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3월 출간된 <십일조의 비밀을 안 최고의 부자 록펠러>는 지금까지 8만 부 넘게 팔렸다. 책에서는 록펠러가 세계 최고의 부자·자선가가 될 수 있었던 비밀이 어머니의 가르침을 잘 지켜 자신이 번 돈의 십분의 일을 하나님께 드린 것이라고 말한다.
십일조와 물질 축복에 대한 설교 예화나 교회 부흥회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세계 제일의 부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록펠러(1839~1937). 1860년대 초반에 일어난 미국 남북전쟁이 끝난 뒤 발전했던 자본주의의 세례를 받은 록펠러는 석유 사업에 뛰어들어 큰돈을 벌었다. 한국교회의 수많은 목회자·부흥사들은 록펠러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그가 평생 지킨 십일조에서 찾는다. 록펠러 얘기가 나올 때면 <십일조의 비밀을 안 최고의 부자 록펠러>와 같은 책도 함께 등장한다.

2006년 3월 출간된 <십일조의 비밀을 안 최고의 부자 록펠러>(<십일조>·이채윤, 미래사)는 지금까지 8만 부 넘게 팔렸다. 출판사는 다르지만 '하늘기획'에서 같은 제목으로 어린이용 책도 나왔다. <십일조>에서는 록펠러가 세계 최고의 부자·자선가가 될 수 있었던 비밀이 어머니의 가르침을 잘 지켜 자신이 번 돈의 십분의 일을 하나님께 드린 것이라고 말한다.

"록펠러는 지금의 가치로 환산할 경우 현재 세계 최고의 부자로 알려진 빌 게이츠보다 무려 세 배가 넘는 돈(약 172조 원)을 벌었다.…그는 40명이나 되는 직원을 두면서까지 정직하게 계산해 온전한 십일조를 드리는 모범을 보여 주었다.…그는 자서전에서 '나는 남들에게 돈을 나누어 주기 시작한 뒤로 오히려 재산이 점점 불어나는 하나님의 선물을 받았기 때문입니다'고 말했다(225~261쪽)."

책에서 소개된 록펠러에 대해 독자들 대부분이 감동을 받고 은혜를 누리지만,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신앙서적에 나오는 록펠러가 신화 속 아름다운 주인공으로 미화되었고, 실제 역사 속 인물과 다르다고 말한다. 록펠러가 '잔혹한 독점 자본가'로 부를 축적했고, 노년에 설립한 재단도 자선이라는 미명 아래 탈세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지적한다.

독선적 자본가가 신실한 기독교인으로…출판사, "기독교인 록펠러에 집중"

▲ <그들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저자 허현회 작가는 대중에게 알려진 록펠러에 대한 사실이 대부분 허구라고 주장한다. 책에서는 록펠러가 저지른 석유 사업 불법 독과점, 노동 착취, 산업스파이 행위, 정치인 로비 등을 상세히 파헤치고 있다.
<그들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권력>·시대의창) 저자이자 개신교인이기도 한 허현회 작가는 책에서 대중에게 알려진 록펠러에 대한 사실이 대부분 허구라고 주장한다. 허 작가는 록펠러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성실함·검소함·신앙심 등으로 부자가 되었고 죽기 전에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다시 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권력>에서는 록펠러가 저지른 석유 사업 불법 독과점, 노동 착취, 산업스파이 행위, 정치인 로비 등을 상세히 파헤치고 있다. 록펠러는 1860년대 후반 정유 사업에 뛰어 들어 1870년 '스탠더드 오일'을 창립했다. 1872년 단 3개월 만에 스탠더드 오일이 미국 클리블랜드에 있는 26개 정유사 중에서 22개 회사를 헐값에 인수한 '클리블랜드 대학살'이 일어났다. 사업 독점 배경에는 스탠더드 오일이 당시 철도왕이라 불리던 밴더빌트의 철도 회사와 결탁해 경쟁사에 운송료를 많이 매기게 한 리베이트 계약이 있었다.

