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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도 목회하려고 재정 절반 밖으로
[이웃과 함께하는 도시 교회 5] 재정 50% 구제·선교에 쓰는 청주주님의교회
  • 주재일 (baram@martus.or.kr)
  • 승인 2013.04.04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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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주님의교회는 재정의 절반은 무조건 교회 밖을 위해 사용한다. 이 돈은 주로 구제와 장학, 선교에 쓰고 있다. (사진 제공 청주주님의교회)
주서택 목사(청주주님의교회)는 무모하다. 25년간 몸담았던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서 나와서 200212월 충북 청주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가족을 포함해 7명이 개척 교회를 시작했다. 그런데 예배당은 청주에서 가장 큰 교회가 이전하면서 남기고 간 큰 건물이었다.
 
주 목사는 개척하기 전부터 교계에 이름이 알려진 목회자였다. 학생 신앙 운동의 붐을 일으켰고 한국교회에서 내적 치유 사역 바람을 일으켰다. 그렇더라도 자신을 포함해 교인 7명을 목회하는 초짜 목사가 이렇게 큰 건물부터 '지르는' 건 앞뒤를 헤아리지 않은 행동 아니었을까. 주 목사는 "그게 CCC 김준곤 목사님에게서 훈련받은 믿음 스타일"이라고 했다. 비록 몇 명 안 되지만 이 큰 예배당을 허락하신 하나님께서 성도들도 채워 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교회 개척 세미나에서는 건물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가르친다. 그것이 올바른 길이고 안전한 길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청주주님의교회(충북 청주시 흥덕구 내수동로 133번지)는 반대로 형편에 맞지 않은(?) 규모의 건물을 먼저 갖췄다.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개척 방식을 따른 셈이다. 이런 개척을 두고 사람들은 '헤롯 개척'이라고 비판한다. 헤롯은 민심을 얻으려고 솔로몬 왕이 건축한 것보다 더 큰 성전을 지었다.
 
주서택 목사의 무모한 개척
 
하지만 조금 더 내부 사정을 살펴보면, 청주주님의교회의 개척을 헤롯 개척이라고 폄하할 수 없다. 오히려 맑은 가난을 선택하여 소박한 길을 걸어왔다. 어쩌면 무모할 정도로 재정을 아껴서 교회 밖 목회를 위해 써 왔다. 청주주님의교회는 초창기 큰 예배당 한쪽에서 조촐하게 예배를 드렸다. 은행 융자로 건물을 인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물품들은 소박하다 못해 궁색해 보일 정도로 저렴하게 구비했다.
 
주변 교회들이 리모델링을 하거나 이사하면서 버리고 간 예전 도구들을 구해 왔다. 장의자는 다섯 교회에서 얻어 왔다. 지금도 청주주님의교회 예배당에는 00교회라는 문구가 박힌 의자며 집기가 눈에 띈다. 십자가는 한 신자가 산에서 나무를 베어 직접 제작한 것이다. 외벽에는 이전 교회의 주춧돌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일부러라도 가릴 법 한데 굳이 그런 곳에 헌금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청주주님의교회가 예배당을 인수했을 때는 건축한 지 30년이 넘어 철거 직전이었다. 초창기에는 당장 비가 새는 것만 막고 예배를 드렸고, 교인이 늘어난 지금도 낡은 외부 벽돌만 교체하고 나머지는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예배당만 그런 게 아니다. 교회 사무실과 담임목사실, 접견실 등은 모두 소박한 공간과 책상, 의자들이다. 돈을 쓴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안전하고 예배하는 데 불편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이 주 목사와 청주주님의교회가 교회 건축과 건물을 대하는 일관된 자세다.
 
