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CC대책위가 1월 25일 첫 회의를 열고 오는 2013년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WCC 총회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논의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정준모 총회장) 총회에는 총회 결의와 상반되게 WCC 공동선언문 작성을 주도한 길자연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 전 대표회장)와 홍재철 목사(한기총 대표회장)를 성토하는 여론이 거세다. 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두 목사를 제명하라고 요구했고, WCC대책위원장 서기행 목사(전 총회장)는 <기독신문>에서 "한기총의 무분별한 행보를 개탄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WCC대책위원회가 1월 25일 총회 회관 5층 예배실에서 첫 회의를 열고, 오는 2013년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WCC 총회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논의했다. 대책위는 WCC를 반대하는 이유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겠다고 결의했다. 하지만 성토 대상인 길자연·홍재철 목사에 대한 논의는 빠졌고, 대신 오정호 목사(대전 새로남교회·미래목회포럼 대표)가 WCC를 찬성하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예장합동은 WCC 가입 문제 때문에 1959년 예장통합과 분열한 후 줄기차게 WCC를 반대해 왔다. 그런 예장합동에서 WCC 공동선언문이 발표된 이후 열리는 첫 회의인지라 교단은 물론 교계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기자들의 출입은 예배 때까지만 허락했다. 본격적인 안건을 논의하는 시간이 되자 서기행 위원장은 <기독신문>을 제외한 모든 교계 언론을 퇴장시켰다.

▲ 정준모 총회장은 "순교적 각오로 교단의 신학과 신앙을 지켜야 한다"고 설교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정준모 총회장은 "2013년 WCC 총회 개최는 한국교회의 분리를 알리는 크나큰 신학적 쓰나미다. 진리를 사수하는 순교적 각오로 교단의 신학과 신앙을 지켜야 한다"고 설교했다. 위원들은 WCC를 영구 탈퇴하기로 한 1959년 44회 총회 결의를 다시 확인했다. WCC와 합의하거나 10월 WCC 총회에 협조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대책위는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전국에 있는 교단 인준 신학교를 돌면서 WCC를 반대하는 이유를 강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예장고신·예장합신 등 보수 교단들과 교단장 연석회의도 추진해 달라고 총회 임원회에 요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WCC 공동선언문 서명자들에게는 뜨뜻미지근했다. WCC대책위원회에서는 길자연·홍재철 목사에 대해 논의할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서기행 위원장은 "대책위는 총회 임원회도 아니고 실행위원회도 아니라서 사법권이 없다. 실행위 차원에서 다룰 일이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대신 한기총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WCC대책위원인 이들이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길자연 목사와 남태섭 목사(한기총 서기)가 그 대상으로, "WCC를 반대하며 부산 총회를 반대한다"는 해명서를 내라고 위원들은 요구했다. <기독신문>에 광고로 성명을 게재하라고 방법을 정해 주면서, 성명이 나오기 전까지 일단 WCC대책위원 회원권을 정지시키고 불응할 경우 위원에서 빼기로 했다.

대책위원들이 주목한 인물은 오정호 목사이다. 1월 16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오 목사의 인터뷰 중 일부분을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 기자가 "10월 WCC 총회를 앞두고 지난 13일 교계 범진보와 범보수에서 손꼽히는 목회자들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오랜만에 박수받을 일이다"고 말했고, 오 목사는 "형제 교회가 우리나라에서 세계적 국제 행사를 열면 박수 치며 꽃을 갖다 주지 못할망정 재를 뿌려서야 되겠나?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은 장로교를 견인하는 양대 산맥이다. 서로 비난하지 않겠다는 신사협정이고,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 교회를 세습한 분들이 있었던 건 유감이다"고 답했다.

대책위원들은 이 내용이 WCC에 찬성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어떤 의도로 발언을 했는지 오 목사에게 사실을 확인하기로 결의했다. 만약 총회 결의 정신에 위배될 경우 98회 총회에서 권징하도록 헌의하기로 했다. 조사확인위원은 김동권·홍정이 목사가 맡았다.

오정호 목사는 <마르투스>와의 통화에서 WCC 신학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발언의 요지는 타 교단이 행사를 유치한 것 때문에 한국교회가 싸우고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단끼리 교리는 불일치하더라도 더 이상의 분열은 지양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WCC를 둘러싼 교단 간 갈등의 모습 때문에 복음 전도가 막히는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오 목사는 "나는 총회 설립 100주년 기념 신학정체성포럼위원장이었다. WCC 신학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며 "또한 성실하게 목회를 하고 있는 목회자다. 정치꾼이 아니다. 건전한 목사를 음해하려는 것이 아닌가"라며 탄식했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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