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신 40년을 맞아 시민사회·종교단체가 공동행사주간을 진행하고 있다. 10월 18일에는 교회협 정의평화위원회 주최로 '목요 기도회'가 열렸다. 이날 기도회에는 인혁당 재건위를 비롯해 유신시절부터 민주화운동을 이어온 종교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유신 40년을 맞아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가 집중행동주간을 정하고, 지난 10월 17일부터 공동행사에 들어갔다. 2일 차인 10월 18일에는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2층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 정의평화위원회 주최로 '목요 기도회'가 진행됐다. 목요 기도회를 공동 주관한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회·인권목회자동지회·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촛불교회는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고, 유신 잔재를 청산하자는 취지를 내걸었고, 100여 명이 참석해 호응했다.

'목요 기도회'에는 김상근·이해학·김경호 목사를 비롯해 유신 시절부터 지금까지 민주화를 위해 투쟁해 온 목회자들이 참석했고, 인혁당 피해자 가족도 참석했다. 1부 예배 설교자 김상근 목사(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는 "인혁당 재심이 무죄로 판결 났고 민청학련 관계자들 역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유신 잔재 세력은 세상을 호도하려 한다"면서 "아직 끝나지 않았고,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고 했다. 인혁당 조작 사건의 희생자인 고 우홍선 씨 부인인 강순희 여사는 남편을 잃고 '빨갱이 가족'으로 살아왔던 험난한 세월을 증언했다. 강 여사는 "38년 전 목사와 신부들을 찾아가 죄 없는 남편을 위해서 기도해 달라"고 떼를 썼다고 했다. 강 여사는 이들의 도움을 얻어 인혁당 재건위를 세워 구명운동을 하는 등 유신 잔재 청산을 위해 힘써 왔다고 밝혔다.

▲ 인혁당 재건위 강순희 여사(오른쪽 세 번째)는 고 우홍선 씨 부인이다. 억울하게 죽은 남편의 명예를 복권하기 위해 지금까지 싸워오고 있다. 강 여사는 "유신 잔재가 청산되는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3부에서는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사회과학부)가 '유신 잔재 청산을 위한 한국 기독교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약자의 편에 서야 할 교회가 극우반공주의에 매몰돼, 유신 정권에서 피해를 당한 소시민을 돌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60년이 지난 지금 극우반공주의는 사라졌지만, 종북주의로 다시 나타났다면서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 김동춘 교수는 "교회는 가해자·피해자 상관없이 보듬어야 하며, 삶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앞으로 한국교회가 종북주의에 매몰되지 않는 선에서 독일 교회처럼 화해 작업을 시도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독일 교회는 지난 50년 전부터 (국민과) 화해 작업을 시도해 오고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누군가에게 믿음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역사 속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보듬고 삶의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도 주문했다.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김 교수는 당시 판결문들을 보고 긴급조치와 관련된 피해자 중에 학생이나 재야인사보다는 소시민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유신 체제에서 소시민 다수가 피해를 받았지만, 복권 절차 없이 사회에서 잊힌 존재가 됐다고 했다. 심지어 이들은 방공법과 긴급조치로 빨갱이 낙인이 찍혔고, 사회적으로 왕따가 됐다. 김 교수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부마항쟁·인혁당·장준하(에 사과와 애도를) 이야기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 유신 체제하에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적지 않다"고 했다.

언젠가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교양학부)는 유신과 관련해 "청산되어야 할 세력이 반대로 피해자를 청산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긴급조치에 대한 모든 법 자체를 무효로 한 다음, 피해자들을 복권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관련자들이) 국민에게 스스로 죄과를 밝히고, 과거에 대한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