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세습 반대 운동의 포문을 열었다. 세반연은 '교회 세습,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1월 8일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좌담회를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공동대표 김동호·백종국·오세택)가 세습 반대 운동의 포문을 열었다. 세반연은 '교회 세습,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1월 8일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좌담회를 개최했다. 강영안 교수(서강대 철학과)가 '한국교회와 목회 세습'에 대해 강연하고, 양희송 대표(청어람아카데미), 나이영 기자(CBS 종교부장), 박득훈 목사(새맘교회), 양혁승 교수(연세대 경영학과)가 발제했다. 70여 명의 방청객이 참석, 이날 논의하는 내용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 강영안 교수는 1970년대 한국 경제와 함께 성장한 교회가 몸집이 커지면서 세습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교계와 사회에서 교회 세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교회는 관심 없는 듯하다. 지난 연말 왕성교회가 부자 세습을 강행했고, 광명동산교회·제일성도교회 등은 세습을 추진하려다가 제동이 걸렸다. 세습이 어제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1990년대 후반 충현교회와 금란교회의 부자 세습에 이어 2000년대 광림교회·인천숭의교회·인천부평교회·주안감리교회·임마누엘교회 등 중·대형 교회의 목사직 대물림이 줄지었다. 나이영 기자는 △친한 목회자나 사위 세습 △가까운 목사를 거쳤다가 아들에게 물려주는 '쿠션 세습' △교회 분립을 해 재산과 교인들을 넘겨주는 '변칙 세습' △아버지와 아들이 각각 목회하는 교회를 합병하는 세습 등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했다.

세습 부추기는 성장·성직주의

발제자들은 목회자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것과 교회가 과도하게 부유해진 것을 대표적인 세습 원인으로 꼽았다. 강영안 교수는, 1970년대 한국 경제와 함께 성장한 교회가 몸집이 커지면서 세습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교회에 부가 쌓이고, 담임목사의 발언·결정권이 강화될수록 재산이나 목사 자리에 대한 욕심을 제어하지 못해 세습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 양희송 대표는 교회 세습을 성장성직주의가 결합한 문제로 보며, "'성장'과 '양적 부흥'이 지난 30년간 한국 기독교의 교회론을 지배했다"고 꼬집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박득훈 목사는 '맘몬 숭배'를 세습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로 짚었다. 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교회 재산을 포기하고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희송 대표도 교회 세습을 성장주의와 성직주의가 결합한 문제로 봤다. 양 대표는 "'성장'과 '양적 부흥'이 지난 30년간 한국 기독교의 교회론을 지배했다. 교회가 몸집을 불리는 것으로 존재 증명을 해 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목사직 대물림할수록 돈 욕심도 커져

그렇다면 세습의 문제와 폐해는 무엇일까. 양혁승 교수와 박득훈 목사는, 목회자가 세습을 하면 교회의 주인인 예수 그리스도를 부정하는 꼴이 되고 세상과 구별된 교회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대형 교회의 목사직 대물림이 한국 사회의 재벌 총수 일가가 순환 출자와 같은 편법으로 재산과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박 목사는, 세습이 맘몬 숭배를 더 강화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경계할 것을 강조했다.

▲ 박득훈 목사는 "교회 세습을 막기 위해 소수의 사람들이 교회를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민주적 교회 운영 구조를 마련하고, 혈연이 아닌 예수님을 중심으로 한 언약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교회 세습을 정당화하는 목회자나 교인들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나이영 기자는, 교회 세습을 정당화하는 이들이 △후임 목사를 결정하는 것은 교회 내부 일로 외부에서 판단할 일이 아니다 △아들이나 사위의 능력과 자질이 충분해서 교인들이 모두 원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친다면 문제없다 △대형 교회를 일군 목회 자의 공로를 인정한다면 그를 이어 아들이 담임목사를 하는 것은 지탄받을 일이 아니다는 등의 논리를 내세운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리스도의 몸인 공교회를 개교회화하고 사유화한 폐해라고 지적했다. 목회자가 교회에서 사적 이익을 취하며 인사권이나 재정권 등을 장악한 상태에서 공정한 청빙 절차를 가지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다.

교계의 감시 기능 확대…원로목사 제도도 재검토해야

세습 문제가 심각하긴 하지만, 교회 대물림을 반대한 개신교 교단과 기관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9월 25일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세습 방지법을 통과한 후 다른 교단으로도 이어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평양노회도 세습 관련 법안

▲ 양혁승 교수는, 대형 교회의 목사직 대물림이 한국 사회의 재벌 총수 일가가 순환 출자와 같은 편법으로 재산과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해 총회에서 교회 세습을 "세상의 관행·권력·우상에 편승한 결과"로 보며, "교회 사유화 문화를 근절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도 지난해 발표한 '한국교회 목회자 윤리 선언'에서 교회 세습을 막을 것을 다짐했다.

발제자들은 세습 반대 여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세습 문제 해결을 위한 처방법을 내놓았다. 감시 활동, 제도 개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양희송 대표는 "세습 반대 여론을 반복적으로 상기시켜 감시 기능을 강화해 갈 것"을 제안했다. 나 기자는 자정 능력을 상실한 교단을 치유하기 위해 "감리회의 세습 방지법을 타 교단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양혁승 교수는 △목회자의 독단적 의사 결정 구조 개선 △목회자 임기제 도입 △목사의 목회와 행정 분리 등을 제시했다. 박 목사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며, "소수의 사람들이 교회를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민주적 교회 운영 구조를 마련하고, 혈연이 아닌 예수님을 중심으로 한 언약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나이영 기자는 세습과 원로목사 문제를 지적하며, "원로목사 제도가 은퇴한 목회자 노후를 위해 생활비를 지원하는 취지로 마련됐는데, 이제는 세습을 마친 목회자가 과한 수입원을 확보하는 쪽으로 변질되었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원로목사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한 참석자는 아들에게 목사직을 물려주고 은퇴하는 목사가 필요 이상으로 전별금·생활비 등을 받는 것을 비판했다. 은퇴한 목사가 교회 유지재단 이사장 등 주요 자리를 맡아 영향력을 끼치려고 하는 것도 포함된다. 나 기자는 "원로목사 제도는 정년이 찬 목회자의 노후 문제 해결을 위해 달마다 생활비를 지원하는 취지로 마련됐는데, 이제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목사직을 넘긴 뒤 과한 수입원을 확보하는 쪽으로 변질되었다"고 지적했 다. 이어 "외국의 한 교회에서는 담임목사가 은퇴하면 1년간 교회를 떠나서 후임자를 세우는 과정에 간섭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세습을 막고 원로목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애희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이 광고를 통해 세반연 활동계획과 일정을 소개했다. 세반연은 1월 말, 목회자, 교수, 평신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교회세습 인식 연구조사 발표>와 2월 19일(화) 신학생, 목회자, 교수를 대상으로 학술 심포지움을 개최한다. 또한 교회 세습 제보와 상담신청을 받고 있다.

문의 : 02-741-2793(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www.seban.kr

▲ 좌담회에는 70여 명의 방청객이 참석, 이날 논의하는 내용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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