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와 당회가 논문 표절 사건을 사과하는 데 미심쩍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 목사와 당회는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인 말 바꾸기와 사임 협박 등에 관해서는 언급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와 당회가 오 목사의 논문 표절로 시작된 사건을 교인들에게 사과하는 데 미심쩍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회는 오 목사가 자숙하기로 한 3월 18일부터 일주일간 교인들을 상대로 당회 입장을 설명하는 모임을 열었고, 오 목사는 3월 24일 주일 예배에서 동영상으로 공개 사과를 했다. 설명회가 여러 차례 열리고 주일 예배 시간에 사과 동영상이 나왔지만 논문 표절 사건에서 드러난 오 목사의 거짓 언행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거나 사과하는 일은 없었다.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 사건이 일파만파 퍼진 것은 오 목사의 태도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오 목사는 한 장로에게 보낸 편지에서 "포체프스트룸 박사 학위 논문은 신앙 양심에 비추어 한 점 부끄럼 없이 진행되었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으며, 논문 표절을 처음 조사한 조사위원회 앞에서 "만약에 추후에라도 본인의 박사 학위 논문에 대한 대필이나 표절 등 그 어떤 부정직한 증거라도 나온다면 본인은 사랑의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단언한 바 있다. 그러나 논문 표절을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앞서 발언한 내용에 책임지는 모습은 없었다. 다만 "6개월 자숙할 테니 받아 달라"고 했을 뿐이다.

논문 표절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인 말 바꾸기와 교인 여론 호도 등 다른 잘못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거나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표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말을 바꾼 사실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고, 일주일 전만 해도 표절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다가 갑자기 태도가 바뀐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예배 시간에 다섯 번에 걸쳐 사임 협박을 당했다고 울면서 특정인을 공격했던 일도 사과하지 않았다.

당회는 사태를 급히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다. 교회 소모임의 지도자인 순장들을 소집해 연 설명회에서 당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장로 두 명은 모두 오정현 목사 측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었다. 설명회에 순장 자격으로 참석해 발언하려던 오 목사 반대 측 장로는 발언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 당회는 3월 18일부터 순장 모임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당회 결정을 발표한 뒤 협력을 호소했다. 순장들이 묻는 질문에는 정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교인들은 오정현 목사의 언행을 포함한 사건의 진상과 당회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싶어 했다. 남자 순장 모임에서 한 교인은 오 목사가 스스로 공언한 대로 사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장로들에게 물었다. 오 목사가 2월 10일 예배에서 주장한 사임 협박이 사실인지 묻는 사람도 여럿이었다. 또 다른 교인은 논문 표절 사건 전반을 조사한 7인 대책위원회의 보고서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장로들은 정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7인 대책위원회 보고서를 공개하면 혼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고 당회원들이 논의해 결정한 내용만을 알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장로들은 보고서 내용이 이미 인터넷에 잘 요약되어 있다면서 사임 협박 논란도 당사자들 주장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오정현 목사와 당회가 오 목사의 논문 표절이 밝혀졌음에도 적당히 넘어가려고 하는 듯한 가운데 교인들 사이의 갈등만 커져 가고 있다. 순장 모임에서는 교인들 간에 말다툼이 벌어져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고, 당회 결정에 실망해 장로들에게 큰 소리로 불만을 표하는 교인들도 있었다.

일부 교인은 대책위원회 보고서 공개와 오정현 목사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지만 당회는 반응하지 않고 있다. 현재 당회가 마련한 후속 대책은 사역발전위원회 구성이 전부다. 사역발전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은 3월 25일 당회원들이 모여 결정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