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으로 온 이후 지금까지 쉬지 않고 기도했던 기도의 제목 가운데 하나가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그 기도의 제목은 내가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 있으면서 섬겼던 교회에 대한 기도였다. 어제 있었던 공동의회에서 새로운 담임목사를 84%라는 지지로 청빙하기로 결의하였다고 한다.

사실 내가 남부교회로 청빙을 받으면서 가장 마음이 쓰였던 것은 남부교회에 가서 앞으로 어떻게 사역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미국 교회가 안정적으로 새로운 담임목사를 청빙하고 계속적으로 건강한 교회로 지속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당시 우리 교회의 협동목사로 있었던 김 목사님을 교인들에게 천거하면서 새로운 담임목사로 받아 줄 것을 호소하였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 목사님을 옆에서 경험하면서 참으로 좋은 목사님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겉모습이 번지르르 해서 모두가 좋아하지만 실제로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경우를 경험해 본 나로서는 사람들을 추천하는 일을 그리 즐겨하지 않게 되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의 추천은 교인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었었다. 오직 스펙만을 중심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인지라, 스펙 면에서는 보잘 것 없었던 그 목사님의 진가가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반대를 보면서,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기로 하고 나의 추천을 접었다. 결국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분이 하나님이라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었고, 그동안 목사의 주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따르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여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라고 가르쳐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도들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해 준 덕분에 나는 목회를 하면서 실수를 줄여 왔던 것이며, 이번의 경우에도 나의 입장에서는 신도들의 반대에 아쉬움이 많았지만 그들의 반대 앞에서 나는 조용히 나의 입장을 접었다.

그런데 내가 교회를 떠나 한국으로 온 후에 내가 우려했던 모든 것들이 그대로 발생하고 말았다. 후임 담임목사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교회는 흔들리게 되었고, 결국 그 과정에서 몇몇 신도들이 교회를 떠났다. 그래도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영어권 회중을 가지고 있었던 몇 안 되는 교회였는데, 결국 영어권 회중이 와해되고 말았다. 그 외에도 일일이 이곳에 기록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안 좋은 현상들이 발생하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그 교회는 어제 공동의회를 했고, 내가 원래 추천했던 그 목사님을 압도적인 지지로 청빙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나는 그 교회에 부임할 때 겨우 2/3의 찬성을 넘겼는데 말이다. 어차피 그렇게 결정할 거면 진작 그렇게 결정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은 내가 그 교회를 떠날 때보다 많이 약해져 버릴 대로 약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다. 하나님은 오히려 힘들고 어려운 시련을 그 교회에 주시면서 오히려 더 좋은 것을 주신 것 같다. 나는 안쓰러운 마음에 마치 계란 껍질을 내가 까 주어서 병아리가 쉽게 그리고 깨끗하게 태어나는 것을 원했지만, 하나님은 그 병아리가 얼마간의 부화 기간을 거친 후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오게 하시는 방법을 원하셨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그 껍질을 깨는 힘겨운 싸움이 있어야 했고, 껍질이 잘 깨끗하게 벗겨진 것이 아니라 여기 저기 어지럽게 널려져야 했지만, 그래야 그 병아리가 더 건강하게 잘 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나의 추천으로 쉽게 담임목사가 되었다면, 아마도 주어진 권위에 의존하여 목회하다가 더 큰 어려움을 만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도들의 마음에 신뢰를 얻음으로써 담임목사에 취임함으로 인하여 좀 더 건강하게 사역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보다는 하나님이 옳았고, 나보다는 신도들의 선택이 더 옳았던 것이다.

비록 지금은 많이 약해진 교회이지만, 그래서 여러 가지 동력을 잃게 되었지만,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편법과 묘수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물으면서 앞길을 나아간다면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큰 교회가 될 수는 없을지라도 건강한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내가 목회하는 동안 필라델피아사랑의교회 신도들은 너무나도 성숙한 크리스천의 모습을 보여 주었었다. 내가 처음 이 교회를 부임할 때에는 아직 나이가 어린 30대의 젊은 목사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신도들은 나를 사랑해 주었고, 격려해 주었으며, 실수가 있어도 지적하여 좌절감에 빠지게 하기보다는 믿어 주고 기다려 주었었다. 내가 설교를 잘 못해도, 다른 목사님의 설교를 들어 보라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내가 설교를 망쳐서 얼굴을 들 수도 없이 도망가고 싶었을 때, 나에게 찾아와 너무나도 큰 은혜를 받았다고 말해 주었다. 나는 뻔한 거짓말이고 나를 위로하려 하는 말이라 생각했으면서도 큰 힘을 얻었다. 그리고 더 열심히 준비했었다. 내가 미처 어느 신도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못해 문제가 생기면, 그 신도를 심방해 보았느냐고 묻지 않았다. 오히려 "목회하는데 힘드시지요?" 하면서 나를 격려해 주었고, 자신들이 관심을 더 쏟아야 하는데 쏟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면 나는 얼른 눈치를 채고 그 사람을 심방하곤 하였다.

내가 쓴 <사랑>(아가페북스, 2011)이란 책은 그런 교회에서 나올 수 있었던 책이었다. 그 교회에서 목회를 하면서 배운 하나님의 사랑의 이야기였다. 이제 다시 간절히 기도해 본다. 김 목사님과 필라델피아사랑의교회에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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