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은행 사건 피해자들이 아무런 사과나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은행 투자를 독려한 목회자들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피해자들이 보상과 사과를 요구하며 기독교은행을 홍보한 목회자 교회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사진 제공 이용찬)

기독교은행에 투자했다가 사기당한 피해자들이 보상이나 사과도 받지 못한 채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경향신문>은 12월 26일 자 신문에서 기독교은행 투자 피해자들의 근황을 보도했다.

기독교은행은 지난 2010년 강보영 목사(한국사회복지뱅크 대표)가 세운 것으로, 강 목사는 당시 "기독교은행을 통해 미자립 교회를 위한 건축 자금, 예배당 임대료, 원로 목회자 생계비 등을 지원하겠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설립 대회는 화려했다. 2년 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8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신신묵 목사(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이만신 원로목사(서울중앙성결교회), 엄신형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명예회장) 등이 참석해 은행 설립을 독려했다.

▲ 피해자대책위원회는 11월부터 엄신형 목사와 황진수 목사 교회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사진은 엄 목사 교회 앞에서 1인 시위하는 모습. (사진 제공 이용찬)

미자립 교회에 1% 정도 저리로 돈을 빌려 준다는 말과 유명한 목회자들의 지원에 작은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은 은행 설립 자본금을 냈다. 강보영 목사는 이렇게 모인 돈을 은행 직원 몇 명과 나눠 가졌고 280여 명의 투자자는 23억 8000만 원을 잃었다. 강 목사는 사기 혐의로 지난 8월 구속, 징역 7년을 선고받고 춘천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피해는 전혀 복구되지 않았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 대부분이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가정이 파탄 날 위기에 처했다. 한 피해자는 사기로 4000만 원을 잃은 뒤에 서울 가락시장에서 새벽마다 과일 상자를 나르고 오후에는 대학에서 시간 강사로 일한다. 또 다른 피해자는 채무자들의 행패로 직장을 잃었고, 빚이 늘면서 배우자로부터 이혼 요구까지 받았다.

피해자들은 기독교은행을 홍보한 목회자들이 한 번도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데 분통을 터뜨린다. 당시 은행 설립 대회에 참석한 목회자들 모두 책임지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피해자대책위원회는 목회자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난 11월 9일부터 엄신형 목사와 황진수 목사 교회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엄 목사는 "금융계를 통해 하나님이 역사를 일으킬 것"이라며 설립 대회 등 공식 석상에서 두 차례에 걸쳐 기독교은행을 홍보했고, 황 목사도 설립 대회에서 은행 설립에 많이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이용찬 피해자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당시 설립 대회 등에 참여한 목사들이 받은 돈을 피해자들에게 주었으면 좋겠다. 법적인 책임은 없다고 해도 많은 사람이 목사들을 믿고 투자했다. 도덕적, 도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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