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주례를 부탁하러 간 날이었다. 이은정 씨(가명)는 수요 예배를 마치고 당시 삼일교회 담임인 전병욱 목사를 찾아간 날 성추행을 당했다.

▲ 전병욱 목사는 결혼 주례를 부탁하러 온 여성도를 성추행했다. 사진은 전 목사가 성추행으로 문제가 되어 안식년에 들어간 동안 결혼 주례에 나선 모습.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전 목사는 자신의 방에 들어온 이 씨에게 문을 잠그라고 했다. 이 씨는 별생각 없이 문을 잠갔다. 그러자 전 목사는 팔을 벌리며 한번 안아 보자고 요구했다. 평소 '영적 아비'라 여겼기 때문에 전 목사를 안았다. 그런데 전 목사의 손이 이 씨의 엉덩이로 향했다. 전 목사는 이내 엉덩이를 움켜쥐더니 "너 엉덩이가 왜 이렇게 처졌냐. 운동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런 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이 씨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이번에는 "가슴 한 번 만져 보자"며 대답도 듣기 전에 이 씨의 가슴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며 만졌다. 전 목사는 "너 가슴도 처졌네"하며 평소 설교 때 즐겨 이야기하던 자전거 타는 이야기를 꺼냈다. 지방을 태워 단백질로 만들어야 한다며 자전거를 타야 엉덩이가 안 처진다는 식의 이야기였다. 이 씨는 나중에서야 전 목사가 문을 잠그라고 했던 것이 모두 계획적이었다는 걸 알았다. 2006년 5월, 결혼을 석 달 앞두고 이은정 씨가 전 목사에게 당한 성추행 내용이다.

모태신앙인 이 씨는 2000년도부터 삼일교회에 출석했다. 2003년부터 2004년까지는 리더를 지냈고, 2005년에는 간사를 맡아 30~40명의 조원을 이끌었다. 매주 토요일 전 목사가 주관하는 리더·간사 모임에도 꼬박꼬박 나갔다.

그러다 2010년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실이 <뉴스앤조이> 등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 씨는 터질 것이 터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인들은 전 목사의 성추행 사실을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피해자에 대해 '이단에서 왔다', '꽃뱀이다'라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소문이 퍼졌다. 어떤 장로는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전 목사의 범행 사실을 부인했다. 이 씨는 자신이 알고 있는 교인 모두에게 문자를 돌렸다. 그래도 믿지 못하는 교인에겐 "내가 성추행을 당했다"며 2006년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사실, 이은정 씨는 전 목사가 자숙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면 전 목사가 개척한 교회에 나갈 의향도 있었다. 그만큼 애정이 깊었다. 하지만 전 목사의 때 이른 개척과 설교 시간에 일삼는 자기 합리화는 참기 어려웠다. 게다가 그의 대변인을 자처한 남동성 변호사는 전 목사의 가해 사실을 부인하며 피해자가 침소봉대한다고 언구럭을 부렸다. 전 목사는 그 뒤에 숨어 비겁한 행보를 이어갔다.

이은정 씨는 남 변호사가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거짓을 일삼는다고 확신한다. 전 목사가 개척하기 2개월 전, 이 씨는 남 변호사에게 세 번에 걸쳐 메일을 보내 자신이 성추행당한 사실을 알린 바 있다. 남 변호사와 이 씨는 삼일교회 내에서 같은 팀 조원이었고 '오빠, 동생'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그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남 변호사는 팀을 이끌던 A 간사에게 전화해서 "왜 그때 나에게 말하지 않았냐"며 "더 큰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만 했다.

이 씨는 인터뷰 내내 남 변호사의 거짓과 전 목사의 파렴치함에 분노했다. 그는 법정에 나서고 싶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할 수만 있다면, 거짓말 탐지기를 놓고 검증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가 이렇게 적극적일 수 있는 이유는, 차마 성추행 사실을 꺼내지 못한 채 고통받는 다른 피해자의 아픔과 상처를 알기 때문이다. 비교적 가볍게 성추행당한 자신이 나서서 전 목사의 가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씨는 전 목사의 무리한 개척과 설교 시간에서의 자기 합리화가 계속되는 한, 이 사건은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2일 이은정 씨를 그의 집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에게는 성추행당한 피해자의 상처보다는 불의한 사실을 알리려는 고발자의 분노가 더 크게 느껴졌다. 전병욱 목사의 면직을 요구하는 이 씨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 전병욱 목사에게 어떤 성추행을 당했나.

