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행한 총신대학교의 교수 인사 발령이 '보복 인사'였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김지찬 교수가 지난 1월 학교를 상대로 승소한 데 이어, 이한수 교수도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겼다. 서울행정법원은 4월 8일 이 교수의 소청 심사 청구를 각하한 소청위의 결정을 뒤집고 "심사를 개시하라"고 주문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소청위는 이 교수를 발령한 처분이 적법한지 심사해야 한다.

총신대 김영우 이사장은 신학대학원에서 신약신학을 가르쳐 왔던 이 교수를 지난해 2월 21일 목회신학전문대학원 설교학 전공으로 발령했다. (관련 기사 : 총신대, 김지찬·이한수 교수 '보복 인사' 하나) 이 교수는 바로 소청위에 소청 심사를 청구했지만 소청위는 이를 각하했다. 이 교수의 청구가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 제9조 1항의 "징계 또는 그 밖에 교원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이에 이 교수는 행정법원에 소청위의 각하 결정을 취소시키는 소를 제기한 것이다.

법원은 이 교수의 손을 들었다. 법원은 이 교수와 김지찬 교수가 김영우 이사장의 사과 요구를 거부한 것이 이들의 소속 변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두 교수는 김 이사장과 정일웅 총장이 연루된 인사 청탁 금품 수수 의혹 해명 요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바 있다. 김 이사장은 두 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두 교수가 이를 거부했고, 바로 그날 두 교수의 소속 변경이 이뤄졌다. 이 문제에 대해 법원은 지난 1월 '보복성 인사' 판결을 받은 김 교수의 소송도 거론했다. (관련 기사 : '보복성 인사'로 드러난 총신 교수 발령)

신약 전공인 이 교수를 전공과 다른 곳으로 보낸 것도 보복성 인사 의혹을 짙게 했다. 이 교수는 1989년 총신에 교수로 발을 들인 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신대원에서 신약신학을 가르쳤다. 이런 이 교수를 실천신학, 그것도 설교학 교수로 보내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처분이었다. 법원은 "이 교수가 설교학에 대해서는 특별한 전공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이 교수의 전공 및 연구 분야, 연구 실적, 처분의 경위 등에 비춰 볼 때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에 속하는지 상당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결론 내렸다.

수업 내용이 정해지고 학생들의 수강 신청이 거의 완료된 2월 말에 교수 소속을 변경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이 교수가 발령될 당시 목회대학원에는 이 교수가 강의할 자리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이 교수의 소속을 변경해야 할 뚜렷한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7년제 교육과정'을 위해 발령했다는 해명도 근거가 빈약했다. 학교 측은 줄곧 교수들의 소속 변경이 신학 전공 7년제 커리큘럼 개발 및 실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절차였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7년제 교육과정은 위원회를 구성하고 연구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김 이사장은 위원회가 구성되기도 전에 이 교수의 소속을 변경했다. 학교는 작년 11월에야 7년커리통합위원회를 구성해 연구에 착수했다.

법원은 이 교수의 소속 변경이 이 교수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법원은 "대학교수의 사용자인 학교 법인이 업무지휘권 등을 행사하는 데 지장을 가져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오로지 소속 대학교수를 본연의 업무에서 배제하려는 의도하에 강의 과목 및 시간을 배정하지 않아 강의할 수 없게 하는 행위는 교원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소청 심사를 각하한 소청위의 결정은 위법하다고 법원은 결론지었다.

지난 1월 김지찬 교수에 이어 이번 이한수 교수의 소송 결과를 들은 신대원생들은 학교가 인사권 전횡을 그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학생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발령인데 재단이사들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더 이상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말고 교수들을 신대원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신학교 인사권을 사회 법정에서 판단하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 대법원까지는 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예장합동 98회 총회 부총회장 후보로 출마한 김영우 이사장은 이에 대한 말을 아꼈다.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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