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시작하다 보니, 2007, 2008년 차별금지법 제정이 무산되던 때가 생각난다. 그로부터 5~6년 흐른 2013년 4월 현재. 4월 10일 즈음 국회에 차별금지법이 상정될 예정이라는 소식과 함께 그동안 줄기차게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이들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하나도 변하지 않은 그들을 확인하게 된다. 물론 그 사이 학생인권 조례, 아동 청소년 인권법 제정 때도 어김없이 등장했던 이들이다.

그들은 기독교인들이다. 그들은 차별금지법이 반인륜적, 반사회적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한다. 대신 북한인권법이라면 OK라고 한다. 군대 내 성범죄를 방관하는 법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한다. 국민 의견을 무시하고, 국가 정체성에 혼란이 와서 결사반대한다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기독교인이다.

나는 왜 그들을 기독교인이라고 부르는가? 그 증거는 이럴 때마다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공동행동 강령을 보내는 루트가 교회이며, 한기총, 에스더기도운동본부, 한국교회언론회, 큰믿음교회 등이 거품을 물고 조중동에 광고를 내고, 서명서 양식을 유포하는 등 기독교계가-아! 사실 기독교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창피하다! 차별을 하지 말자는데 기독교인들이 이 난리라니!-돈을 대고, 사람들을 움직이고 있음이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1)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에 대해 차별 금지 2) 성적 지향(동성애), 성 정체성(트렌스젠더)에 대한 차별 금지 3) 전과자에 대해 차별 금지이다.

그들의 반대 이유는 늘 그러했듯이 비약과 과장, 내지는 협박이 담겨 있다. 논리적이며 설득력 있는 반대 사유를 찾아보기 힘들다.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주체사상 신봉자들이 국회와 공직에서 자유롭게 적화 활동을 하게 되므로 국가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했다. 3대 세습 독재에 반대하는 사람을 억압하고 처벌하게 된다고 하는데, 이 사람들아! 3대 세습 독재는 나도 비판합니다.

전과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미성년자 성폭행 전과자, 간첩죄, 반국가적 범죄자들-아마도 국가보안법을 말하는 것 같다-이 교사나 공직에 임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들이 일관성이 있으면 좋겠다. 비리의 온상처럼 여겨지는 기독교 내의 성직자 범죄들과 관련해서도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말이다!

이들의 주장 중 마지막인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이 내 글의 주안점이므로 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글을 이어가 보도록 한다. 이들은 시종일관 차별금지법을 '동성애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차별을 금지하는 사유 중에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이 들어가는 것만으로 동성애가 창궐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겁박에 더해 '동성애=항문 성교'라는 것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이 통과가 되면 학교에서의 성교육 시간에 항문 성교를 가르친다는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항문 성교를 가르친다는 학교의 실상을 보자.

Advocates for Youth라는 단체의 웹사 이트에는 매사추세츠(Massachusetts)의 성교육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매사추세츠는 성적 지향을 기반으로 한 학교에서의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첫 번째 주(state)이다. 또한 매사추세츠는 동성혼 법안을 만든 첫 번째 주이기도 하다.

성교육 제도 - 매사추세츠 법은 성교육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교육위원회는 '광범위한 건강 교육' 프로그램 안에 HIV 예방 방법을 강조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 가르치는 성교육 프로그램에는 HIV/AIDS 예방, 임신 예방, 그리고 사운드 헬스 프랙티스를 포함해야 하며, 성적 지향에 대한 올바른 용어(예를 들어 이성애, 게이, 레즈비언)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웹 사이트 바로 가기)

구체적인 성교육 자료들 역시 찾아보면 확인이 가능하리라고 보는데, 모든 교육 내용은 저들이 말하는 조장이 아닌 '예방'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는 이성애든 동성애든 모두에게 필요한 내용이다. 또한 동성애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하는 것이 동성애자들이 학교 교육을 통해 양산될 것이라는 선동은 여전히 동성애에 대한 무지와 함께 '혐오'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국회의원은 김재연, 김한길, 최원식 의원 세 사람이며, 삼천만 원 벌금 이야기는 김한길 의원의 법안에 있는 삼천만 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차별행위를 중지하고, 피해를 원상 복귀하며, 차별 행위 재발 방지에 대한 일차적인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3천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고의적인 차별 행위나, 지속, 반복적인 차별 행위, 차별 피해자에 대한 보복 등을 하지 않으면 강제금을 낼 일이 없는 사안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주장을 통해 동성애란 후천적 환경 요인으로 학습, 개발되며, 도시 청소년이 동성애자 비율이 높고, 게이들의 평균 수명이 짧으며, AIDS 감염률 100배-2010년에는 730배로 주장, 그 사이 7배나 낮아진 이유는 무엇일까?-이며 암발병률이 2배에 달하는 등 동성애는 일종의 질병 내지는 질병을 유발하는 사회악이며, 성 소수자는 치유와 회복이 필요한 존재라는 낙인 찍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왜 저들은 차별금지법에 이다지도 '올인'하는 것일까? 저들의 뿌리는 미국의 근본주의 기독교와도 맥을 같이한다. 근본주의 기독교는 보수적인 우파 정치인들과 밀접하며 그들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저들은 '동성애'뿐 아니라, 그동안 4대강 찬성, 사학법 폐지, 국가보안법 존치, 종교차별금지법 반대, 북한인권법 제정, 한·미 FTA 비준 찬성 등등 정치·사회적 사안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 왔다.