재정 절반은 무조건 교회 밖으로
 
주 목사는 재정 사용에서도 무모함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개척한 첫 달 교인들에게 선포했다. "우리 교회는 재정의 50%는 반드시 교회 밖을 위해 씁니다." 그때야 평소 주 목사를 아는 지인 몇 명과 가족들만 모일 때여서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10년 동안 이 원칙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은행 융자를 갚기도 빠듯한 현실에서 재정 절반을 구제와 선교, 봉사에 사용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주 목사는 자기 말에 자기가 걸려 넘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교 단체 활동가 시절 교회를 돌며 설교를 많이 했습니다. 그때마다 교회는 교회 안과 교회 밖을 함께 목회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며, 재정의 반은 세상 목회를 위해 써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지요. 교회 자신만을 위해 재정을 쓰면 그건 반쪽짜리 목회라고 비판했는데, 내가 목회자가 되어 다른 행동을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제 코에 꿰인 겁니다."
 
힘들지만 행복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청주주님의교회는 개척 10년을 넘기며 1000여 명이 출석하고, 연 결산 20억 원에 이르는 중형 교회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도 초창기에 진 은행 융자를 다 갚지 못하고 있다. 한두 해만 눈을 딱 감고 외부로 나가는 돈을 융자 상환에 썼어도 이미 해결할 수 있었다.
 
재정 지출을 조정해 은행 융자부터 처리하자는 교회 내부의 목소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특히나 재정을 맡은 장로들은 교회 현실을 잘 알기에 더욱 주 목사에게 간청했다고 한다. 교인들은 "융자 상환을 다 끝낸 뒤에 재정의 70%를 밖으로 쓰더라도 지금은 융자부터 해결하자"고 했다. 쪼들리는 상황이었기에 설득력이 있었다고 주 목사도 회고했다. 그렇지만 '재정의 반은 교회 밖으로'라는 원칙을 꺾은 일은 없었다.
 
맑은 가난을 선택한 교회
 
"'내가 쓰고 남으면 이웃을 돕겠다'고 생각하면 평생 나누기 어렵습니다. 교인들의 말이 일리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시작부터 복 받은 교회였습니다. 다른 교회들이 누리지 못한 축복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나눔을 뒤로 미룰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10억 원에 이르는 재정이 어떻게 교회 외부를 위해 쓰이는지는 매달 공개되는 재정 현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공동의회록은 늘 사무실에 비치해 두는데, 회의록에는 한 해 예산과 결산을 비롯해 재정 현황과 감사 보고서 등도 열람할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지정목적헌금을 제외한 일반재정 결산 총수입 149000만 원 가운데 정확히 절반인 74500만 원을 선교 재정으로 떼었다. 그리고 실제로 선교에는 81300만 원이 쓰였다.
 
이렇게 외부로 쓰는 돈 가운데 절반가량은 농어촌 교회나 미자립 교회, 해외 선교 후원금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많이 지출하는 곳은 교계와 일반 시민단체, CCC 간사들을 포함하는 학원 선교 지원이다. 성서한국과 교회개혁실천연대, <뉴스앤조이><복음과상황> 같은 교회 개혁을 지향하는 단체와 언론사들을 후원하고, 청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풀뿌리 시민 단체와 기독교 단체들도 지원하고 있다.
 
장학금으로도 해마다 7000만 원 가까이 지출했다. 대학생 70, 고등학생 30명을 해마다 후원한다. 이외에도 교회와 가까운 곳에 있는 초고 학생들은 따로 특별 장학금 형태로 지급한다. 장학금은 매년 두 차례에 걸쳐 지원하는데, 지난 3월 첫째 주에는 2013년도 상반기 장학금을 지급했다.
 
"저희 교회는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1년에 한 번은 내외부에서 감사를 받고, 매월 재정 보고를 홈페이지에 올립니다. 헌금이 얼마가 들어왔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누구든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무실에도 공동회의록 등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투명할 뿐 아니라 이웃을 위해 건강하게 쓴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당연한 것인데, 교인들에게는 특별하게 보였나 봅니다. 이런 식으로 교회가 스스로 가난을 선택하고 그 과정을 맑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운영하니까 교인들이 무척 자긍심을 가지고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래서 교인들이 자기 형편에서 최선을 다해 헌금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교회들에 비해 헌금 금액이 많은 편입니다."
 
