면 연이어 할 수 없도록 하자는 헌의와, 실행위원을 노회장들로 바꾸자는 헌의가 많았다. ⓒ마르투스 이명구

총회 결의를 무시하고 교단 신학마저 져버리는 실행위에 노회들은 메스를 들었다. 10개가 넘는 노회가 봄 정기노회에서 실행위원회를 전반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헌의를 쏟아냈다. 노회들은 실행위원 구성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행위원을 노회 별로 골고루 배치하고 임기를 확실히 지켜야 한다는 노회가 많았다. 김천·남대구·남부산동·대경·여수·중부산·진주노회는 "실행위에 한 노회에서 2명이 들어갈 수 없게 하고 3년 임기를 마치면 연임할 수 없도록 하자"고 헌의했다. 만약 임기를 마치고 바로 다시 실행위에 들어갈 경우 3년 동안 총대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했다.

경북·경서·김제·대구중노회는 실행위원을 노회장들로 바꿔야 한다는 헌의안을 내놨다. 특히 경서노회는 실행위를 3년조로 운영하되 3개 지역 구도 노회장 회의에서 추천한 10명씩 30명의 노회장으로 구성하자고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이를 위해 전국노회장협의회를 총회 산하 기구로 허락해 달라고 했다.

총회 규칙에 따르면, 실행위원은 총회 임원과 실행위 지도위원들이 선정하게 돼 있다. 97회기 실행위원 3년조는 총회 임원들이 추천하고 정준모 총회장이 최종 결정했다. 21명 중 정 총회장이 따로 6명을 추천했다. 총회장·총무 성토 여론이 유난히 높았던 때였지만 강흥찬·고광석·박상득·이영신 목사 등 총회장과 총무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실행위원 자리를 차지했다.

총회장과 총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아도 대부분 총회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 실행위원을 꿰차고 있다. 2년조 이형만 목사는 실행위와 동시에 특별위원회 3개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1년 GMS 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정치부장 하귀호 목사도 이번에 실행위 3년조로 편성됐다.

매년 위원 1/3을 개선하는 원칙이라도 잘 지켜야 하는데 이마저도 유명무실하다. 남태섭·박상훈·유태영 목사, 신수희·조재근 장로 등은 4~5년 연속 실행위원을 했다. 게다가 지난 회기 총회 부총회장 이완수 장로, 서기 고영기 목사, 회록서기 이성택 목사는 이번에 실행위원 3년조로 선정됐다. 은퇴하지 않는 이상 이들도 4~5년 동안 실행위원을 할 것이다.

비슷한 인물들, 총회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목사들이 '회전문'처럼 실행위를 돌고 있다. 총회 일을 잘 아는 사람들이 실행위원 같은 중책을 맡아야 한다는 이유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이렇게 실행위원이 된 사람들은 전국 교회의 목소리를 회의에 반영하지 않았다.

노회들은 실행위원 물갈이를 원했다. 실행위 관련 헌의안을 올린 노회 한 목사는 실행위원을 노회장으로 개편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노회장들이 실행위원이 되면 민심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무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금방 메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회 수뇌부인 실행위를 획기적으로 개혁하자는 헌의가 98회 총회에서 얼마나 논의될 수 있을까. 97회 총회에서도 실행위의 월권을 지적하고 실행위를 폐지하자는 헌의가 5개나 나왔지만 논의조차 없이 기각됐다. 헌의안을 올렸다고 해서 저절로 고쳐지는 건 아니다.

실행위 관련 헌의를 내놓은 노회 한 목사는 총대들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두 개도 아니고 10개 이상 올라간 헌의를 일부 정치꾼들이 기각하려 한다면 본회에서 총대들이 거세게 항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목사는 "이번 한 번으로 완전히 바뀌지는 않겠지만 줄기차게 헌의하고 본회에서 발언해 조금씩이라도 개편하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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