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교회가 예배당 건축 논란에 이어 담임목사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사건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사랑의교회는 교회 신문인 <우리>를 2월 24일 발행해 교인들에게 배포했다. 신문에는 오정현 목사 논문 표절 사건에 대한 당회의 입장과 함께 한국교회언론회의 2월 8일 논평 전문이 실렸다. 조사위원장(권영준 장로)이 외부 인사와 연계해 대필 조사를 표절 조사로 바꾸고, 마녀사냥식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한편 오정현 목사가 주일예배에서 "사임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한 다음날인 2월 11일, <국민일보>는 "'오정현 목사 논문 표절' 의혹 폭로 사건 진상은…"이란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는 이번 사건이 "오정현 목사 중심의 당회와 오 목사의 목회 스타일에 반감을 가진 세력과의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교회 개혁 세력이 규합해 오 목사에게 사퇴 압박을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2월 13일에는 <코람데오닷컴>이란 사이트에 이성구 목사(시온성교회, 전 고신대 교수)가 글을 올렸다. 이 목사는 "왜 교회당 건축이 진행되고 교회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끊어지지 않는 이 긴박한 시점에 내부 인물에 의하여 18년 전의 일이 들춰지고 있느냐"며 건축 반대파에 의한 공격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목사는 "학계에 이름을 내민 적이 없는 목회자의 논문에 시비를 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도 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건축 반대 세력이 새 예배당 완공을 앞둔 시점에 오정현 목사의 오래전 논문 문제를 꺼내 들어 공격하고 있다'로 정리할 수 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이는 지난해 12월 26일 권영준 장로에게 "마귀에게 먹잇감을 주어 하나님의 이름이 더러워지며 교회 건축을 방해하려는 세력들이 틈을 노리고 있는 상태에서 빌미를 준다"라고 이메일을 보낸 오 목사의 아내 윤난영 사모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학위 논문 표절에 대한 문제 제기를 교회와 담임목사를 해하려는 일종의 음모로 간주하는 이런 시각은 사건의 본질을 희석시키고 있다.

▲ 이성구 목사는 2월 13일 <코람데오닷컴>에 쓴 글에서 오정현 목사 논문 표절 사건이 건축 반대파에 의한 공격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코람데오닷컴 갈무리)

논문 표절 사건, 어떻게 시작되었나

이번 사건은 작년 6월 백석대 김진규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느 초대형 교회 원로목사의 탄식'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되었다. 이 글에서 김 교수는 한 대형 교회 원로목사가 자신에게 전화를 해 후임자의 글을 대신 써 준 적이 있는지 질문했으며, 후임자의 대필·표절 문제를 조사하는 중이었다고 썼다. 김 교수는 특정 교회나 인물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내용과 김 교수의 과거 이력(남가주사랑의교회 부교역자)을 보면, 글에 등장하는 원로목사가 고 옥한흠 목사이며 대필·표절 의혹을 받았던 후임자가 오정현 목사임을 유추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김 교수의 글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었다.

김 교수의 글을 접한 고 옥한흠 목사의 아들 옥성호 집사는 사랑의교회 당회에 이 문제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회는 교회의 명예를 지키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6월 24일 담임목사 학위 관련 TF팀(조사위원회)을 구성했다. 권영준 장로 등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장로 4인이 당회의 위임을 받고 오정현 목사의 학위 논문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오 목사는 7월 1일 TF팀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에 대한 어떤 부정직한 증거라도 나온다면 담임목사직에서 사퇴하겠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7월 8일 TF팀의 조사를 받던 김진규 교수는 사랑의교회를 방문해 자신의 글로 인해 오정현 목사가 학위 논문 대필자라는 지목을 받게 되고, 고 옥한흠 목사 가족의 마음에 부담을 주게 된 점을 사과했다. 오 목사의 논문 대필 문제에 대해서는 들은 것을 인용했을 뿐 진위는 알아보지 않았다고 했다.

문제는 그렇게 매듭을 짓는 듯했다. 그런데 한 달여 뒤인 8월 24일, 앞서 사과를 표명했던 김진규 교수가 조사위원장이었던 권영준 장로에게 오정현 목사가 박사 학위 논문에서 마이클 윌킨스의 저서 ‘Following the Master’를 표절했다며 그 증거(포체프스트룸대학에서 인용 출처를 누락했으나 의도성이 없다며 수정 권고를 했던 부분)를 제시했다.