   
▲ 사랑의나눔마켓은 청주주님의교회가 펼치는 핵심 구제 사업이다. 교인들은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사랑의나눔마켓을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건네고, 그들이 필요한 물품을 직접 살 수 있도록 한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교회의 자랑, 맞춤식 구제 현장 '사랑의나눔마켓'
 
청주주님의교회의 또 다른 자랑은 '사랑의나눔마켓'이다. 어려운 이웃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6년 전인 20074월 교회 옆 선교관 1층에 50평 규모로 마련한 매장이다. 이곳에 쌀, 라면, 국수, 된장, 고추장, 세제 따위의 주부식과 생필품 60여 종을 진열해 놓았다. 기부받은 의류는 1000원에 팔고 있다.
 
사랑의나눔마켓은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해, 맞춤형 구제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곳은 현금이 아닌 상품권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교회는 매년 1억 원 어치의 '사랑나눔상품권'을 발행한다. 그리고 교인들에게 1인당 5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달마다 나눠준다. 교인들은 자신이 사정을 잘 아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한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서는 직접 배달도 해준다.
 
상품권은 청주시청과 구청 등 지자체를 통해서도 5000만 원 가량이 배포된다. 교인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나눔이 흘러가기를 원해서다. 사랑나눔상품권은 정부의 복지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조건을 가진 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어 실효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도권 아래서 정부의 도움을 받는 빈곤층은 그래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제도권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말 생존권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을 실질적으로 돕고 싶었습니다. 사회 안전망이 이들을 돌보고 구제하는 데까지 아직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미약하지만 우리 교회가 그러한 제도적인 구제의 한계를 메우고 싶었습니다."
 
상품권은 발행일로부터 30일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주 목사는 "상품권에 짧은 유효기간을 둔 것은 상품권을 받은 이들이 빨리 쓰기를 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랑의나눔마켓은 매주 화··3일간 오전 10~오후 5시 문을 연다. 교인들이 돌아가며 자원봉사자로 나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자원봉사를 하는 한 집사는 "하루에 평균 15~20분 정도가 찾는다"고 알려줬다. 그는 꼭 필요한 물건 중심으로 팔고, 상품권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있어 호응도가 좋다고 했다.
 
주 목사는 물론 교인들도 사랑나눔마켓에 관한 자부심이 높다. 올해까지 6억 원의 재정을 사랑의나눔마켓을 통해 지역사회로 자연스럽게 흘려보냈다. 사랑나눔마켓은 제직회 산하 위원회를 두어 관리한다. 위원회에서는 그때그때 필요한 물품이 제대로 구비되고 있는지 살피고, 상품권이 잘 회전되고 있는지도 점검한다. 이러한 세세한 노력 덕분에 여러 교회들이 벤치마킹하기 위해 수시로 방문한다고 했다.
 
   
▲ 사랑의나눔마켓에는 쌀과 라면, 세재 등 생필품과 의류 등을 진열해놓았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구호 현장 달려가는 선한이웃봉사단 발족
 
2011년부터는 더 적극적인 봉사 활동을 위해 선한이웃봉사단(단장 김옥태 장로)을 조직했다. 의료와 미용, 교육, 건축 분과 등으로 나눠 봉사단원을 모집하고 작년 한 해 활동을 펼쳤다. 현재는 50명가량의 교인들이 활동하며, 시골 교회를 찾아가 수리를 돕고, 교회가 자리 잡은 마을에서 의료와 이미용 봉사도 함께 펼쳤다. 작년 하반기에는 봉사단 전체가 나서서 네 가정에 2000장의 연탄을 배달하기도 했다. 또 독거노인들이나 조손 가정 등을 찾아가 생필품도 전달하고 집도 수리하고 있다.
 
올해는 더 적극적으로 단원 모집을 할 계획이다. 농촌 교회들을 방문해 교회를 수리하고, 교회가 자리 잡은 마을에서는 의료와 미용 봉사를 펼친다. 연탄이나 쌀, 생필품 등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직접 배달도 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판단해, 조직을 튼튼하게 갖춰 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에 봉사 활동을 위한 승합차도 구입했다. 김옥태 단장은 "상시 봉사 활동도 펼치지만, 응급 구호를 펼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 가려고 한다. 단원들도 긴급하게 출동할 수 있는 연락망을 만들고 필요한 물품도 구비해 놓았다. 바로 출동할 수 있도록 차까지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주 목사와 김 장로는 이러한 활동이 청주주님의교회 교인이 늘어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선은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교회가 보탬이 되는 이웃으로 있으면 좋겠다고 했고, 다음은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좋은 이웃으로 받아 주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봉사단 이름도 '선한 이웃'이다.
 
