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저자들의 책을 표절해 신학 박사(Ph.D) 논문을 쓴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목회학 박사(D.Min) 논문에서 <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많은 분량의 표절 증거가 발견됐다. 오 목사의 목회학 박사 논문은 자신의 신학 박사 논문 내용을 거의 그대로 사용한, 심각한 자기 표절 논문으로 보인다.

▲ 오정현 목사의 목회학 박사 논문이 표절로 드러났다. 오 목사는 표절해서 작성한 자신의 신학 박사 논문을 목회학 박사 논문에 가져다 썼다. 사진은 바이올라 대학에서 오 목사가 학위를 받는 모습. (오정현 목사 홈페이지 갈무리)

신학 박사 논문은 지난 1998년 남아공 포체프스트룸대학에서 <Disciple Making Preaching in the Light of New Testament : An Exegetic-Homiletical Study, 신약에 나타난 제자훈련 설교- 주해적, 설교학적 연구>를 제목으로 작성됐고, 목회학 박사 논문은 2005년 미국 바이올라대학 탈봇신학대학원에서 <The Korean Immigrant Church in America: Discipleship in the 21st Century, 21세기의 미주 한국 이민 교회에 적용된 제자 훈련>을 제목으로 작성됐다.

두 논문이 등록된 학교가 다르고 논문들이 작성된 시기가 6년가량 차이가 날 뿐더러 주제도 다른 듯이 보이지만 두 논문의 내용은 거의 같다. 목회학 박사 논문 전체 194쪽 중 126쪽에서 신학 박사 논문을 표절한 증거를 발견했다. 논문의 65% 정도가 자기 표절인 셈이다. 4장의 모든 쪽에서 표절 증거가 나왔고 3장과 6장에서도 각각 내용의 71%, 61%가량에서 표절 증거가 보인다.

신학 박사 논문을 그대로 옮기거나 짜깁기

표절한 곳이 너무 많아 몇몇 부분만 예로 살피겠다. 오정현 목사는 신학 박사 논문의 단어 몇 개나 문장 한두 줄만 바꾸어 목회학 박사 논문에 사용했다. 41·43·47·54·69·86·97·100·133·134·185·186쪽이 이런 방식이다.

아예 한 쪽을 통으로 베낀 곳도 있다. 45·64·79·111·135쪽은 각각 신학 박사 논문 18·30·51·100·113쪽과 거의 똑같다. 목회학 박사 45쪽은 신학 박사 논문 18쪽의 한 단락을 그대로 베꼈고, 목회학 박사 논문 64쪽과 30쪽은 완벽하게 일치한다. 목회학 박사 논문 79쪽과 111쪽은 신학 박사 논문 51쪽과 101쪽에 각각 6개 단어, 14개 단어를 추가해 쓴 것이다. 목회학 박사 논문 135쪽은 신학 박사 논문 113쪽에서 단어 5개를 빼고 단어 2개를 추가하면서 문장구조를 살짝 바꿔 썼다.

▲ 오정현 목사는 목회학 박사 논문에 신학 박사 논문을 그대로 옮기다시피 했다. 사진 왼쪽이 신학 박사 논문이고 오른쪽이 목회학 박사 논문인데, 단어 몇 개만 빼고 내용이 같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오정현 목사가 가장 많이 택한 자기 표절 방법은 짜깁기다. 신학 박사 논문의 여러 부분을 조금씩 순서를 바꾸어 목회학 박사 논문에 베끼거나 신학 박사 논문 2쪽 이상을 하나로 엮어 목회학 박사 논문 한 쪽에 요약해서 베끼는 방법이다. 그 중에서도 6·44·51·65·72·77·81·87·90·91·92·96·98·99·102·103·105·106·107·110·174·176쪽 등 22쪽은 신학 박사 논문을 재조합한 수준이다.

▲ 오정현 목사가 자기 표절에 가장 많이 이용한 방식은 짜깁기다. 첫 번째 사진은 목회학 박사 72쪽 사진인데, 색칠해 놓은 부분이 신학 박사 논문을 표절한 부분이다. 파란색은 신학 박사 논문의 44쪽 중 일부를, 주황색은 45쪽 중 일부를, 연두색은 70쪽 중 일부를 베낀 것이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표절한 논문을 다시 베꼈기 때문에 신학 박사 논문에서 표절로 드러난 부분이 목회학 박사 논문에 그대로 실린 부분도 있다. 32·42·43·44·48·53·57·81·83·88·108·111·153·162쪽에 신학 박사 논문에서 인용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부분을 고치지 않고 가져왔다.

