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교회 교인들이 임시 당회가 열린 3월 15일 교회 앞마당을 찾았다. 이날 참석한 교인은 200여 명이다. 하루 전만 해도 30명 미만이던 인원이 갑자기 늘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오정현 목사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던 사랑의교회 교인들이 일어나고 있다. 교인들은 다음 카페 '사랑의교회 회복을 위한 기도와 소통 네트워크'를 만들고 오정현 목사 논문 사건과 목회 방식에 대한 의견을 모으며 기도 운동을 시작했다. 임시 당회가 열린 3월 15일에는 교인 200여 명이 교회 마당을 찾아 당회의 공의로운 결정을 위해 기도하고, 오 목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토로했다.

교인들은 당회가 시작하기 한 시간 전인 저녁 6시 30분부터 모이기 시작해 다음 날 새벽 1시 30분까지 8시간 동안 기도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변변한 조명이나 의자도 없는 교회 마당에서 가스난로 6개를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 당회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길 기도했다.

하루 전만 해도 같은 시각 사랑의교회 풍경은 사뭇 달랐다. 오정현 목사의 논문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임시 당회가 열린 3월 13일과 3월 14일 당회를 위해 기도하러 나온 사람은 30명 미만이었다.

그런데 세 번째 임시 당회가 열린 3월 15일에는 196명이 나왔다. 당회가 정회와 속회를 거듭하면서 결론을 내는 데 진통을 겪고, 이번 사건을 적당히 무마하려 한다는 소문과 논문 표절을 조사한 권영준 장로를 회의 장소에서 쫓아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기도회에 나온 교인 수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남긴 사람만 196명이니 실제 왔던 사람은 200명을 훌쩍 넘을 것이다. 문자나 온라인 카페에서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 참석한 사람들이다.

8시간 동안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자정 전까지 교인들 숫자는 100여 명 수준을 유지했다. 3월 중순이라고 해도 아직 밤에는 추운 편인데 마당에 100여 명이 모이자 공기가 훈훈했다. 기도회를 시작한 지 5시간 뒤인 밤 10시경에는 오히려 저녁 시간 전보다 사람이 늘어난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기도한 3월 16일 새벽 1시 30분에도 교인 44명이 교회에 남아 있었다.

교인들은 30분마다 둥그렇게 모여서 기도했다. 교인 한 사람이 대표로 기도한 뒤 다 같이 기도하는 방식이었다. 대표 기도는 장로부터 청년까지 다양한 사람이 했다. 교인들은 기도하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 기도가 끝난 뒤 손뼉을 치기도 했다. 기도를 마치면 자연스럽게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참석자들은 다양했다. 사랑의교회를 20년 넘게 다닌 사람과 2년 정도 다닌 사람이 같은 기도 제목으로 기도했고, 어린 자식의 손을 붙잡고 온 어머니와 아버지가 교회를 위해 기도했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교회 문제를 두고 고민했으며 장년과 청년이 같이 교회의 미래를 걱정했다.

진작 터질 일이 이제야 터졌다

기도회에 참석한 교인들은 논문 표절이 문제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했다. 1988년부터 사랑의교회를 다닌 집사 한 명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정현 목사의 지난 10년간의 만행이 논문 표절로 이제야 드러난 것이다. 건축 과정에 불거진 문제, 부정직한 언행, 하나님보다 위에 있는 듯한 교만한 태도 등 그동안 오 목사가 보인 행태를 생각하면 문제가 늦게 터졌다는 게 그의 평가다.

사랑의교회 관련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교인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그동안 오정현 목사의 목회 방식을 보면서 의구심을 품었던 온 교인들이 이번 표절 사건이 진행되는 것을 보며 그동안 가지고 있던 오 목사를 향한 불신을 재확인하는 양상이다. 전에는 오 목사를 신뢰했던 교인들도 오 목사가 표절을 부인하는 모습에 크게 실망하고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보며 의심을 품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사랑의교회에서 오랜 시간 봉사한 교인들은 교회가 변한 모습에 가슴 아파했다. 대교구장인 설영배 집사는 지난 1991년부터 사랑의교회를 다녔는데 최근 교회 본질이 달라지는 듯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26년째 사랑의교회를 다니는 조성희 집사는 어느 순간부터 담임목사가 교회의 주인이 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고, 교회 소모임을 이끄는 순장인 박희욱 집사는 교회가 개인의 영달을 위한 곳이 아닌데 한 사람의 이익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며 분개했다. "참다가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러 나왔다"는 한 대학부 교인은 문제를 잘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 젊은 교인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1986년부터 사랑의교회에 출석해 청년부 창립에 참여한 50대 집사는 청년들이 이렇게 된 원인이 바로 자신에게 있노라고 고백했다. 후배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서 잘 먹고 잘살라고 가르친 자신들이 잘못했다는 것이다.

교인들은 사랑의교회의 미래인 청년들을 위해서도 기도했다. 30대 청년은 대표로 기도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설 수 있는 건 믿음의 선배가 있었던 덕분이다. 우리도 후배들을 바르게 이끌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대표 기도 후에는 김영배 장로가 청년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제안했고, 교인들은 사랑의교회 청년들이 하나님 앞에 바르게 설 수 있길 기도하고 격려했다.

교인들 행동 본격화 신호탄

지난 2월 3일, 담임목사의 논문 표절 문제가 불거진 직후 사랑의교회 교인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논문 표절이 처음으로 알려진 온라인 카페 '사랑의교회 건축, 어떻게 된 것인가(하우사랑)'에서 이런저런 논의들이 오고 갔으나 행동으로 옮겨진 사례는 적었다.

교인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기 시작한 건 지난 2월 13일부터다. 당시 임시 당회가 열리기 전에 교인 10명이 현수막을 들고 침묵으로 기도했다. 이후 2월 20일 고 옥한흠 목사가 오정현 목사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되면서 교인들이 활발하게 움직였다. 교인들은 문자나 SNS로 옥 목사의 편지를 전송했고 직접 인쇄해 나눠 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누군가 옥 목사의 편지를 우편으로 교인들 집에 보냈다.

오정현 목사의 책을 교회 마당에 두고 오거나 특별 새벽 기도회를 전일 참석하면 주는 기념 동판을 반납하는 교인들도 있다. 3월 15일에도 누군가 두고 간 동판 세 개가 교회 마당에 있었다. 오 목사의 문제점을 정리한 글이나 하우사랑을 주변에 알리고 다른 교인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내 온라인 카페 가입이나 기도 모임 동참을 권하는 교인들도 있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교인들은 안수집사들이다. 안수집사들은 당회와 대책위원회에 공정한 결론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메일을 보냈고, 인터넷 카페 '사랑의교회 회복과 소통을 위한 기도와 소통의 네트워크(사회넷)'를 개설하고 교인들을 모았다. 사회넷은 사랑의교회 교인들이 실명으로 대화하고 의견을 모아 운동을 펼쳐 나가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3월 초 개설한 이후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 3월 16일 현재 회원이 629명이다. (사랑의교회 회복과 소통을 위한 기도와 소통의 네트워크 바로 가기)

3월 15일 기도 모임으로 조용하게 기도하던 교인들이 이제는 전면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사회넷에 가입한 회원들과 3월 15일 기도 모임에 참석한 교인들은 3월 19일에 다시 모여서 향후 교회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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