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 세습을 찬성하는 목회자 선두에는 한기총이 있다. 한기총 대표회장 중 4명이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었다. 사진 왼쪽부터 홍재철 목사, 길자연 목사, 이용규 목사. ⓒ뉴스앤조이 김은실·이용필
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교회 안팎에서 높아져도 한결같이 세습을 옹호하고 세습에 앞장서는 단체가 있다. 바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가 주인공이다. 주변의 비판에도 오롯이 세습을 고수하는 한기총 모습을 역대 대표회장들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정리했다.

한기총에는 세습을 몸소 실천한 4명의 대표회장이 있다. 가장 먼저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사람은 지덕 제6대 대표회장이다. 지덕 목사는 자신이 목회하던 강남제일교회를 아들 지병윤 목사에게 지난 2003년 물려주었다. 그러자 일부 교인이 세습에 반발했고 교회는 둘로 나뉘었다. 교회 분쟁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형으로, 갈라선 교인들은 같은 건물에서 따로 예배하고 있다.

가장 뚝심 있게 세습을 밀어붙인 사람은 한기총 대표회장을 세 번이나 지낸 길자연 목사(왕성교회)다. 길 목사는 지난해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세습 방지법을 만든 지 보름여 만에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줬다. 왕성교회가 세습을 확정하는 공동의회가 열린 날에는 일반 언론까지 교회를 찾아와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길자연 목사 아들 길요나 목사는 66.7%의 찬성을 얻어 후임 목사가 됐다. 길요나 목사는 지난 12월 26일 위임식을 마치고 왕성교회 담임목사로서 일정을 시작했다.

길자연 목사가 세습을 강행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4개월여 만에 한기총 제13대 대표회장인 이용규 목사(성남성결교회)도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었다. 성남성결교회 교인들은 만장일치로 이용규 목사 아들을 후임 목사로 정했다. 이용규 목사는 취재를 원천봉쇄한 길자연 목사와 달리 투표하는 모습을 언론에 모두 공개했고 투표가 끝난 뒤에는 기자 간담회를 열어 "절차를 밟으면 세습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현 대표회장인 홍재철 목사(경서교회)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세습 절차를 밟고 있다. 홍재철 목사 아들 홍성익 목사는 지난 2010년 경서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고 홍재철 목사는 당회장 직을 유지하고 있다. 동사 목회 형식으로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셈이다. 홍재철 목사는 지난해 "부자가 같은 교회에서 연이어 담임목사를 맡는 것은 세습이 아니라 승계"라는 내용을 한기총 이름으로 발표했다.

한기총은 지난 2000년 이만신 목사가 대표회장을 지낼 때도 세습을 두둔하는 성명을 냈다. 당시 이만신 목사가 편 논리는 홍재철 목사나 이용규 목사 주장과 비슷하다. "교회에는 세습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으며, 교회와 교단 법 절차에 따라 교단 헌법에 하자나 위배됨이 없이 합리적으로 결정해 아들이 아버지가 목회하던 교회에 청빙되었다면 이것은 분명히 후임 목회자이지 세습이 아니다"는 것이다.

제12대 대표회장을 지낸 박종순 목사 역시 지난 2007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목회자 세습이란 표현에 문제를 제기하며 "실력이 있어서 선출했는데 목사 아들이라고 세습이라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한기총은 앞으로도 세습을 찬성하는 목회자들을 대변한다. 홍재철 대표회장은 "당장 세습에 반대하는 움직임에 대응할 계획은 없지만 만약 반대하는 목소리가 자주 나타나면 한국교회를 살리는 마음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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