그런가 하면 신학 박사 논문에서는 인용 표기를 제대로 했다가 목회학 박사 논문에서는 인용 표기를 하지 않은 곳도 있다. 목회학 박사 논문 중 56·60·61·62·66·76·77·81·82·95·101·104·108·134·141·145·146·151·153쪽 등 19쪽에서 표기가 누락된 것을 발견했다.

▲ 신학 박사 논문에서는 인용 표시를 했다가 목회학 박사로 옮겨 오는 과정에서 인용을 빼 먹은 부분도 있다. 위에 있는 사진이 목회학 박사 논문이고 파랗게 칠한 문장이 신학 박사 논문을 표절한 것이다. 신학 박사 논문에서는 괄호 안에 인용한 출처가 쓰여 있지만, 목회학 박사 논문에는 없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목회학 박사 논문의 문제는 단순히 표절한 부분이 많은 데서 그치지 않는다. 신학 박사 논문과 목회학 박사 논문의 결론 중 논리적 귀결을 설명하는 부분(Implication)과 향후 연구를 위한 제언이 똑같다. 두 논문의 흐름이 일치하는 것이다. 오정현 목사가 같은 논문으로 학위 두 개를 받았다고도 볼 수 있다.

▲ 오정현 목사의 목회학 박사 논문과 신학 박사 논문의 결론은 거의 일치한다. 학문적으로 두 논문은 같다고 볼 수 있다. 사진 왼쪽이 신학 박사 논문이고 오른쪽이 목회학 박사 논문이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교육과학부, 연구 윤리 규칙으로 자기 표절 원천 금지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3년 전부터 부령으로 자기 표절을 금지하고 있다. 교과부는 '연구 윤리 확보를 위한 규칙'에서 "이전 연구 결과와 같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한 저작물을 게재·출간해 본인의 연구 결과 또는 성과·업적 등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비록 2010년에 자기 표절 금지가 명문화됐지만 자기 표절은 하면 안 된다는 것이 학계 상식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극히 상식적인 내용이지만 자신의 연구 결과 사용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하려고 조항을 만들었다"고 자기 표절 금지 조항을 신설한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중복 게재를 허용하는 예외 규정이 없는 건 아니다. 연구자가 자기 논문을 인용한다고 표기했거나 처음 글을 게재한 학술지 등의 편집자가 허락한 경우, 학계나 연구계에서 통상적으로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사례는 표절로 보지 않는다. 또 지도 교수의 허락을 받고 석사 논문을 박사 논문으로 발전시키는 경우도 있다.

오정현 목사의 경우, 목회학 박사 논문을 쓰기 전 학교나 지도 교수에게 신학 박사 논문 내용을 인용하겠다고 알리고 허락을 받았다고 해도, 그대로 가져온 분량이 너무 많다. 석사 논문을 박사 논문에 사용할 경우에도 그 분량은 제한되어 있다. 학위를 인정받으려면 정당한 양과 질의 새로운 연구가 추가되어야 한다. 오 목사의 논문은 과거 논문을 발전시켰다기보다 같은 논문을 중복 제출했다고 볼 수 있다.

바이올라대학, 오 목사 논문 관련 답변 회피

오정현 목사의 목회학 박사 논문에서 자기 표절 증거를 확인한 <뉴스앤조이>는 오 목사에게 목회학 박사 학위를 준 바이올라대학 탈봇신학대학원에 자기 표절과 관련한 규정이 있는지 문의했다. 오 목사의 논문 지도 교수, 목회학 박사 관리 부서에 자기 표절을 비롯한 표절 관련 규정을 이메일로 물었고 3월 12일(한국 시각)에는 <미주뉴스앤조이> 기자가 학교를 방문해 확인을 요청했다.

▲ 바이올라대학에 자기 표절 관련 규정 확인을 부탁했지만 학교는 답변을 피했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그러나 지도 교수와 담당 부서는 학교 법무 담당 변호사와 이야기하라면서 답변을 피했고, "오정현 목사 논문에 관한 이야기를 알고 있지만 아무런 답을 할 수 없다"는 말만 했다. 법무 담당 변호사에게도 3월 13일에 이메일을 보냈지만 현재까지 답이 없다.

공식 답변은 아직 듣지 못했지만, 탈봇신학대학원의 '2012년도 학생 안내서'를 보면 표절을 엄격하게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이올라대학은 다른 곳에 제출·게재하거나 다른 학교에서 학위를 받는 데 사용한 논문을 중복해서 제출하면 학위를 취소한다고 안내한다.

<뉴스앤조이>는 오정현 목사의 목회학 박사 논문에서 발견한 표절 증거를 바이올라대학에 보내고, 학교 의견을 다시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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