같은 내용의 이메일이 9월 2일 오정현 목사에게도 발송됐다. 김 교수는 "당시 TF팀의 조사에 응하면서, 이 문제로 인하여 법적인 조치(명예훼손죄)를 취할 수 있음을 암시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할 경우를 대비해 오 목사의 박사 학위 논문을 직접 읽고 표절 증거를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관련 기사 : '오정현 목사 논문 표절 조사보고서 유출에 대한 유감')

김 교수는 오 목사에게 당회에 표절 규정을 잘 몰라서 실수를 했다고 알리고 용서를 구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정현 목사는 문제를 덮으려고 했다. 이메일을 받은 다음날인 9월 3일 오 목사는 김진규 교수를 만났다. 그 후 김진규 교수는 입장을 바꿔 권영준 장로에게 표절 문제를 조사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드러난 증거를 무시할 수 없었던 권 장로는 오 목사의 논문 표절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권 장로는 옥성호 집사에게 윌킨스 교수가 오 목사의 논문에 그의 저서를 인용해도 된다고 허락했는지 물어 봐달라고 요청했고, 옥 집사는 윌킨스 교수와 이메일을 주고받은 결과, 그런 일이 없으며 오 목사를 알지도 못한다는 답을 들었다. 조사를 진행하면서 김진규 교수가 제시한 증거 외에도 많은 표절 증거가 추가로 드러났다.

표절 증거를 확보한 권 장로는 오 목사와 두 차례 개별적으로 만나 진실을 말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오 목사는 거듭 표절을 부인했다. 권영준 장로는 다른 조사위원들과 함께 오정현 목사의 논문이 심각한 표절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당회원들에게 지금껏 드러난 표절 증거를 정리한 조사보고서를 보냈다. 며칠 후 누군가를 통해 그 보고서가 인터넷에 공개되었다.

오 목사는 표절을 인정하지 않은 채 당회에 자신의 논문 문제를 다시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회는 권 장로의 보고서를 인정하지 않고 대책위원회를 다시 구성했다. 포체프스트룸대학은 권영준 장로가 추가로 찾아낸 표절 증거를 가지고 현재 오 목사의 논문을 심의하고 있다.

문제 촉발시킨 이는 누군가

여기까지가 이번 사건의 전말이다. 그렇다면 사건을 촉발시킨 것은 누구인가. 사랑의교회 예배당 건축을 반대하는 세력인가.

처음부터 건축 문제와 이번 사건은 별개 문제였다. 더구나 이번 사건의 중심인물로 거론되는 권영준 장로는 예배당 건축을 외부에 홍보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블로그에 이번 사건의 내막에 대해 글을 쓴 고직한 선교사도 건축을 찬성한 인물이다. 고 선교사는 자신의 글에서 "건축 이슈와 이번 사건은 별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건을 건축 반대파에 의한 공격이라고 의심한 이성구 목사도 최근 고직한 선교사에게 자신의 글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고 한다.

앞서 살펴보았듯 최초에 문제를 제기한 인물은 김진규 교수다. 그는 남가주사랑의교회 재직 시 자신을 포함한 부교역자들이 쓴 글이 오정현 목사 이름으로 잡지에 연재된 일을 경험했기 때문에 작년 6월에 그런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김 교수가 그 글을 올리기 전에도 오 목사가 대필을 시켰다는 소문은 존재했다. 과거 <뉴스앤조이>가 오정현 목사와 관련해 보도한 기사에 남가주사랑의교회 교인이 오 목사의 대필 의혹을 제기하는 댓글을 남긴 적도 있다. 어찌 보면 그 소문의 실체가 이제야 드러난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당사자는 다름 아닌 오정현 목사다.

▲ 2월 13일 사랑의교회 당회가 구성한 대책위원회는 2월 18일 교회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려 "이번 고난을 통하여 사랑의교회가 제자 훈련하는 교회답게 세상 앞에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예배당 건축과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이 두 사안은 과연 예수의 제자가 되는 일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사랑의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사건의 본질

이번 사건에서 표절보다 더 큰 문제는 오 목사가 보인 말 바꾸기와 진실을 은폐하려는 모습이다. 오 목사는 처음에는 자신의 학위 논문 작성이 "신앙 양심에 비추어 한 점 부끄럼 없이 진행했다"고 했다. 그러나 표절 증거가 나온 뒤 권 장로를 만났을 때 "윌킨스 교수로부터 인용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가 "바이올라대학 총장으로부터 허락받았다"고 하는 등 말을 자꾸 바꾸었다. 두 발언 모두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논문 표절 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김진규 교수를 따로 만나 압력을 행사한 정황도 있다. 사랑의교회에 정감 운동을 도입하고, '정직'을 외쳐 온 이로서 오 목사의 행동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고직한 선교사가 얘기한 것처럼 사랑의교회 건축 논란과 오정현 목사의 박사 학위 논문 표절 문제는 별개 이슈다. 그러나 한국교회에서 번듯한 예배당을 건축하는 것과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것은 성공한 목회자의 표상처럼 여겨져 왔다. 성공하고자 하는 목회자의 욕망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두 사안은 무관하지 않다. 수십 년간 제자 훈련을 강조해 온 사랑의교회가 이 두 사안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예배당 건축과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이 두 사안은 과연 예수의 제자가 되는 일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번 사건의 본질은 이 물음에 대한 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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