"개독교라 욕먹어도 할 말이 없는 일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어쩌면 그보다 훨씬 많은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하고 자기 것을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잘 하고 있는데 오해한다고 억울해 하는 게 아닙니다. 말이 아니라 몸으로 믿음직한 이웃으로 살면 되는 것이겠지요. 진심은 통하는 법이니까요."
 
교회 공공성 회복 위해 목사·장로 임기제 도입
 
이웃들과 함께하는 교회 활동으로 시작한 주 목사와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교회가 욕을 먹는 이유로 옮겨 갔고, 세습에 이르렀다. 주 목사는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로 담임목사직 세습을 꼽았다. 그는 하나님의 것을 목사 개인의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세습을 한다고 지적했다. 지긋지긋한 오너십이 문제라고 열변을 토했다. 회사처럼 교회를 소유물로 본다는 게 문제라는 말이다.
 
목사나 특정 세력의 욕망을 억제하기 위해 목사와 장로 임기제를 교회 정관에 명시해 두었다고 주 목사는 설명했다. 사람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주 목사는 개척한 지 6년 만에 재신임 투표를 거쳤다. 교인 98%가 그에게 지지를 보내 주어 연임하게 되었다.
 
"재신임을 묻는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인기투표를 하는 게 아니더군요. 하나님 앞에 겸손하게 서는 행위였습니다. 교인들을 통해 하나님께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교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표만 던지는 게 아니라 마음까지 모으는 일입니다."
 
목사뿐 아니라 장로 임기제도 도입했다. 장로들은 97~99%에 이르는 지지를 받고 재임했다. 오히려 주 목사보다 더 높은 지지를 얻었다. 그러다보니 재임 투표를 하는 날은 긴장감이 감돌면서도 서로를 격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치렀다. 처음 열리는 재임 투표가 모두에게 생경했지만, 서로에게 힘을 북돋는 결과가 되었다.
 
재임 선거가 잔치였다고 했지만,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2%의 교인들에 대해서는 주 목사 마음이 복잡하지 않았을까. 98%라는 절대 다수의 교인들이 자신을 목회자로 인정하고 지지해 주었더라도, 나머지 교인들은 왜 나를 반대했을까 신경이 쓰이기 마련. 주 목사도 이들을 어떻게 만나 갈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을 보면서 2%에 해당했던 이들은 아니었을까 추측했다.
 
"2%가 내게 주는 의미는 겸손이었습니다. 재임 선거 결과가 하나님과 교인들 앞에 더욱 낮은 자세로 목회하도록 만든 것 같습니다. 다른 생각을 품은 이들이 교회 안에 있다는 것이 교회와 나 자신을 건강하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재임 선거를 치르면서 담임목사가 투표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교회 전체가 체감한 게 중요했습니다. 교회가 목사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공유하는 사건이었습니다."
 
   
▲ 청주주님의교회 주서택 목사는 두 번째 임기를 마친 뒤 조기 은퇴하기로 했다. 이후에는 내적치유사역연구원에서 목회자를 목회하는 삶을 살 계획이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63세로 조기 은퇴 예정
 
주 목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기로 했다. 올해 재임 4년차를 맞는데, 더는 연임하지 않기로 미리 선언한 것이다. 올해로 61세를 맞은 주 목사는 2년 뒤 63세로 조기 은퇴를 하게 된다. 갑자기 내린 결정이 아니라 임기제를 도입할 때부터 미리 재임이 되더라도 두 번까지만 하겠노라 미리 알렸다. 그래서 지금 주 목사도, 교인들도 아름답게 헤어지는 길을 찾는 중이다.
 
