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8일 정부가 종교인 과세 조항을 새로 만든다는 소식이 들렸다. 일반 언론은 이 소식을 앞다투어 다뤘고 교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사진은 소득 신고를 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김은실

"1월 안으로 종교인 과세 조항을 신설해 입법 예고를 하겠다."

지난 1월 8일 기획재정부(기재부·박재완 장관) 관계자의 말이 <연합뉴스>를 타고 전해졌다. 그러자 많은 언론이 일제히 이 소식을 다루었다. 기재부는 "공식 견해가 아니며,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일간지와 경제지, 방송은 모두 관계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하루 만에 휘몰아친 종교인 과세 열풍을 찬찬히 살피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정부가 법을 개정하면 바로 입법 예고를 하는 게 관례다. 그런데 종교인 과세 조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세법은 개정도 하기 전에 "입법 예고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여기에 정부가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해도 언론이 적극 나서 보도했다. 예전에는 목회자 납세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던 매체도 한 꼭지씩 이 문제를 다뤘다. 정부 방침을 전하는 사실 보도 외에 인터뷰나 사설 등 후속 보도를 통해 납세 찬성에 힘을 실어 주는 경향도 보인다. 정부가 말을 슬쩍 흘리고 언론이 이슈로 띄운 셈이다.

정부와 언론의 합동 작전(?) 덕분에 온 국민의 관심을 받은 개신교는 엇갈린 답을 내놓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교회연합 등 보수 단체는 종교인 과세 반대를 외쳤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은 찬성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납세는 찬성하지만 목회자 소득을 근로소득에 포함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목회자 납세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정부의 종교인 과세 방침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데는 약간씩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목회자가 특권 의식을 버리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납세의무를 져야 한다"는 점과 "교회가 더는 정부에 등 떠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10여 년 전부터 목회자 납세 운동을 한 최호윤 회계사(교회재정건강성운동)는 안타까워했다. 교회가 납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는 사이, 교회가 세금을 내지 않는다며 공적으로 매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최 회계사는 "교회가 먼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법이 만들어졌다는 점을 창피하게 여겨야 한다. '목회자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 정서에 우리가 공감하고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법 개정을 좋은 기회로 삼자는 의견도 있다. 황필규 교회협 정의평화국 국장은 "교회협은 합의체이기 때문에 목회자 납세를 강제할 수 없고, 교단은 합의점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면서 교단과 개 교회가 스스로 움직이게 되었다"고 했다. 종교인 과세 조항이 신설되면 면세점 이하의 소득으로 살아가는 많은 목회자가 복지 혜택을 받게 된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목회자 소득세 납부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목회자 납세 운동은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려고 시작한 일인데, 소득세 과세만으로는 대형 교회의 불투명한 재정 운영 행태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김진호 연구실장(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은 "교회가 땅을 사서 면세 혜택을 받고 땅값이 오르면 팔아 시세 차익을 챙기는 등 부동산 투기를 한다. 교회에 재산세를 부과해야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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