석유 가격 횡포와 임금 삭감으로 록펠러의 부가 쌓여 가는 동안 대중의 분노는 더해 갔다. 1906년 11월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스탠더드 오일을 해산하고자 법무장관을 통해 세인트루이스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비롯해 탈세, 독점·리베이트 금지 위반, 뇌물 수수 등으로 미국 연방 정부가 7건, 각 주 정부에서 6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1911년 미 연방대법원은 스탠더드 오일을 39개 독립 회사로 분할하라는 '기업 해체'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기타 혐의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해 특별히 변한 것은 없었다. 록펠러가 건설한 부의 제국은 '록펠러 가문'으로 이어져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 록펠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록펠러가 '잔혹한 독점 자본가'로 부를 축적했고, 노년에 설립한 재단도 자선이라는 미명 아래 탈세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지적한다. (위키백과 갈무리)
록펠러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대해 <십일조>를 펴낸 미래사 고영래 사장은 "록펠러가 독선적인 자본가로 알려져 있지만, 크리스천으로서 십일조에 철저했고 50대 이후 기부를 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답했다. 기획 의도에 대해서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연초가 되면 십일조 설교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록펠러가 소개가 되는 경우가 많아 (책 출간을) 기획해도 괜찮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가 록펠러보다는 기독교인 록펠러의 일화에 더 초점을 맞춰 작가를 섭외하고 제목을 뽑았다고 말했다.

세금 회피하려 만든 재단, 복지재단으로 둔갑

허현회 작가와 같이 록펠러를 비판적으로 본 책들은 더 있다. <제1권력 -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 왔는가>(<제1권력>·히로세 다카시, 프로메테우스출판사)가 대표적이다. 일본의 대표적 사회운동가이자 재야 지식인 히로세 다카시는 수년간 미국의 독점 자본의 계보를 취재·조사했다. 책에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재벌 록펠러·모건 가문을 다루고 있다.

<제1권력>에 따르면 미국의 남북전쟁 때 록펠러는 군수물자 운송·판매, 모건은 소총 매점 매석과 금 투기 등으로 큰돈을 벌었다. 록펠러·모건 후손들은 선대가 축적한 자본으로 각각 석유 사업과 금융업에 뛰어든 뒤 수송·자원·과학·기술·식량·정치 등 다른 분야들도 잠식해 들어갔다. 1983년 미국 매출 10위권 기업은 '1위 액슨(록펠러), 2위 GM(모건), 3위 모빌(록펠러), 4위 포드(록펠러·모건), 5위 IBM(모건), 6위 텍사코(록펠러·모건), 7위 듀폰(모건), 8위 인디애나 스탠더드 오일(록펠러), 9위 소칼(록펠러), 10위 GE(모건)'으로 예외 없이 두 가문 소유였다.

▲ <제1권력>(히로세 다카시, 프로메테우스출판사)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재벌 록펠러·모건 후손들은 선대가 축적한 자본으로 각각 석유 사업과 금융업에 뛰어든 뒤 수송·자원·과학·기술·식량·정치 등 다른 분야들도 잠식해 들어갔다.
거의 모든 산업계를 장악하다시피 한 록펠러·모건 가문에 대해 주변의 비난이 심할 대로 심해지자 록펠러는 세간의 악평을 씻어내기 위해 홍보팀을 가동시키고, 1910년 자선 사업을 생각해 내 재단을 설립했다. 록펠러 재단에 대해 히로세 다카시는 "록펠러로 인해 죽어간 수많은 목숨들을 생각하면 그의 자선 사업은 한낱 위선에 불과하다는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고 평가했다.