2006년 5월, 결혼 주례를 부탁하기 위해 수요예배 끝나고 8시 반쯤에 전병욱 목사를 찾아갔다. 목회자실이었는데 누가 들어올지 모르니 문을 잠그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계획적이었던 것인데 그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못하고 문을 잠갔다. 전 목사는 팔을 벌리면서 자신을 안아보라고 했다. 평소 친분이 있는 관계였기 때문에 안아 드렸다. 그런데 갑자기 엉덩이를 움켜잡더니 "너 왜 이렇게 엉덩이가 처졌니. 운동을 안 해서 그런다"고 하며 "자전거를 타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니까 할 말이 없었다.

앉아보라고 하더니 이번엔 "가슴 한 번 만져 봐도 되느냐"고 말했다. 당황해서 "네?"하고 있는데 위에서 아래로 가슴을 쓸어내리듯이 만졌다. 그러더니 "너 가슴도 처졌다. 자전거를 타야 '힙'(hip)이랑 가슴이 '업'(up)된다"고 했다. 황당했다. 그때 한창 전 목사가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지방을 태워 단백질로'라고 설교하고 다닐 때였지만,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었다.

- 결혼 주례는 부탁했나.

혼란스러웠지만 결혼한다고 얘기를 꺼냈다. 8월에 결혼 날짜를 잡았는데 그 당시 전 목사는 대만 선교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선교 날짜가 안 정해져서 언제 귀국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전 목사는 날짜가 겹치더라도 귀국 날짜를 하루 앞당겨서 결혼 주례를 하겠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성추행을 덮기 위해서 배려한 것 같다. 그러고는 결혼하고 찾아오라고 했다. 자기가 야한 체위를 알려주겠다고. 무슨 말인가 싶어 "네?"라고 반문했는데, 다른 언니들도 많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 성추행은 권력 관계에서 벌어지는 성적 폭력이다. 일반 교인이 담임목사의 성추행에 저항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그 자리에서 저항하거나 항의하지는 않았나.

그때 당시에는 얼어 있었다. 둘만 있는 자리였고 문도 잠겨 있는 상황에서 전 목사 덩치도 있으니까 감히 저항할 수 없었다. 하루 일찍 귀국해서 주례해 주겠다는 사람에게 성추행이라고 따지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큰 교회 목사에게 "왜 나를 성추행했냐"고 말하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거 같았다. 내가 과민 반응하는 거로 생각했다. 전 목사의 권위에 눌렸던 거 같다. 성추행했다고 난리 치면 교회에 분란을 일으켜, 목사를 훼방하는 나쁜 사람이 되는 거 같았다.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자로서 누가 내 몸을 만졌다는 걸 말하고 다니는 것도 수치스러웠다.

- 성추행을 당하고 나서 어떤 심경이었나.

어이가 없어서 어떻게 얘기를 할 수 없었다. 혼란스러웠다. 결혼도 안 한 자매에게 어떻게 그렇게 행동할 수 있나. 딸 같이 생각해서 그런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20대 처녀에게 그러는 건 아니지 않은가. 기분이 너무 더럽고 불쾌했다.

- 주변에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나.

친한 언니 4명에게 이야기했다. 모두 충격을 받았다. 그 중 전 목사를 좋아하고 따르던 A 언니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예수님도 없고 하나님도 없는 거 같다"고 펑펑 울었다. 지금 남편이 된 당시 남자친구는 절대 혼자 목사님 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 2010년에 전 목사의 성추행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믿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못 믿겠다는 분위기였다. 진짜 그랬냐고 묻길래 너무 화가 났다. "진짜다. 나도 성추행을 당했다"고 50명도 넘는 사람에게 이야기했다. 블로그 '평화의 노래'에 올라온 '전 목사에게 드리는 권고문'도 100명이 넘는 사람에게 보냈다. 지금 내가 속한 팀에도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다. 물론 듣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창피하기도 했지만 내가 성추행당한 사실을 거의 전도하듯이 이야기했다. 그때야 비로소 사람들이 믿기 시작했다.

- 그래도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홍대새교회를 너무 비난하지 말자는 취지의 글을 봤다. 어느 여자 분이었다. 쪽지를 보내고 메일도 보냈는데 답변이 없었다. 생각보다 성추행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전 목사를 직접 겪어본 적 없는 외부 사람들은 전 목사의 책이나 설교를 통해 은혜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성추행 사실을 믿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성추행당한 사실을 교회에 알리자 교역자 반응은 어땠나.

