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문헌을 쓰는 과정에서 일부 미흡했던 점을 인정한다." 대학 교수 출신 당회원 네 명이 오정현 목사의 박사 학위 논문을 표절이라고 판단했으나, 오 목사는 논문 표절 사건에 대해 처음 공식 입장을 밝힌 지난 2월 10일에도 표절을 직접 인정하지 않았다. "진위와 상관없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학계에서 어떤 연구 윤리 규범을 만들어 표절을 규제하고 있으며 오 목사의 논문은 이 부분에 어떻게 저촉되는 것인지 알아봤다.

"표절은 학문적 부정행위"

표절은 대체로 연구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학문적 도둑질'로 알려져 있다.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의 연구 윤리 지침에 따르면 표절은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일반적 지식이 아닌 타인의 아이디어나 저작물을 적절한 출처 표시 없이 자신의 것처럼 부당하게 사용하는 학문적 부정행위"를 뜻한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의 '연구 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은 표절을 "타인의 아이디어, 연구 내용, 결과 등을 적절한 인용 없이 사용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고신대·장신대 등의 국내 신학교의 '연구 윤리 규정'에서 말하는 표절도 교과부 지침과 거의 같다.

표절 지침 중에 '양(量)'을 기준으로 삼아 강도 높은 기준을 제시한 것도 있다. 서울대는 "타인의 연속된 두 개 이상의 문장을 인용 없이 그대로 사용한 경우"를 연구 부정행위로 간주하는 윤리 지침을 마련해 놓았다. 이인재 교수(서울교대 윤리교육과) 등이 만든 '인문·사회·과학 분야 표절 가이드라인'도 "여섯 단어 이상의 연쇄 표현이 그대로 남의 논문과 일치하는 경우"로 표절 기준을 정량화했다. '두 개 이상의 문장'이나 '여섯 단어'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그만큼 타인의 문헌을 임의로 베껴 쓰는 것을 엄격하게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 오정현 목사가 박사 학위를 취득한 포체프스트룸대학(현 노스웨스트대학)에 표절에 관한 지침이 있다. 이 지침에 나오는 표절 형태는 △출처를 정확하게 표시하지 않고 내용을 베끼는 것 △타인의 저작물을 살짝 바꿔서 표현하거나 요약하는 것 △예술 작품, 학술 논문, 일반 저술에서 타인의 아이디어를 도둑질하는 것 등이다. (포체프스트룸대학 표절 지침 갈무리)

오 목사 논문, APA 양식 및 포체프스트룸대 표절 지침에 저촉

오 목사가 1998년 박사 학위(Ph.D)를 취득한 남아공 포체프스트룸대학(현 노스웨스트대학)도 표절에 관한 지침(Conduct regarding plagiarism)이 있다. 이 지침에 나오는 표절 형태는 △출처를 정확하게 표시하지 않고 내용을 베끼는 것 △타인의 저작물을 살짝 바꿔서 표현하거나 요약하는 것 △예술 작품, 학술 논문, 일반 저술에서 타인의 아이디어를 도둑질하는 것 등이다. 원저작물의 출처 표시뿐 아니라 인용 부호를 넣는 것도 예시문으로 나와 있다.

▲ 오정현 목사는 2월 6일 당회원들과 한 간담회에서 "APA 방식에 따라 논문을 썼다"고 말했다. 미국심리학회가 마련한 논문 작성법 'APA 양식'이 1970년대부터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사진은 1997년 한글로 번역된 <APA 논문 작성법>(학지사).
2월 6일 오 목사는 당회원들과 한 간담회에서 "APA 방식에 따라 논문을 썼다"고 말했다. APA는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의 줄임말로 이 학회가 마련한 논문 작성법 'APA 양식'이 1970년대부터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여러 나라의 대학·대학원·학회에서 인문사회학 학위 논문 작성 기준으로 이 방식을 권장하고 있다.

오 목사가 박사 학위 논문을 쓸 때 따랐다는 'APA 양식'에 나오는 인용 출처 표시와 직간접 인용 방식 등을 살펴보았다. 모든 인용문은 단어·철자와 구두점에 이르기까지 원문과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 인용하는 내용이 짧은 경우(3행 이하, 영문에서는 40단어 이하)에는 인용문 양 끝에 인용 부호(" ")를 넣고, 말미에 출처를 밝힌다. 출처는 괄호 안에 저자와 출판한 년도, 해당 쪽수를 표시한다. 인용하는 내용이 긴 경우(3행 이상)에는 인용 부호를 넣지 않되 본문에서 따로 떼어 기술하는데 인용 부분의 아래위를 한 줄씩 비우고 좌우로 각각 3글자(영문에서는 5칸)씩 들여 쓴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말미에 출처를 표시한다. 또한 간접 인용은 원문의 내용과 의도가 왜곡·손상되지 않도록 써야 하고, 인용하는 저서나 저자명을 꼭 표시해야 한다.