허현회 작가도 <권력>에서 록펠러 재단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뤘다. 록펠러는 최측근 프레드릭 게이츠 목사의 권유로 재단을 만들었다. 허 작가는 "인류의 복지 증진을 명목으로 설립한 재단은 실제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지적했다. 사실 록펠러 재단은 어디든 투기할 수 있으면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세계 최대의 비과세 지주회사였다. 록펠러 재단은 현재 석유·무기·화학·식량·의료·항공·컴퓨터·언론 등 전 세계 거의 모든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록펠러 재단이 주로 기부하는 분야는 의학·과학이다. 특히 종자 연구 쪽에 많이 지원한다. 지원 학교나 업체에서 개발한 기술은 다시 그들의 돈벌이 수단이 된다. 20세기 중반부터 록펠러 재단 산하의 농업 기업들이 개발한 개량 품종과 화학비료를 통해 식량을 생산했다. 식품을 먹은 사람들이 면역력 저하로 병에 걸리자, 록펠러 재단은 석유에서 추출한 화학물질로 의약품을 개발해 비싼 값에 팔고 있다. 록펠러 재단이 지원하는 분야의 기술은 우리 몸과 삶을 망가뜨리고 지구와 생태계를 파괴한다." (<그들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내용 요약)

▲ 허현회 작가는 록펠러가 십일조를 낸 것이나 미국에 교회를 세운 것이 일종의 사업이었다며 록펠러의 신앙을 미화해 전달하면 왜곡된 신앙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미화된 신앙 전기, 왜곡된 신앙 낳아

록펠러와 그 재단을 새로 조명한 허현회 작가는 록펠러가 십일조를 낸 것이나 미국에 교회를 세운 것이 일종의 사업이었다며 록펠러의 신앙을 미화해 전달하면 왜곡된 신앙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 작가는 "록펠러가 교회에 낸 돈은 나중에 환급을 받을 수 있었다"며 "(록펠러 가문은) 철저히 세금을 회피하려는 집단이었다"고 혹독히 비판했다. 이어 "다음 세대에게 참고 자료가 되는 위인전은 후세대인 독자들이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사실 그대로 써야 한다"며 "작가가 이미 취사선택을 해 버리면 그건 동화나 소설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허 작가는 "록펠러가 교회를 통해 한국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왜곡되어 전달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록펠러의 신앙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그를 있는 그대로 보여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허 작가는 "풍부한 자료를 기초해서 록펠러를 연구해 보다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권력> 뒷부분에는 참고 자료 출처가 꼼꼼이 적혀져 있다.

▲ 대장간 출판사 배용하 대표는 "록펠러에 대한 조작되고 만들어진 이야기들이 왜 우후죽순 진화하는지 모르겠다"며 "일부 교회 지도자들과 영리를 추구하는 출판사들이 손상해서는 안 될 본질적인 것조차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 제공 대장간)
대장간 출판사 배용하 대표도 역사적 인물을 미화시키는 것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배 대표는 "록펠러에 대한 조작되고 만들어진 이야기들이 왜 우후죽순 진화하는지 모르겠다"며 "일부 교회 지도자들과 영리를 추구하는 출판사들이 손상해서는 안 될 본질적인 것조차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십일조와 록펠러를 연결하는 것에 대해서 배 대표는 "돈과 하나님의 사역을 연관하는 것은 아주 불순한 접근이다. 성서가 말하는 복은 돈과 물질을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십일조>는 현재 예전만큼 잘 나가지는 않지만, 스테디셀러를 유지하고 있다. 미래사와 북오션 두 출판사에서 같은 이름으로 올해 개정판을 펴냈다. 미래사에서는 이채윤 작가와 계약이 끝나 저자가 이대웅 작가로 바뀌었고, 이채윤 작가는 북오션에서 같은 이름으로 책을 낸 상태다. 미래사 측은 저자가 바뀌면서 책 내용을 대폭 고쳐 록펠러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썼다고 전했다. <뉴스앤조이>에서 두 출판사를 통해 이채윤·이대웅 작가와 인터뷰를 하고자 했으나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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