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현교회 제2교육관이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건물이라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강남구 금싸라기 땅에 있는 4층 건물이 왜 등기 등록이 안 되어 있는걸까. 취재한 뒷이야기입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서울 도심, 그것도 강남 금싸라기 땅에 있는 건물이 등기가 안 되어 있습니다." 충현교회 바로 옆에 있는 제2교육관이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구미가 당기는 제보였습니다.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지하 4층, 지상 4층짜리 건물이 등기 등록이 안 되어 있다니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났죠. 지난 10월 16일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등기부 등본을 검색해 보니, 충현교회 제2교육관은 제보 받은 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충현교회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 들러 번지수를 확인하고 등기를 다시 검색했지만 교육관은 없었습니다. 역삼1동 동사무소도 들러서 등기부 등본을 찾았습니다. 그래도 건물 등기가 없었습니다.

제보자는 건물이 20년도 더 됐다고 했습니다. 20년 동안 멀쩡히 서 있는 건물을 구청이 몰랐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았죠. 동사무소를 나와서 바로 강남구청으로 향했습니다.

맨 처음 간 곳은 주택과. 불법 건축물을 찾아 강제 이행금을 부과하는 곳이죠. 충현교회가 법을 어기고 건물을 지어 사용했다면, 구청이 벌금을 부과하는 게 정석입니다. 그런데 불법 건축물 명단에는 제2교육관이 없었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직원은 제게 건축과로 가라고 하더군요.

건축과는 건축 허가는 받았지만 아직 준공되지 않은 건물을 관리합니다. 문제가 된 건물도 '미준공'으로 되어 있는 게 아니냐는 거죠. 건축과 미준공 건물 명단에도 충현교회 제2교육관은 없었습니다. 다시 주택과로 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같은 구청 안에서 부서를 왔다 갔다 하고, 같은 부서 안에서도 직원들이 일을 떠넘기며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슬슬 짜증이 났습니다. 주택과 팀장을 찾아가 따졌습니다. 20년 넘게 4층짜리 건물이 사용되는 걸 구청이 몰랐다니 잘못한 거 아닙니까. 팀장도 지루한 검색을 반복하고 나서야 다른 직원을 불러 어떻게 된 건지 구체적 내용을 알아보라고 시키더군요.

주택과 사무실 한편에 앉아 기다리길 몇 분. 충현교회가 보낸 서류 한 장을 들고 직원이 왔습니다. 설명인즉, 1994년 건축 허가를 받아 건물을 지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준공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 직원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한결 밝아진 낯빛으로 "건축 허가를 받은 이후 등기 등록이 안 된 것이니 주택과 소관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다시 건축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건축과는 담당자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세한 내용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소득 없이 건축과에서 나와 조세과로 향했습니다.

땅 위에 존재하나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건물. 불법 건축물에도 세금을 징수하는 조세과는 혹시 알고 있을까 싶었습니다. 조세과 직원은 담담한 얼굴로 자료를 뽑아 보여 주었습니다. 조세과는 충현교회 제2교육관이 1994년 건축 허가를 받았지만, 그 뒤로 쭉 미준공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직접 현장을 방문해 건물도 확인한 상태였습니다. 다만 종교 시설이기 때문에 납세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 따랐지요. 같은 구청에서 조세과는 아는 걸 주택과와 건축과가 모르다니, 다른 부서와 연계가 전혀 안 되는 걸까요.

강남구청은 그렇다 쳐도 교회는 왜 준공 승인을 신청하지 않은 걸까. 교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교회 직원은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지난 2000년 건물이 완공되어서 준공 신청을 했지만 민원이 들어와서 준공 승인 신청이 미뤄졌고, 10년 동안 사용에 큰 문제가 없어 잊고 있다가 2년 전부터 다시 승인 신청을 했는데, 구청에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교회가 의도적으로 건물을 몰래 지어 사용하는 걸까? 1994년이면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충현교회 장로를 지내고 있던 시점인데 무슨 혜택을 받은 건 아닐까? 뭉게뭉게 피어나던 의혹은 그저 교회와 구청이 일을 미루면서 벌어진 촌극으로 밝혀졌습니다. 10년 넘게 승인을 미루던 교회와 구청은 제가 취재한 다음 날 승인 처리에 합의했습니다. 특종은 놓쳤지만 행정은 도왔다는 데 의미를 두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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