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옥한흠 목사의 장남 옥성호 출판본부장이 오정현 목사에게 "아버지를 더는 교회 건축에 이용하지 말라"는 메일을 보냈다. 옥 본부장이 보낸 편지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공개됐고,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고 옥한흠 목사의 장남 옥성호 출판본부장(국제제자훈련원)이 지난 1월 20일 오정현 목사와 장로들, 교역자들에게 "사랑의교회 예배당 건축과 관련해 더는 아버지를 언급하지 말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메일은 인터넷 카페 '사랑의교회 건축, 어떻게 볼 것인가'를 통해 공개됐다. (게시물 보러 가기)

옥성호 본부장이 메일을 쓰게 된 건 지난 1월 6일 사랑의교회가 교인들에게 나누어 준 유인물 때문이다. 옥 본부장 주장에 따르면, 현재 사랑의교회는 교회 건축에 들어가는 돈이 모자라 사역에 써야 할 헌금까지 공사 대금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은행 대출금 이자는 날로 불어 가는 형편이다. 사랑의교회가 1월 6일을 2차 건축 헌신 작정 주일로 정하고 건축을 독려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이유다.

당시 배포한 홍보물에는 "옥한흠 목사님도 2009년 당시 사들일 대지를 둘러보시면서 너무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2009년 옥한흠 목사님이 일기에 적으신 내용입니다. '오 목사와 함께 서초동 땅을 돌아보았다. 금융 위기 때문에 나온 땅이라고 한다. 이 땅은 놓치면 안 될 것 같다. 장로님들과 빨리 진행해서 확보부터 하라고 하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옥 본부장은 오정현 목사가 건축에 이런 식으로 아버지를 이용하는 것이 처음이 아니라면서, 그동안 오 목사가 옥한흠 목사를 앞세워 건축을 홍보한 사례를 편지에 공개했다.

오정현 목사는 2년 전 사랑의교회 건축을 비판하는 방송이 나간다는 소식을 접한 뒤 방송을 막기 위해 대책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옥한흠 목사 수첩을 복사해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보여 주면서, 옥 목사가 원하고 찬성해서 건축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을 접한 옥성호 본부장은 오정현 목사에게 메일을 보내어 "교회 건축은 옥한흠 목사의 뜻이 아닌 오정현 목사 본인의 뜻이므로 더는 비겁하게 옥한흠 목사 뒤에 숨지 말라"고 항의했다. 오정현 목사는 2년 후에 또다시 옥한흠 목사의 수첩을 또다시 건축을 독려하는 데 사용한 셈이다.

▲ 옥성호 본부장이 항의 메일을 쓰게 된 이유는, 지난 1월 6일 사랑의교회가 뿌린 건축 헌금 독려 유인물 때문이다. 사랑의교회는 유인물에 옥한흠 목사가 건축을 지지했다는 내용을 실었다. (인터넷 카페 '사랑의교회 건축, 어떻게 볼 것인가' 갈무리)

옥성호 본부장은 "옥한흠 목사는 지금과 같은 불법적 건축을 찬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더는 건축을 홍보하는 데 옥 목사를 이용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옥 본부장은 옥 목사가 건축을 반대했다는 근거로 두 가지 이야기를 전했다.

첫 번째는 교회가 건축을 시작한 뒤 옥한흠 목사가 수첩에 적어 놓은 글이다. 옥 목사는 △교회 신축과 함께 잃어버린 명예 회복 △언론 이용하지 말 것 △교회 건물 홍보하지 말 것 등 오정현 목사에게 할 말을 정리해 놓았다. 교회 건축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기 시작한 2010년 무렵에 쓴 메모로, 옥 목사도 오 목사가 건축을 밀어붙이는 방식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두 번째 근거로는 옥한흠 목사가 건축을 지지한다고 발언한 동영상을 들었다. 옥성호 본부장은 오정현 목사의 강압 때문에 옥 목사가 어쩔 수 없이 동영상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동영상을 촬영한 2009년 당시 오 목사가 끊임없이 옥 목사에게 교회 건축을 지지하는 영상을 찍어 달라고 요청했고, 옥 목사는 수차례 거절했지만 "동영상을 찍지 않으면 원로목사와 담임목사가 생각이 다르다고 오해하고, 교회가 둘로 쪼개지고 둘로 나뉜다"는 오 목사의 설득에 결국 동영상을 찍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사랑의교회 건축, 옥한흠 목사의 진짜 생각은?)

▲ 옥성호 본부장은 메일에서 옥한흠 목사는 생전에 교회 건축을 반대했으며, 건축을 지지하는 동영상도 오정현 목사의 강요 탓에 어쩔 수 없이 찍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옥한흠 목사가 동영상을 찍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옥성호 본부장은 오정현 목사를 찾아가 동영상을 틀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오정현 목사는 "한국 교인들 너무 통이 작다. 전투기도 한 대에 2000억씩 하는데, 우리가 하나님을 위해 전투기 한 대 값에 불과한 정도도 못 쓰는가"라며, "이미 다른 교역자와 장로들이 동영상을 찍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것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거절했다. 동영상은 주일 예배 시간에 상영됐다.

옥한흠 목사가 찍은 동영상은 일부가 삭제되기도 했다. 옥한흠 목사는 동영상을 찍을 때 "(건축은) 경기가 나빠도 하나님의 뜻이면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것도 (경기가 아무리 좋더라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으시면 하다가 중단하면 그만이죠"라는 발언을 했다. 이 부분은 편집 과정에서 잘려 나갔다. 옥 본부장은 "건축을 하다가도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건축은 중지될 수 있다는 요지의 아버지의 말은 편집에서 제거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사랑의교회의 건축과 관련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중단되어야 하는 바로 그 상황이 아니라면 도대체 언제가 그런 상황일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옥성호 본부장은 "아버지는 이런 건축을 결코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사랑의교회가 공공 도로 지하를 점유해 사회로부터 비판받고, 무리한 건축으로 교회 부채만 늘어나는 상황을 옥한흠 목사가 봤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옥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더는 건축과 관련해 아버지를 언급하지 말라고 다시 경고하면서, 오정현 목사가 두 번이나 이용한 옥한흠 목사의 수첩을 가족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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