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국에 있을 때였다. 내 사무실은 주일학교 방 바로 옆에 있었는데, 내 사무실에는 늘 꼬마들이 들락날락 거렸다. 당당하게 내 방 문을 열고 들어와 손을 내밀면 나는 꼬마 아이들에게 젤리빈 사탕 항아리를 열어 주었다. 그리고 가지고 가고 싶은 만큼 마음껏 가져가라고 했다. 꼬마 아이들은 행복한 모습으로 한 움큼씩 젤리빈을 가지고 나가면서 장난스런 목소리로 내게 고맙다고 소리치며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한국에 와서 가장 아쉬운 것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꼬마 아이들이 내 방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 방의 위치가 교회에서 가장 찾기 힘든 곳에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내 방에 들어가려면 사무실을 거쳐서 들어가야만 하니, 꼬마 아이들이 내 방에 들어올 수 없는 구조다. 예배를 마치고 교우들과 인사하려고 서 있으면 부모님들은 꼬마 아이들에게 목사님에게 인사해야지 하고 시키는데, 꼬마 아이들은 나를 거들떠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부모들의 인사 강요는 꼬마의 마음속에 담임목사란 억지로 인사를 해야만 하는 귀찮은 존재임을 각인시켜 주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꼬마들은 안다. 누가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인지를 말이다. 젤리빈을 마음껏 주는 사람에게는 그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다가와서 인사를 하고 아는 척을 한다. 그러나 피부로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에게는 다가가려고 하지 않는 법이다. 우리 교회 꼬마 아이들에게 인정을 받는 목사가 되고 싶은데, 내가 과자를 줄 기회는 쉽지 않고, 부모님은 내게 억지로 인사를 시키니 아이들이 내게서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

어느 교회이든지 교회에 사랑이 없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누군가 나를 아는 척 해 주고 살갑게 맞이하고 반겨 주었으면 하는데, 아무도 아는 척하지 않으니 나오는 소리일 것이다. 예전에 어떤 목사님은 교인들로부터 인사를 잘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 목사님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일부러 인사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어쩌다 실수로 보지 못한 것일 텐데, 인사 안 하는 목사로 낙인이 찍히니까 말이다. 나는 다행히 인사를 잘하는 편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웃는 모습으로 늘 눈을 맞추며 인사하려고 하니까, 인사를 잘하는 목사라는 소리를 듣는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나도 예전에는 인사 안 하는 목사라는 낙인이 찍혀서 고생한 적이 있었다. 어쩌다가 실수로 보지 못해 인사를 하지 못한 것일 텐데, 그분은 기분이 상해 버렸고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그분에게 더욱더 인사를 잘 하려고 무척 신경을 썼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그 이후로도 그분에게 인사하지 않았다는 불만을 들어야 했다. 마치 그분은 내가 인사를 하나 하지 않나 지켜보는 것만 같았다.

만일 누군가 내게 인사를 하나 하지 않나, 나에게 관심을 가져 주는가 갖지 않는가를 따지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불행할 것이다. 내게 사랑을 해 달라고 요구하면 요구할수록 우리는 사랑에 갈급하게 되고,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다.

방법은 있다. 그것은 내가 먼저 다가가 인사하는 것이고,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 왜 내게 사랑을 보여 주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트릴 일이 아니고, 내가 그 동안 다른 사람들을 향하여 제대로 된 사랑을 베풀지 못했음을 한탄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사람들이 나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고, 사람들이 나에게 아무런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만큼 내가 먼저 다가가 사랑을 베풀지 못했음을 자책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교회의 꼬마 아이들이 나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은 꼬마 아이들이 버릇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건 내 잘못이다. 아직 내가 꼬마 아이들에게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사탕을 들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그들에게 아직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위선의 옷을 벗고 꼬마 아이들에게 다가간다면, 부모가 내게 억지로 인사하라고 시키지 않아도 꼬마 아이들이 먼저 내게 달려올 것이다.

사랑이란 청개구리와 같다. 사랑을 자꾸만 달라 하면 사랑이 갈급해지는 것이고, 사랑을 자꾸만 퍼 주면 사랑이 풍성해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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