권영준 장로 등 4인 조사위원은 오 목사의 논문이 APA 양식과 포체프스트룸대학 표절 규정에 저촉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보고서에 기록된 증거를 보면 오 목사는 윌킨스 교수 저서 <Following the Master>의 내용을 20쪽에 걸쳐 한두 단어만 교체해 짜깁기하거나 통째로 옮겨 적었다. (관련 기사 : 오정현 목사, 표절 어떻게 했나) 조사위는 오 목사가 출처 표시는 했지만, 인용 부호 없이 보쉬의 <Transforming Mission>을 인용한 부분도 드러냈다. 짜집기한 부분에는 출처 표시가 없다. 오 목사의 논문 46쪽의 중간 세 문장과 보쉬의 책 73쪽 내용과 일치하고, 79쪽 하단 두 문장과 125쪽 중간 한 문장은 각각 보쉬의 책 510쪽과 59쪽에 나오는 문장과 똑같다. 126쪽에서 따로 떨어져 있는 두 문장은 같은 책 83쪽을 짜깁기했거나 원문 그대로 옮긴 것이다. 헐의 저서도 비슷하게 인용됐다는 증거가 있다. 오 목사의 논문 96쪽 하단에서 97쪽 상단으로 이어지는 문장은 헐의 책 <Jesus Christ, Disciplemaker>의 126·127쪽에 나온 내용과 일치한다. 102·139쪽의 일부분은 같은 책을 짜깁기하거나 원문 통째로 베낀 것이다. 헐의 다른 책 <The Disciple-Making Church> 일부 내용도 유사한 방식으로 총 4쪽(100·112·114·124쪽)이 오 목사의 논문에 실렸다.

▲ 조사위는 오정현 목사가 데이비드 보쉬의 <Transforming Mission> 을 출처 표시는 했지만 인용 부호 없이 인용하거나, 출처 표시 없이 짜깁기한 부분을 드러냈다. 위의 사진이 보쉬의 책 83쪽이고, 아래 사진이 오 목사 논문 126쪽이다. 원문에 나온 일부 구절을 고치거나 특정 단어를 빼면서, 짜깁기한 부분이다. (조사보고서 첨부 자료 갈무리)

표절 드러나면 책임 따라야

일반적으로 표절 사실이 밝혀지면, 징계 조치가 따라온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상민 국회의원(민주통합당)에게 제출한, '2008년에서 2012년 상반기까지 약 5년간 대학별 교수 논문 표절 사례 및 조치 결과'에 따르면 교수 83명이 논문 표절로 각종 징계를 받았다. 24명이 해임 또는 파면됐고, 5명이 재임용 취소 조치를 받았다. 해외에서는 대통령이 표절한 사실이 드러나 사임까지 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4월 슈미트 팔(Schmitt Pál) 헝가리 대통령은 1992년 박사 학위 논문을 표절한 것이 드러나 박사학위를 박탈당하고 전격 사임했다.

2005년 하버드 법대 로런스 H. 트라이브 교수는 자신이 1985년에 출간한 저서의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즉각 이를 시인하는 성명서를 내고 원저자에게 사과했다. 20년 전의 일인데도 대학은 조사에 나섰고, 표절에 의도성이 없었다며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견책 처분을 했다.

오정현 목사는 지난해 백석대 김진규 교수가 표절 의혹을 제기했을 때부터 의혹을 덮으려 하거나 표절 혐의를 부인했다.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수차례 진술을 번복했다.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후에는 자신의 학위 논문이 "일부 미흡"하다고 했을 뿐이다. 사랑의교회 당회가 구성한 7인 대책위원회는 오 목사의 논문을 다시 조사하고 있다.

▲ 오정현 목사의 논문 102쪽(사진 아래)의 일부분은 빌 헐의 책 <Jesus Christ, Disciplemaker>의 190쪽(사진 위)에 나온 내용을 짜깁기하거나 원문 통째로 베낀 흔적이 있다. (조사보고서 첨부 자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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