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은행에 투자했다가 사기당한 피해자들이 보상이나 사과도 받지 못한 채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경향신문>은 12월 26일 자 신문에서 기독교은행 투자 피해자들의 근황을 보도했다.
기독교은행은 지난 2010년 강보영 목사(한국사회복지뱅크 대표)가 세운 것으로, 강 목사는 당시 "기독교은행을 통해 미자립 교회를 위한 건축 자금, 예배당 임대료, 원로 목회자 생계비 등을 지원하겠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설립 대회는 화려했다. 2년 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8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신신묵 목사(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이만신 원로목사(서울중앙성결교회), 엄신형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명예회장) 등이 참석해 은행 설립을 독려했다.
미자립 교회에 1% 정도 저리로 돈을 빌려 준다는 말과 유명한 목회자들의 지원에 작은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은 은행 설립 자본금을 냈다. 강보영 목사는 이렇게 모인 돈을 은행 직원 몇 명과 나눠 가졌고 280여 명의 투자자는 23억 8000만 원을 잃었다. 강 목사는 사기 혐의로 지난 8월 구속, 징역 7년을 선고받고 춘천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피해는 전혀 복구되지 않았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 대부분이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가정이 파탄 날 위기에 처했다. 한 피해자는 사기로 4000만 원을 잃은 뒤에 서울 가락시장에서 새벽마다 과일 상자를 나르고 오후에는 대학에서 시간 강사로 일한다. 또 다른 피해자는 채무자들의 행패로 직장을 잃었고, 빚이 늘면서 배우자로부터 이혼 요구까지 받았다.
피해자들은 기독교은행을 홍보한 목회자들이 한 번도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데 분통을 터뜨린다. 당시 은행 설립 대회에 참석한 목회자들 모두 책임지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피해자대책위원회는 목회자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난 11월 9일부터 엄신형 목사와 황진수 목사 교회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엄 목사는 "금융계를 통해 하나님이 역사를 일으킬 것"이라며 설립 대회 등 공식 석상에서 두 차례에 걸쳐 기독교은행을 홍보했고, 황 목사도 설립 대회에서 은행 설립에 많이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이용찬 피해자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당시 설립 대회 등에 참여한 목사들이 받은 돈을 피해자들에게 주었으면 좋겠다. 법적인 책임은 없다고 해도 많은 사람이 목사들을 믿고 투자했다. 도덕적, 도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