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연루되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며 개신교 표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이 사실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신천지와 정치권과의 결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 이경재 새누리당 기독교 대책 본부장이 2004년 9월 신천지 전국체전에 참석하여 축사하는 모습. ( 동영상 갈무리)
▲ 이경재 새누리당 기독교 대책 본부장이 2004년 9월 신천지 전국체전에 참석하여 축사하는 모습. ( 동영상 갈무리)

우선 이번 대선을 앞두고 신천지 문제가 불거진 건, 새누리당 기독교 대책 본부장인 이경재 전 의원이 2004년 9월 18일 '제4회 신천지 전국체전'에서 축사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부터다. (관련 기사 : 박근혜 캠프 기독교본부장, 신천지 행사 축사) 이 본부장은 3만여 명의 신천지 신도들이 모인 행사장에서 "하나님의 은총이 이만희 총회장님 부부와 여기 계신 신천지 성도 여러분과 내빈 여러분에게 함께 계시기를 기원한다"고 발언했다. 

논란이 되자 이 본부장은 "의례적인 발언이었다", "당에서 행사에 가 보라고 하니까 간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가 국가조찬기도회와 새누리당 기독인회 모임 등을 주도했던 기독 정치인이자 장로였다는 점 때문에 논란은 식지 않았다. 

2007년 한나라당 당내 경선에 신천지 1만여 명 당원 가입

신천지 수석 장로 황길중 씨가 새누리당 내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도 CBS의 보도로 드러났다. 황 씨는 "새누리당 상임고문으로 있으면서 박근혜 후보 캠프 행정자치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실제로는 지난 11월 24일 국민행복종교본부 자문위원으로 임명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황 씨는 이번 대선에서 신천지의 조직적인 개입은 부인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7대에서는 신천지 신도들을 당원으로 등록시키고 동원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황 씨가 인정한 '17대 신천지 신도 당원 등록과 동원'은 2007년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 간의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당내 경선을 말한다. 신천지 총회는 '신천지 대외 활동 협조 안내' 공문을 교단 산하에 있는 12개 지파에 하달하여 한나라당 당원 가입을 지시했다. 공문을 보면, "오늘날 우리 신천지는 대외적으로 이방 바벨론의 교단에 핍박을 받고 있으며 우리의 복음 전파와 전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한나라당 특별 당원으로 한시적으로 가입하여 (이방 세상 사람들의 핍박을 이기기 위해) 준비하고자 한다"고 나와 있다. 


(자료 제공 신천지대책전국연합)

신천지는 총 1만 670명을 각 지파에 배정했고, 당 가입을 위한 당비 납부 요령까지 구체적으로 안내했다. 당원으로 가입한 신천지 신도들은 당내 경선장에 동원되어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 2008년 신천지를 탈퇴한 김준희 씨(가명)는 "2007년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합동 연설회에 신천지 신도들이 3000명 정도 동원됐다"고 증언했다. 전주 화산 체육관 연설회는 당시 이명박 후보가 "(새만금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만들어 세계가 부러워하는 신천지를 만들겠다"고 발언해, 동원된 신천지 신도들을 위해 립서비스했다는 의혹을 받은 집회다. 

▲ 박근혜 의원이 2008년 이만희 총회장에게 보낸 연하장. (사진 제공 신천지대책전국연합)

2008년에는 박근혜 의원이 이만희 총회장에게 연하장을 보낸 것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연말연시에 수많은 분들에게 보내는 연하장일 뿐이다"며 "이 연하장은 보좌진들이 교계뿐 아니라 각계 인사들의 발송 명단을 선정한 것으로, 당시 박 의원이 누구에게 보냈는지 일일이 알지도 못할 것이다"고 해명했다. 

선거 있을 때마다 교류, 이만희 총회장 직접 참석하기도

이 외에도 특정 선거를 앞두고 신천지와 한나라당 의원 간의 교류는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2006년 1월 24일,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맹형규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이만희 총회장이 참석했고 신천지 교인들도 조직적으로 동원됐다. 이 자리에서 맹 전 의원은 "특별히 어려운 걸음을 해 주신 이만희 목사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 총회장을 지목하여 인사했다. 

17대 총선이 있던 2004년에는 이만희 총회장이 계시를 받았다며 한나라당 선거 유세에 신자들을 동원했다. 당시 신천지 핵심 간부였지만 2007년 탈퇴한 신현욱 소장(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구리상담소)은 "주일에도 교인 200~300명을 유세장에 동원하라고 지시하여 이 총회장과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 신천지는 2003년 한나라당 당 대표 선거에 조직적으로 동원되어 서청원 전 의원을 지지했다. 서 전 의원 팬 카페에 가입하라는 안내문. (자료 제공 신천지대책전국연합)

아울러 2003년에는 당 대표에 출마한 서청원 전 의원을 신천지가 조직적으로 지지했다. 당시 내부 대외비 문건인 '서청원 대표 최고의원 경선 시 지원 사항 및 향후 계획'을 보면, 신천지 신도들은 서 전 의원 팬 카페 '청원 사랑'에 대거 가입, 후보의 좋은 이미지를 홍보하고 비방 글을 삭제하는 등의 여론 조작 활동을 벌였다. 카페에 가입할 시 너무 종교적이지 않도록 '시온', '신천지', '새 하늘' 등의 단어를 쓰지 않도록 했고, 자기 이름의 약자나 아주 일반적인 이름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주의사항까지도 하달했다. 

민주노동당·민주통합당 정치인도 행사에서 축사

▲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2008년 10월 신천지 문화예술체전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신천지대책전국연합 영상 갈무리)

물론 여당 정치인들만 신천지와 교류한 것은 아니다. 강기갑 당시 민주노동당 대표는 2008년 10월 신천지 '하늘문화예술체전'에 참석하여 축사했고,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이렇게 논란을 낳게 될 것을 미리 헤아리지 못한 것은 내 불찰이다"며 사과했다. 또 국가조찬기도회 회장을 지낸 김영진 전 의원(민주통합당)은 2009년 9월 3일 신천지 유관 단체인 <천지일보> 창간식에 참여해 "특화된 종교 면을 통해 새로운 종교 관련 소식들을 생생하게 전해 주신다고 하니 개인적으로는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해찬 전 대표(민주통합당)도 지난 8월 <천지일보> 행사에 축사를 보내 타 종교에 대한 존중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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