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북한의 남침과 적화의 위협은 여전한가

1%의 가능성까지 말한다면 당연히 전쟁의 가능성은 언제나 상존한다. 그러나 침략은 항상 군사적 승리 가능성과 정치적 이득이 확보될 때 일으키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전쟁은 두 가지가 다 가능했다. 남북 간 전력은 북한이 압도적으로 우세했고, 미국은 동북아의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반면, 소련과 중국은 북한의 무장을 적극 지원했다. 남북 모두 통일의 열기는 뜨거웠다.

그러나 60년이 지난 지금 남북 재래식 전력은 양측을 모두 잿더미로 만들기에는 충분하나 어느 한 측이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북한의 핵무기를 말하지만 실전 배치용 무기 수준인지 매우 의심스럽고, 또 핵무기가 있다 한들 그게 보유하고 있다고 맘대로 쏠 만한 무기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충분히 입증돼 왔다. 국제정치적으로도 미국은 물론 북한의 혈맹인 중국과 러시아도 동북아에서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그건 이기기 위해서라거나 뭔가 얻겠다는 의미의 전쟁이 아니라 모든 것을 함께 끝장내자는 공멸로서의 전쟁만 있을 것이다. 인민의 목숨, 모든 전통과 물적 토대, 심지어 지난 60년간 쌓아 올린 자신들의 정권과 모든 기득권까지 분명히 다 잃을 각오를 해야만 일으킬 수 있는 전쟁이다. 그러므로 북한 체제를 힘으로 없애기 위해 벼랑 끝으로 몰고 갈수록, 그리고 그때에만 이판사판 전쟁의 가능성은 커지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적화의 위협 운운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대한민국의 발전을 믿지 않는 망상가들이 아닌가 싶다. 이 표를 보라.

남북한 경제 사회상 비교

  북한 남한 배율
명목 GNI(2010) 260억달러 1조 146억 달러 39.0배
명목 GNI(2009) 224억 달러 8381억 달러 37.4배
1인당 GNI 1074달러 2만 759달러 19.3배
인구 2418만 7000명 4941만 명 2.1배
무역총액 42억 달러 8916억 달러 212.3배
수출 15억 달러 4664억 달러 310.9배
수입 27억 달러 4252억 달러 157.5배
발전전력량 237억 kw 4739억 kw 20.0배
원유도입량 385만 4000배럴 8억 7241만 5000배럴 226.4배
자동차생산량 4000대 427만 2000대 1068.0배
도로총연장 2만 5950km 10만 5565kw 4.1배

출처 : 통계청 보도 자료 2012.1.17. <매일경제> 2012.1.18.

이 정도라면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경제 상황뿐 아니라, 국제정치, 외교 등 국가와 국민 총역량까지 생각해 보면 남북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그러므로 그저 북한을 비난하고 더 자극하는데 정력을 쏟을 게 아니라,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인내하며 대하면 얼마든지 북한의 변화와 평화, 통일을 이끌어 갈 수 있다.

화해 협력 정책은 생각 가능한 여러 대북 정책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고 선택 가능한 오직 유일한 대안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듯 분명한데도, 소수의 종북 세력에 의해 국민들이 현혹되어 대한민국이 적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노파심이라기에는 너무 황당하기 그지없는 엉터리 대본일 뿐이다.

4. 함께 죽느냐 함께 사느냐, 그것이 문제다

결론적으로 정권 및 정부와 상관없이 우리는 더욱 일관성 있게 대북 화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대북 지원금으로 북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말도 있지만, 북한은 필요하다면 우리의 지원 여부와 상관없이 개발한다. 그러므로 더욱 중요한 건 그들이 더는 대량 살상 무기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지키려 하지 않아도 되는 진정한 평화 상황을 구축하는 것이다. 대북 퍼 주기를 아까워할 게 아니라, 개성, 금강산, 백두산뿐 아니라 평양, 원산, 신의주에도 협력 사업을 만들어 더 많은 이익을 주라. 북미 수교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먼저 수교를 맺고 또 미국과 서방과의 수교도 적극 주선하여 북한 거리마다에 외부인들이 다니게 하라. 그럴수록 북한의 인권 유린과 대량 살상 무기 개발은 더욱 힘들어질 것은 분명한 일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 2기가 시작되었다. G2의 또 한 축인 중국도 5세대 지도부가 출범하였다. 러시아도, 북한도 이미 새 정권이 시작되었다. 이제 한 달 후면 대한민국도 새 대통령이 뽑힌다. 90년대를 고비로 세계는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체제로 나뉘어 이전과 같은 냉전적 이데올로기 대결을 하지 않는다. 유럽은 옛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 가맹국들이 하나의 유럽 공동체를 만들었다. 그러나 동북아는 또 다시 한미일과 북중미의 냉전적 대립이 격화되고 있고, 그 모든 뿌리는 60년 넘도록 풀리지 않는 남북 간 대립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노태우 정부 말기로부터 시작된 중요한 전환 20년의 역사 가운데, 김영삼과 이명박 정부로 말미암은 '잃어버린 10년'으로 갈 길은 더욱 멀어졌는데, 이제 다시 5년을 허송세월 하다가는 우리 민족은 영원히 세계 변화 흐름에서 도태될 것이다.

서 목사 등은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제기하며, 소위 개혁 진보 진영이 이 문제에 소홀한 것을 비판한다. 나도 거기에 공감하며, 이 사안은 결코 피할 주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중국과 북한을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방식으로 과연 탈북자 송환이 줄어드는가는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탈북자와 그 가족의 신상이 공개되는 것은 정말로 조심해야 할 일이다. 인권 문제와 평화 정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렵지만 동시에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다음 정부와 시민사회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므로 이번 대선은 한반도와 동북아에 공존과 번영, 평화와 통일의 새 판을 짤 것이냐, 60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반복했던 빨갱이 잡기 놀이로 허송세월하다가 함께 공멸할 것이냐를 가름하는 기로에 있는 중대한 선거다. 그렇기에 정말 중요한 이슈는 대북 정책이라는 서경석 목사의 말씀에 다시 동의한다. 그러나 그 방법과 결과가 우리 사회의 1% 수구 기득권을 더욱 강화하고 정당화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국가와 민족, 그리고 우리 스스로를 배신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이제 그 슬픈 기득권 연장 시도를 그만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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