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장 폭행 사건에 총회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11월 29일 임원회 도중 정준모 총회장과 남상훈 장로부총회장이 몸싸움을 벌였다고 한다. 정 총회장은 남 부총회장에게 멱살을 잡혀 3주 상해 진단을 받았다며 남 부총회장을 고소했다. 정 총회장을 옹호해 왔던 몇몇 언론사에서는 '총회장 폭행 사건'이라며 대서특필했다. 두 사람이 속한 교회와 노회까지 이들을 거들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관련 기사 : 총회장과 부총회장 갈등, 노회로 번지나)

▲ '총회장 폭행' 사건으로 총회가 술렁이고 있다. 정준모 총회장은 11월 29일 임원회 도중 남상훈 장로부총회장에게 멱살을 잡혀 3주 상해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정 총회장은 공적인 자리에 목 보호대를 착용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마르투스 구권효

폭행의 사실 관계는 따져 봐야 알 일이다. 임원회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황규철 총무는 "남 부총회장이 정 총회장의 셔츠 단추가 떨어질 정도로 목을 잡아끌었다"며 "당시 현장을 목격한 총회 직원들이 있고 녹취 파일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임원들은 "다툼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3주 진단을 받을 정도로 심하진 않았다"고 증언했다. 다른 임원은 "팔 쪽을 잡았지 목을 직접적으로 잡지는 않았다"고 했다.

사실 관계만큼 다툼이 일어난 원인 또한 중요하다. 당시 임원회 안건은 97회 총회 회의록 채택, 실행위원 선정 등이었다. 회의록이 채택되면 정 총회장의 기습 파회 선언이 합법적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속회나 비상 총회를 개최하라는 요구를 할 수 없다. 임원회가 진행된다면 전국 노회의 열망이 무산되는 셈이다. 정 총회장은 어떻게든 회의를 강행하려 했고, 일부 임원들이 이를 반대하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발생했다.

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서창수 위원장)도 임원회를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비대위는 회의실은커녕 사무국 안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황 총무의 지시를 받은 총회 직원들이 비대위를 막아섰다. 비대위가 할 수 있는 일은 회의실 밖에서 목이 쉬어라 외치는 것뿐이었다. "총회장은 날치기하지 말고 나와라!", "임원들은 바르게 하라!" 안에서는 일부 임원들이 전국 노회의 아우성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노심초사했다. 고개를 숙이고 등을 돌린 채 회의실 문 앞을 지키는 총회 직원들이나 상황을 지켜보는 기자들도 한숨을 내쉬었다. 무겁고 침울한 긴장이 흘렀다.

안팎 상황이 이런데도 정 총회장은 회의를 진행하려 했다. 몸싸움은 어떻게든 회의록 채택을 강행하려는 정 총회장을 남 부총회장이 제어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남 부총회장은 총회 파행 후 줄곧 "정상화를 위해서는 비대위의 의견을 무시하지 말고, 비대위와 발맞춰 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관련 기사 : 총회 정상화를 위한 네 가지 제안) 극심한 대립을 보이던 중 남 부총회장이 정 총회장에게 "당신하고 나하고 자격이 없으니 같이 나가자"는 식으로 얘기하며 옥신각신했던 것이다.

▲ 남상훈 부총회장도 임원회 당시 정 총회장에게 입은 피해와 그간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입원한 바 있다. 총회장과 부총회장의 실랑이는 무리하게 회의를 강행하려는 총회장을 부총회장이 막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마르투스 구권효

총회장, 시간 끌지 말고 총대들 앞에 서라

물리적 충돌은 그 자체로 문제지만, 충돌의 근본 원인은 정 총회장의 '불통'이라 할 수 있다. 회의 도중 퇴장한 한 임원은 총회장의 일방통행에 눈물을 흘렸다. 돌이켜 보면 97회 총회 파회도 마찬가지다. 정 총회장은 가부도 묻지 않은 채 파회 선언을 하고 도망치듯 회의장을 떠났다. 당시 1000여 명의 총대들의 야유도, 이후 총회 정상화를 열망하는 비상 기도회 2500여 목사·장로들의 눈물 어린 기도도 정 총회장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못 들은 척하면서 자기주장이 옳다고 고집부리는 건 총회장의 자세가 아니다. 노래주점 유흥 의혹에 적극 대처하라는 요구를 뒤로 하고, 음해 세력의 중상모략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봐야 의문만 증폭시킬 뿐이다. 1000여 명의 총대가 날치기 파회를 두 눈으로 지켜봤는데 총회 파회는 합법이라 우기는 것도 이제 그치자. 총회 속회를 하려면 자신뿐 아니라 이 사람 저 사람 모두 조사해야 한다는 물귀신 작전도 멈춰야 한다.

다행히 정 총회장에게도 기회는 있다. 이제라도 막았던 귀를 열고 비대위의 속회 요구에 응하는 것이다. 얼마 전 정 총회장이 선임한 엄상익 변호사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 총회장에게) 두 팔을 벌리고 스스로 세상의 법정에 나가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총회장이 두 팔 벌려 서야 할 곳은 세상 법정이 아니라 총대들과 한국교회 앞이다.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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