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적 예수의 삶을 좇는 대장들의 삶은 평화롭지도 풍요롭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예수를 향한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해 가고 있다. 사진은 2월 18~20일까지 열린 예수목회세미나에 참석한 대장들. ⓒ뉴스앤조이 이용필

신학대 동기 모임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교회 대장(담임목사) 이야기다. 동기들이 이야기하는 대장의 스펙트럼은 '성인군자'부터 '폭군'까지 다양하다. 매번 나오는 이야기여서 진부할 법도 한데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장을 꿈꾸는 동기들은 좋든 싫든 "그래도 우리 대장보다는 (목회를) 잘하고 싶다"고 말한다.

2월 18일 '예수 목회'를 한다는 대장들을 취재하러 충남 아산을 찾았다. 이틀 동안 지켜본 이들은 성인군자도 폭군도 아니었다. 삶 속에서 고민하고 애쓰는 대장 같지 않은 대장들이었다.

세미나라고 해서 무거운 이야기만 오간 것은 아니었다. 대장들은 목회 발표 시간과 뒤풀이에서 삶의 이야기를 전했다. 한 대장은 교인이 미운 나머지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때도 있었다고 했다. "예수 믿지 말라"는 말이 턱밑까지 올라왔지만 겨우 삼켰다고 했다. 고해성사와 같은 고백에 참가자들의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그들에게는 말 못 할 아픔과 상처가 있었다. 교회 성장보다는 성숙을 추구하면서 경제적인 압박을 받고 있고, 작은 교회 목사라는 이유만으로 소외당하는 일도 있었다. 부목사 시절 교회 세습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어쩔 수 없이 교회를 떠난 여성 대장도 있었다. 10억 원의 부채가 있는 교회에 들어가 10년 넘게 빚에 시달리는 대장도 있었다. 말 그대로 사서 고생하는 셈이었다. 이 대장은 의심 많은 한 교인으로부터 빚더미에 앉은 교회에 왜 왔느냐며 추궁당해 마음속에 깊은 상처가 있었다.

예수의 삶을 좇는 이들이 하는 사역은 농촌 목회, 외국인 노동자 목회, 환경 목회, 양성 목회 등 다양했다. 목회 범주가 생각했던 것보다 넓었지만 서로가 곧잘 이해했다. 누구 하나 "이게 정답이야"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조용히 들어 주고 공감해 줄 뿐이었다. 예수목회세미나를 이끌어 온 홍정수 박사는 참가자들에게 "예수 왜 믿어", "성경을 믿느냐"고 곧잘 물었지만, 그 역시 정답은 없다면서 각 개인의 의견을 존중했다.

대장들이 믿는 예수는 누구일까. 수년 동안 목회를 해 온 대장들이라면 특별한 게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들의 풋풋한 신앙고백은 신학생 시절 내가 품었던 고백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에게 예수는 친구이자 삶을 이겨 내게 하는 근원, 인생의 나침반이었다. 또 끊임없는 고민거리를 안겨 주는 불편한 존재이기도 했다.

이틀 동안 예수 목회의 현실과 이상을 바라보며, 한때 목회자를 꿈꾸었던 과거를 돌아보게 됐다. 일찍이 포기하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목회자의 삶이란 게 전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엔가 말할 수 없는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대장들이 있을 것이다. 예수를 좇기 위해 삶의 자리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그들이 지치지 않기를 바란다. 아울러 미래의 대장을 꿈꾸며 정진하는 동기들의 건승을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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