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14일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제에서 참석자들이 박 전 대통령을 '반신반인'으로 추앙하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을 기원해서 논란을 빚었다. 사진은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영정 앞에서 절하고 있는 참가자들. ('뉴스타파' 34회 방송 갈무리)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우상화하는 탄신제와 굿판 사진이 인터넷에 확산되고 있다. 지난 11월 열린 박 전 대통령 탄신제에서 참석자들은 박 대통령을 '반신반인'으로 추앙하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을 기원해서 논란을 빚었다. 특히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 문제 해결을 위해 1억 5000만 원짜리 굿을 벌였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탄신제는 사단법인 '박정희 대통령 생가보존회'가 박 전 대통령 탄생일인 11월 14일 생일상을 올리며 매년 개최해 온 제사다. 탄신이 '임금·성인이 난 날'을 뜻하고 있어서, 박 전 대통령을 신화화하고 미화한다고 평가되는 행사이기도 하다. 탄신제 사진에서는 참가자들이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영정 앞에서 제례를 행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영상 제공 뉴스타파)

올해도 어김없이 박정희 탄신제가 경북 구미에서 열렸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박정희·육영수를좋아하는 사람들의부산·경남모임, 봉화희망포럼, 민족중흥회 등에서 온 이들과 한국전쟁 참전 국가 유공자들이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 영정 앞에 엎드려 절했다. 행사에 참가한 할머니들은 박정희 동상을 바라보며 두 손 모아 소원을 빌었다. 매번 탄신제에 온다고 한 이들 중 대구 사는 62세 여성은 "그분은 나라에 다시 없는 분이고, 신이잖아요. 집에서도 빈소 모셔 놓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를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며 훌쩍였다. 또한 한 참배객은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펼쳐진 숭모제에서 과거로 회귀한 듯 박 전 대통령 영정을 향해 '각하'로 부르며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 만들어 달라"고 기원했다.

11월 16일 방송된 팟캐스트 '뉴스타파' 34회에서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남유진 구미시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정치인들이 탄신제 행사에 참석해 박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보도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피와 땀을 마을과 조국에 헌신한 반인반신의 지도자는 이제 위대한 업적으로 남아 영원히 기억되고 있다"고 박 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심학봉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금오산에는 전설이 있다. 금오산에는 두 명의 대통령이 난다고 했다. 그 전설이 꼭 이루어지도록 여러분들이 지켜줘야 한다"며 에둘러 박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한편 박 후보는 매년 행사에 참석했는데, 아버지 탄신을 축하하는 꽃바구니만 보냈다.

이에 대해 기독교계 학자와 목회자들은 비판하는 쪽과 답변을 꺼리는 입장으로 갈렸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는 "맹신자나 광신자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대통령이라도 왕으로 여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국장 이훈삼 목사는 "사람을 추모하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 할 수는 없는데, 무엇을 추모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역사를 바로 세우고 유신을 청산해야 하는데 박정희·육영수를 숭모한다는 것은 기독교 신앙에도 맞지 않다"고 전했다.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김요셉 목사도 "개인적으로 대통령이 되고자 나온 사람이 굿판에 엎드려 절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종교 단체도 아니고 누군가를 숭모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박근혜 후보가) 기독교인이 아니고, 자기 나름의 종교관이 있기 때문에 할 얘기가 없다"며, 박 전 대통령 신격화와 우상화 논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뉴라이트기독교연합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는 박정희 탄신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은 밝히지 않고 "기독교인이 우상을 섬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얘기하며 말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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