이미 저들은 정치권을 쥐락펴락하는 권력을 쥐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새누리당을 제외한,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등을 싸잡아 '공산당식'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저들은 혐오와 폭력을 '민주주의 국가에서 허용되는 건전한 비판'이라고 착각하고 있으며,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성경을 근거로 한 올바른 믿음의 실천이라고 맹신하고 있다.

성서가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다는 근거와 그에 대한 해석에 대한 반박은 몇 해 전 <뉴스앤조이> 인터뷰나 여러 글들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기에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나는 매주일, 아니 새벽 기도, 큐티 등 매일 성경을 대하는 이들이 예수의 '이웃 사랑'과 사도바울의 '차별 없음'에 대한 선언에 대해서 모를 리 없거늘 유난히 성 소수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혐오 행위를 멈추지 않는 것은 '희생양 만들기', '죄인 양산하기'로 자신들의 입지를 견고히 쌓고 이로 인한 물적, 인적 토대를 확대 재생산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본다.

올해는 육우당을 보낸 지 10주기가 되는 해이다.(자세한 내용 바로 가기)

육우당이 누구인가? 2003년 4월 25일. 그 즈음에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애를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 기준으로 넣은 것이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이니 삭제해야 한다고 권고했고, 이에 대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동성연애는 에이즈를 퍼뜨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유황불로 심판받는 죄악이다, 이런 죄악은 패가망신케 한다, 창조주인 하나님에 대한 도전이다" 등을 공식 입장이랍시고 발표했다.

육우당은 "수많은 성적 소수자를 낭떠러지로 내모는 것이 얼마나 잔인하고 반성경적이며 반인류적인지"라고 그의 삶을 걸고 외쳤다.

그들은 육우당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이들에게 "동성애자를 정죄하려는 뜻은 없었다"라는 변명 측에도 못 드는 그리고 전혀 종교인답지 못한 말과 태도를 보였다.

그렇다. 저들은 10년이 지나도록 그 태도나 인식에 전혀 변화가 없다. 왜냐하면 그릇된 종교적 신념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편 94편에서 시인은 호소한다. "그들은 과부와 나그네를 죽이고, 고아들을 살해하며..." 당시 사회적 약자의 대표 격이었던 이들과 함께 오늘날의 사회적 약자에는 '성 소수자'도 포함된다. "당신의 백성을 외면하지 않으시며, 당신의 소유를 버리지 않으실 것입니다." 당신의 백성이자 소유에 '성 소수자'가 배제될 수 없다.

"무죄한 사람에게 죄를 씌워 처형하려 합니다." 성 소수자라는 존재 자체가 죄가 될 수 없다. "누가 나를 위하여 일어나서 악인을 치며, 누가 나를 위하여 일어나서 행악자들을 대항할까?"

차별금지법 제정 자체가 악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지름길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이들에게 묻는다. 예수께서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라고 하셨겠는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지지하셨겠는가?

지난 2011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한국인 차별 관련 연구 조사에서 한국에서 가장 심각한 차별 유형으로 학력과 학벌에 이어 동성애가 두 번째로 차별이 많은 유형에 해당한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평등. 이는 성경 역시 증거하는 바이다. 이 사회의 근본주의 기독교는 성경을 따르는 것이 아닌 성경에 반하는 폭력 행위를 조장하고 있음을 속히 깨달아 성찰과 회개의 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 故 육우당의 사진과 유품들. 2012년 청소년 성 소수자 무지개 봄꽃 피우다 캠페인에서 19살에 세상을 떠난 회원 고(故) 육우당과 고(故) 오세인의 유품을 추모 공간에 전시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곽이경 2012.04.24
오는 4월 25일 고 육우당 10주기 추모 기도회가 열릴 예정이다. 기독교인의 성찰과 회개, 그리고 다시는 종교의 이름으로 사회적 타살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노라는 결단을 담게 된다. 이 날 진심으로 애통해하고 함께 울 수 있는 기독교인들이 많이 오시기를 바라 본다.

타락교회 / 육우당

예전에 마틴 루터가 목숨 걸고 개혁했건만 헛고생이라네. 그가 이 꼴을 봤더라면 얼마나 탄식했을까.

목사는 복음 말씀 뒷전이요 썩는 눈에 보이는 건 헌금뿐이라. 교회 확장 눈독 들여 없는 형편에 교회를 짓는 건지 궁전을 짓는 건지. 과거에 성 교회가 부패했던 까닭을 아는가 모르는가. 애꿎은 신도들 주머니는 새털처럼 가벼워지네. 어디 그뿐이랴. 우상타파 핑계로 몇 천 년 이어온 조상 제사 금지하여 제사상 엎어 버리고 우리 민족 상징인 단군 상 목 베어 야만스런 행위를 서슴지 않는구나. 공공장소에서는 예수 천국 불신 지옥 고막 터져라 외쳐 대니 믿으려던 사람마저 등 돌리네.

정말로 댁들이 옳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넉넉잡아 백년 뒤에 봅시다. 누가 과연 천상에서 영광을 누리는지.

- 故 육우당 추모 시집 <내 혼은 꽃비 되어> 중

 임보라 / 섬돌향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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