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경재·김태복 원로목사가 한자리에 모여, '노 목사가 젊은 세대에게'란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젊은 세대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두 명의 원로목사가 나섰다. '나는 꼼수다'(나꼼수) 김용민 피디의 아버지 김태복 원로목사(홍익교회),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유경재 원로목사(안동교회). 이 자리에 김용민 피디도 함께했고,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가 사회를 맡았다. '노 목사가 젊은 세대에게'란 주제로 10월 12일 벙커1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100여 명의 청중이 함께했다.

두 원로목사는 한국 사회와 교회 문제를 진단하며 젊은 세대가 힘을 합쳐 난관을 극복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유경재 목사는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를 위로하며 '역사의식과 분별력'을 확보할 것을 당부했다. 획일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시각을 가지도록 노력하라는 것이었다. 김태복 목사는 좌절하지 말고 희망의 새벽을 준비하라고 했다. 아울러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자기만의 기술 연마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얽매임이 없는 자녀 교육

김태복 목사는 김용민 피디와 슈퍼스타K 김용범 피디의 아버지다. 김 목사가 돌아본 자녀들의 삶은 개성으로 넘쳐났다. 김용민 피디는 별종에 가까웠다. 자기 고집대로 하는 미련스러운 점도 있었지만, 야구 중계를 따라할 만큼 말을 잘했다. 이는 현재 김 피디가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조선일보>를 어려서부터 열렬하게 구독한 결과라고 했다. 동생 김용범 피디는 서태지의 팬이었다. 미술과 음악을 좋아한 그는 엠넷 음악 방송 피디가 됐다. 큰딸은 영국 브루더호프(형제들의 집) 공동체에서 지내고 있다. 브루더호프는 초대교회의 공동체 생활 방식에 따라 공동 생산, 공동 분배를 하는 공동체다.

유경재 목사는 1969년 목사 안수를 받고, 서울 안국동 안동교회에서 28년 동안 시무하다 66세에 은퇴했다. 유 목사는 팟캐스트 10분 설교로도 유명하다. 그는 몇 명이 듣느냐보다,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에게는 세 딸이 있다. 아들이 없어 아쉬울 거라고 지인들은 이야기하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고 했다. 유 목사는 수시로 부모를 챙기는 딸들이 있어 노후 생활이 즐겁고 기쁘다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목회자의 자녀는 대개 의젓하고 바른 삶을 살아야했다. 그러나 김 목사는 이런 삶을 자녀에게 강요하거나 원하지 않았다.

▲ 김 목사는 "성적 지상주의와 철학의 부재가 한국사회를 동물적인 사회로 만들어 간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나꼼수'같은 언론들이 나와서 철학을 가르치면서 젊은이들이 개안했다고 평가했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주체적이며 자유분방하게 살도록 키워준 아버지께 감사하다." 김 피디의 말이다.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가 무슨 일이든 호기심을 지니도록 교육했다고 했다. 아버지의 교육 철학을 이어받은 김 피디는 자기 자식들의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김 피디는 자식들이 공부를 못할지언정, 흥미로워하고 기호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유 목사는 전적으로 자식 교육은 '하나님'께 맡겼다. 약간의 기준만 제시한 채 자유롭게 성장하도록 뒀다. 그중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둘째 딸은 대학 진학과 동시에 사회운동에 뛰어들어 아내의 속을 태우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세 딸 가운데 둘째가 부인과 가장 살갑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유 목사는 자녀들에게 무엇을 강요하기보다는, 본인들이 알아서 자기 갈 길을 찾아가도록 지도했다.

"새벽은 준비하는 사람에게 온다"

4·19 혁명 세대인 유 목사는 지금 세대가 "우리 세대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짱돌을 들고 경무대(현 청와대) 앞까지 간 적도 있었지만, 낭만과 꿈이 있었던 시절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세대는 무한 경쟁과 취업 속에 대학 생활의 낭만이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유 목사는 삶을 길게 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젊은 세대가 후회 없는 삶을 살 것과 역사의식에 대한 분별력을 지닐 것"을 주문했다.

▲ 4·19 혁명 세대인 유 목사는 지금 세대가 "우리 세대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유 목사는그럼에도 삶을 길게 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젊은 세대가 "후회 없는 삶을 살 것과 역사의식에 대한 분별력을 지닐 것"을 주문했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김 목사는 성적 지상주의와 철학의 부재가 한국사회를 동물적인 사회로 만들어 간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나꼼수'같은 언론들이 나와서 철학을 가르치면서 젊은이들이 개안했다고 평가했다. 젊은 세대가 나꼼수를 통해 분별력을 키우게 됐고, 그들 속에 새로운 역사·정치의식과 경제 문제의식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젊은 세대에게 "새벽은 준비하는 사람에게 온다"면서 "좌절해서 술이나 먹고 있는 사람은 새벽이 와도 기회가 없다"고 했다. 이어 김 목사는 "희망을 품고 공부든, 기술이든, 예술이든 잘할 수 있는 것을 연마한다면 도약할 것"이라고 응원했다.

이제는 '교인'이 나서야 할 때

토론 중간마다 청중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 청중은 한국교회가 직면한 위기 탈출 방법을 물었다.

유 목사는 올해 처음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했다. 개신교의 위기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상징적인 지표라고 했다. 그는 "목사들이 공부는 안 하고, 잿밥에 관심을 두면서 이런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목회자뿐 아니라 교인 역시 정신 차려야 한다면서 "목사가 공부하도록 교인이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만신창이'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교회 지도자들이 성 문제부터 시작해 금권 선거에 이르기까지 온갖 망신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이를 타파하고 △성장 위주에서 성숙 위주로 △대형 교회에서 중소 교회로 △목회자 중심에서 교인 중심으로 △예언자 주의에서 화해자 주의로 △기복 중심에서 나눔 중심 등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두 노 목사는 이날 벙커1에 처음 방문했다. 김 목사는 그간 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괜한 말이 나올까 부러 피했다. 좌담회를 통해 소원을 성취했다는 김 목사는, '나꼼수'가 없어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대선에서 (야권이) 승리해야 한다"고 했다. 청중들의 환호와 갈채가 쏟아졌다.

김 피디는 대선에서 이겨 '나꼼수'가 없어져도, 벙커1교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김 피디는 "벙커1교회는 나름의 사명을 안고 태어난 교회다. 기존 교회에 실망하고 좌절감을 맛본 사람들을 끌어안을 것"이라면서 함께 기도하며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 이날 좌담회 주제 대상은 젊은 세대였지만, 남녀노소 구분 없이 10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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