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협 실행위원회는 김영주 총무가 1월 13일 한기총과 체결한 WCC 공동선언문 사태에 대한 사후 대책 및 수습에 관한 권한을 김근상 회장(사진 가운데)에게 위임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 실행위원회는 김영주 총무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와 1월 13일 체결한 WCC 공동선언문을 '쓰레기'라고 했다. 교회협은 1월 17일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제61회 정기 실행위원회에서 기타 안건으로 올라온 공동선언문을 '쓰레기'로 정의하며 교회협 김근상 회장에게 사후 대책 및 수습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앞서 한기총은 1월 14일 실행위원회에서 공동선언문을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정기 실행위원회에 참석한 위원들 가운데 공동선언문을 모르는 위원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공동선언문 안건을 다음 실행위원회로 넘겨 논의하자는 측과 당장 처리해야 한다는 측으로 의견이 갈렸다. 공동선언문 내용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기독교한국루터회(루터회)·한국정교회(정교회)등은 공동선언문이 WCC(세계교회협의회)가 추구하는 신학적 내용과 맞지 않다며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배태진 총무(기장)는 "공동선언문이 이미 아시아 교회에 상당한 파장을 미쳤다. 이번 일은 몇몇 목사에 의해 이뤄진 야합이다"고 비판했다.

▲ 조성암 대주교는 공동선언문을 '쓰레기'로 규정하며 당장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한국정교회 조성암 대주교는 공동선언문을 '쓰레기'로 규정하며 당장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몇몇 위원들도 WCC 회원 가운데 1/3이 정교회라며, 공동선언문 4항 '개종 전도주의 금지 반대'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그럼에도 공동선언문에 대한 파기, 보류 논의는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토론은 1시간 넘게 이어졌고, 분위기는 갈수록 무거워졌다.

신복현 목사는 김 총무의 행동을 질책하면서 눈물을 흘렸고, 한 위원은 대책 논의가 답보 상태에 이르자 울부짖으며 밖으로 퇴장했다. "당장 공동선언문을 파기해야 한다"는 조헌정 목사의 말에 김근상 회장은 "다른 사람 의견도 존중해 달라"며 언성을 높이는 등 격앙된 분위기도 연출됐다. 결국 실행위원회는 김 회장에게 대책 및 수습에 관한 권한을 위임하며 회의를 마무리했다.

공동선언문 사태의 주인공인 김영주 총무는 실행위원들 앞에서 공식 사과하며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김 총무는 "회개할 수 있는 여유를 달라. 만약 (제가)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다면 (실행위원들에게) 추인해 달라고 문서를 드렸을 것"이라고 했다. 공동선언문을 회의 자료로 제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교회협에서 공동선언문에 대해 논의하는 게 부끄럽기 때문"이라고 김 총무는 설명했다.

▲ 김영주 총무는 실행위원들 앞에서 사과하며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이날 실행위원회는 김근상 회장의 주재 하에 사업·재정 현황 보고 등에 이어 회의록을 채택하고 폐회했다. 관심을 모았던 종교인 납세와 관련해 교회발전위원회는 "기획재정부가 1월에 발표하는 시행령 개정안에 종교인 과세는 넣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기독교사회연대회의·생명평화마당·예수살기·기감농촌선교목회자회·기장농민선교목회자연합회·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등 30개 에큐메니컬 단체는 1월 17일 성명을 내고, 공동선언이 '형식적' 합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공동선언의 진행 과정과 합의 내용을 볼 때 WCC 본래 목적을 달성할 지 매우 염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에큐메니컬 단체는 공동선언의 4가지 조항이 한국교회 에큐메니컬 진영이 간직해 온 신학적 양심과 신앙고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WCC 제10차 총회 한국준비위원회와 교회협이 한국교회뿐 아니라 일반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한기총과 공동선언문을 합의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은 실행위원회가 공동선언문을 전면 재검토하길 바란다고 했다.

▲ 교회협은 1월 17일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정기 실행위원회에서 기타 안건으로 올라온 공동선언문을 '쓰레기'로 정의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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