청주주님의교회가 커지면서 주 목사는 계속 자신에게 물음표를 던졌다고 했다. '과연 내가 이렇게 좋은 교회를 목회할 그릇이 되는가.' 밖에서 칭찬하는 소리가 아니라 본인의 내부에서 들리는 하나님의 정직한 음성을 들으려 했다. 특히 교회 목회와 내적치유 사역을 동시에 펼치는 것도 버거운 일이었다고 했다. 조금 일찍 내려놓는 것이 자신과 교회에 유익하겠다고 판단했다.
 
교인들에게도 유익한 결정이라고 했다. 임기제를 도입해도 목사와 장로는 웬만하면 계속 연임하기 때문에 두세 번 반복하면 큰 도전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 자신의 조기 은퇴는 교인들에게 '교회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지' 성찰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주 목사가 교인들이 깨닫기를 원하는 바는 '교회의 공공성'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것입니다. 우리 교회만이 아니라 저 깊은 산속 시골의 작은 교회도 동일하게 하나님의 교회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교회의 역사를 공부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교회의 다양한 모습은 128년 선교 역사의 열매입니다. 자기가 잘나서 그리 된 게 아닙니다. 128년 된 한국교회라는 나무에서 영양분을 받아 맺은 열매입니다. 신앙 선배들의 순교와 헌신, 그리고 이름 모를 무명 성도들의 기도가 쌓여 오늘의 교회가 있게 된 것입니다. 목회자 자기의 수고만으로 이런 결과를 이뤘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교인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한국교회 목회자들 들으라고 쏟는 충언이기도 하다. 특히 제법 규모가 큰 교회를 목회하는 이들에게 자만하지 말라고, 자기 교회만이 아니라 더 큰 하나님의 교회를 보라고 권하는 외침이다. 교회의 역사를 공부하지 않고 자기 교회만 목회하다 보니 목사가 귀족화되었다고 했다. 주 목사는 한국의 55000교회에 5만여 명의 교황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귀족 목사들의 회개를 촉구하는 평소 생각도 거침없이 풀어 놓았다.
 
목회자를 목회하는 목사로 살 것
 
한편에서 교회의 공공성에 대한 의식이 희미해지고 있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힘을 다 소진해 기진맥진한 목회자들이 너무 많다고 주 목사는 진단했다. 내적치유사역연구원(주서택 원장)을 이끌며 지난 20년간 교인들과 목회자들을 만나면서, 갈수록 치유와 회복, 쉼이 필요한 목회자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한다고 했다. 조기 은퇴 이후 주 목사의 삶도 이들의 회복에 맞춰져 있다.
 
"주저앉아 있는 목회자와 선교사 가정을 다시 일으키는 일에 남은 삶을 쏟고 싶습니다. CCC 선교 사역에 25년을 몸담으며 제자 훈련을 체계화했습니다. 그리고 제자 훈련으로는 부족했던 내면 치유의 문제를 풀려고 지난 20년간 씨름했습니다. 그동안 쌓아 온 연구와 임상을 바탕으로 목회자들을 목회하고 목회자들의 영성 회복을 돕는 목사로 살고 싶습니다."
 
지금도 주 목사는 꾸준히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내적치유사역연구원을 찾는 다양한 목회자와 선교사, 사모들을 대상으로 목회 현장에서 겪는 상처와 아픔, 고뇌를 상담하고 극복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아가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주 목사는 목회자이기에 혹은 사모라는 이유로 말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꺼내 놓고 진단해 가는 과정에서 목회자들이 새 힘을 얻어 현장으로 재파송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적치유사역연구원은 목회자뿐 아니라 교인들과 일반인들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44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장단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지난해 여름과 겨울에도 각각 700명과 500명이 다녀갔다. 최근에는 충북교육청과 함께 교사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도 힐링 캠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올해 상반기 안으로 내적치유사역연구원 안에 200명이 숙박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 중이다.
 
주 목사는 신앙인이든 아니든 사람들의 삶에 붙어 있는 쓴 뿌리 같은 마음의 문제를 치유하는 데 강의 몇 번으로 치유될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주 목사의 역할은 자기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자신을 반복적으로 절망에 빠지게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직면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상으로 돌아가 기존의 삶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을 길러 내고 새로운 삶을 살도록 이끄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목사, 십자가의 능력과 성령의 능력으로 다시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목사로 남은 사역을 채워 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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