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 결의와 상반된 내용의 WCC 공동선언문 작성을 주도한 길자연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 대표회장)가 교단 인사들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2월 7일 총회 회관 2층 여전도회실에서 열린 <총회100주년사> 출판 감사 예배에서 길 목사는 공동선언문은 WCC의 신앙과 신학을 점검하려는 취지에서 진행한 것이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가 결국 선언문을 파기할 것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 길자연 목사는 "교회협이 언젠가 선언문을 파기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교회협 김영주 총무가 선언문을 파기했다"고 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한기총과 교회협이 지난 1월 13일 WCC 공동선언문을 채택하자 예장합동에는 길자연 목사와 홍재철 목사(한기총 대표회장)를 성토하는 여론이 일었다. 총회 임원회는 1월 16일 회의에서 WCC를 반대한다는 총회 결의를 재확인했다. 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서창수 위원장)는 1월 23일 성명서를 발표해 두 목사를 제명하라고 요구했고, WCC대책위원회(서기행 위원장)는 1월 30일 낸 성명에서 두 목사에게 교단 소속이면 총회 결의를 따르라고 경고했다. 1959년 WCC에 가입하는 문제로 교단이 분열하는 것도 불사했고, WCC 부산 총회 개최를 줄곧 반대해 왔던 예장합동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길자연 목사는 WCC 공동선언문 내용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공동선언문은 종교다원주의를 배격하고, 공산주의·인본주의·동성연애 등 복음에 반하는 사상을 멀리한다고 했다. 또 개종 전도 금지주의를 반대하고, 성경 66권을 하나님의 특별 계시로 무오하며 신앙과 행위의 최종적이고 절대적인 표준임을 서로 약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선언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신을 향한 교단의 성토 여론은 오해라는 것이다. 길 목사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당사자로서, 역사의 중요한 자취를 남겼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을 변호했다.

2013년 부산에서 WCC 총회가 열리기 전에, 그들의 신앙을 묻고 지나가는 게 필요했다고 길 목사는 주장했다. 공동선언문은 예장합동 교단이 포기할 수 없는 신앙과 신학 사상을 WCC에 요구한 것이며, 교회협이 이에 반응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길 목사는 "교회협이 언젠가 선언문을 파기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교회협 김영주 총무가 선언문을 파기했다"고 했다.

길 목사는 자신은 교단의 신앙과 신학 사상을 벗어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평생을 예장합동에 속해 있으면서 올바른 신학과 신앙을 배우게 되고 주장하게 되고 결국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게 되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교단 선배들의 피의 발자취와 땀과 눈물의 흔적을 기억하고 있고, 그들의 신학과 신앙이 자신의 뼛속까지 배여 있다고도 했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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