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종교인 과세 방침이 전해진 후 종교계가 바빠졌다. 이미 소득세를 내고 있는 천주교는 여유로운 모습이지만, 소속 교단 다수가 뚜렷한 대책이 없는 개신교와 불교는 대응 방안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천주교는 지난 1994년 주교 회의에서 소득세를 내기로 했다. 소득세 납부는 교구별로 한다. 가장 규모가 큰 서울대교구에 속한 사제 780여 명은 모두 소득세를 낸다.

개신교 교단 중에도 납세를 하는 곳이 있다. 개신교 교단 중 최초로 납세를 결의한 대한성공회는 현재 교단 소속 목회자의 70% 정도가 소득세를 내고 있다. 개신교 교단 중 규모가 두 번째로 큰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도 목회자 납세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손달익 예장통합 총회장은 "목회자 세금 납부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손 총회장은 자진해서 소득세를 내고 있으며, 지난해 열린 목회자 납세 관련 세미나에서 납세를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예장합동은 지난 1월 3일 목회자세금납부연구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목회자 납세를 적극 연구하기로 했다.

다른 개신교 교단들은 아직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거나, 다른 교단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한국기독교장로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교단에서 정식으로 목회자 납세를 논의한 적이 없다. 기독교대한성결회(기성)도 교단 차원에서 납세를 다루지는 않았으나 작년부터 임원회 중심으로 납세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박현모 기성 총회장은 "조만간 납세연구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불교가 처한 상황도 개신교와 비슷하다. 종단 차원에서 납세 문제를 다룬 적은 없다. 법인 등록이 된 곳에서 일하는 스님이나 지주 스님을 제외하면 스님 대부분은 비정기적으로 보시(사례금)를 받는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스님은 출가한 수행자인데, 현행 세법상 소득세를 내면 스님도 근로자에 포함되어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것도 납세를 망설이게 한다. 대한조계종 관계자는 "종교인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종교인이 내는 세금이 근로소득으로 분류되어도 괜찮은지는 고민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다음 주에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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