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진보·보수를 대표하는 두 단체는 1월 13일 명성교회 새예루살렘 두란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WCC 개최와 관련해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기자회견에는 김삼환 WCC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과 길자연 WEA 준비위원장도 참석했다. 두 단체는 "2013년 WCC 부산 대회 개최에 대한 보수 교단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공동선언문을 발표한다"고 했다. 이어 2014년 서울에서 열리는 WEA(세계복음연맹) 총회도 상호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WCC 제10차 총회를 앞두고 교계 진보, 보수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WCC 개최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영주 교회협 총무, 김삼환 WCC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 길자연 WEA 준비위원장, 홍재철 한기총 대표회장. ⓒ뉴스앤조이 이용필

WCC(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부산 총회가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가 WCC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이날 합의된 선언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종교다원주의를 배격하며, 오직 예수그리스도 외에 구원이 없음을 천명한다. 또 초혼제와 같은 비성경적인 종교 혼합주의의 예배 행태와 함께할 수 없음을 천명한다 △공산주의·인본주의·동성연애 등 복음에 반하는 모든 사상을 반대한다 △개종 전도 금지주의를 반대하고,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세대·지역·나라·종교를 막론하고 복음 증거의 사명을 감당한다 △성경 66권은 하나님의 특별 계시로 무오하며, 신앙과 행위의 최종적이고 절대적인 표준임을 천명한다. 

WCC를 줄곧 반대해 온 한기총이 입장을 선회한 만큼 교계 기자들의 반향도 컸다. 선언문 발표 직후 홍 대표회장에게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한 기자가 "지난해 10월 한기총 임원회에서 WCC를 이단을 넘어선 집단으로 규정했다"고 하자, 홍 대표회장은 "그 당시에는 그것이 맞았다. 지금은 공동 선언문에 나온 것이 맞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기자는 "합의 내용이 실질적인 구속력과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고 물었다. 홍 대표회장은 "한국교회가 찢어지는 모습을 보여 주면 안 된다. 하나 됨을 위해 기도하고 준비하면서 노심초사 끝에 이 문제를 결단했다.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했다.

▲ 저녁 7시부터는 명성교회에서 제10차 총회 준비를 위한 예배와 전진 대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 인원은 1만 6000여 명에 달했다. 행사에서는 WCC 한국준비위원회 조직 발표와 임명장 수여, 축하 공연 등이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기총 전 대표회장이기도 한 길자연 목사는 "WCC 총회는 종교 대회 차원을 넘어 국가적·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연합 사업 차원에서 이 대회가 치러지는 게 옳다"고 했다. 그는 공동 선언문 채택과 관련해 "홍 대표회장이 결단하고, 김영주 총무와 더불어 합의를 하자고 (내가)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언문은 극히 성경적이고, 하나님 중심적이라고 자부한다"고 길 목사는 설명했다.

그러나 선언문에 나온 조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신대 이형기 명예교수는 "WCC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면서도 "개종 전도 금지주의를 반대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1989년 샌안토니오 세계 복음 전도 대회에서 '하나님의 은혜의 구원을 인간이 제한할 수 없다'와 '예수님 이외에 구원을 얻을 다른 이름이 없다'는 두 명제가 나왔다"면서 두 명제의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저녁 7시 명성교회에서는 'WCC 제10차 총회 준비를 위한 예배와 전진 대회'가 열렸다. 교회협 김근상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전진 대회에는 박종화·손인웅 상임대회장을 비롯해 교인 1만 6000여 명이 참석했다. WCC 한국준비위원회 조직 발표와 임명장 수여에 이어, 최광식 문화체육부장관이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행사는 명성교회 교인들의 축하 공연과 통성기도 등으로 2시간 30분 정도 진행됐다.
 

▲ 1월 13일 채택된 공동선언문. 한기총은 1월 14일 열린 실행위에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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