한 목사님은 "네가 상처가 컸겠구나. 같은 목사로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다들 성추행 사실을 이야기하면 "상처가 컸겠구나"라고 위로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말에 분노가 생긴다. "내가 왜 그런 인간에게 상처를 받느냐. 난 상처 따윈 없다. 다만 분노할 뿐이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위로하지 말라고 했다. 위로를 받는 나 자신이 초라하고 비참했다. 물론 돌이켜보면 그런 분노도 상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내 분노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의 마음을 공감하기 때문에 생긴 거다.

- 전병욱 목사는 지난 6월 홍대새교회를 개척했다.

전 목사가 개척하고 나서 너무 힘들었다. 주변 사람들은 너만 손해니까 아예 관심을 두지 말라고 했다. 하나님이 심판하실 거라고 했다. 남편도 그만하길 바랐다. 하지만 전 목사는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측근인 남동성 변호사를 통해서 마치 성추행한 일이 없던 것처럼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 당연히 회개한 것도 아니다. 너무 교만하고 뻔뻔하고 역겹다. 최소한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당회와 약속했던 2년 개척 금지, 수도권 개척 금지도 지키지 않았다.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설교도 들어봤다. 다윗 얘기를 하면서 마치 자신이 도망 다니는 신세인 양 말하는데 자기 합리화로밖에 안 들린다. 이렇게 논란이 많은데 전 목사 본인이 나서서 해명해야 할 것 아닌가. 이런 그를 보더라도 역시나 회개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 홍대새교회 교인들이 예배 중에 손을 들고 찬양하고 있다. 교회는 매 주일 5부에 걸쳐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700명 가량의 교인이 출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대새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 홍대새교회 교인들은 여전히 전 목사의 설교로 은혜를 받는다.

네이버 카페 '전병욱 목사 진실을 공개합니다'에서 '회개하지 않은 사역자도 여전히 은혜로울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봤다. 사역자가 회개하지 않아도 그의 은사에 따라 쓰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가령 요나는 니느웨에 회개의 메시지를 전하라는 하나님의 뜻을 거부했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가 니느웨에 복음을 전했을 때, 12만 명의 니느웨 사람들이 회개했다. 하나님은 사역자의 은사를 사용하되, 긍휼한 마음으로 그가 회개하기를 기다리신다. 하지만 회개하지 않은 채 은사를 남용하면 하나님께서 그의 범죄를 만천하에 드러내실 거다.

- 그런 목회자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최근에 교회를 옮기기 위해 이곳저곳을 알아보고 있다. 설교가 좋은 교회도 많지만 과연 삶 속에서 말씀대로 사는지에 대한 의심이 있다. 삼일교회 교인들은 새로 오신 송태근 목사님의 설교가 너무 좋다며 가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전 목사 설교도 유창했다. 쉽게 판단할 수 없지만, 설교가 좋다고 전부는 아니다. 목사는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삶에서 향기가 나야 한다.

- 그런데도 홍대새교회로 많은 교인이 몰리고 있다.

그들은 추종자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영적 분별력을 잃은 것 같다. 하나님의 입장에 서면 피해자의 아픔을 생각할 텐데 그 점을 회피하고 있다. 전 목사에 대한 정과 그를 통해 받은 은혜 때문인지 하나님의 편에 서기보다는 전 목사를 감싸기에 급급한 것 같다. 아무리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더라도 그 사람이 죄를 지었다면 정당한 벌을 받게 해야 한다. 전 목사가 우상시 된 게 맞다.

- 홍대새교회 대변인 격인 남동성 변호사는 전 목사의 가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남 변호사와 나는 2006년 같은 팀 조원이었다. 그가 2012년 4월 '전병욱 목사를 위한 중보기도 모임(전중모)' 블로그를 개설했을 때, 하도 기가 막혀서 그에게 세 차례 메일을 보냈다. 왜 전중모를 하냐. 지금은 때가 아니다. 삼일교회 청빙도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공개적으로 전 목사를 위한 모임을 만드는 것 말도 안 된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내가 당한 성추행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답변이 없었다.

그러고 나서 남 변호사가 같은 팀 간사였던 아무개 언니에게 전화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언니는 사실이라고 답했고, 남 변호사는 왜 그때 본인에게 얘기를 안 했느냐고 했다. 그 언니는 말한다고 달라질 게 있냐고 했더니, 남 변호사는 그래도 더 큰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남 변호사는 모든 사실을 알면서 피해자가 마치 침소봉대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비겁하다. 거짓말 탐지기라도 가져와서 검사했으면 좋겠다.

- 앞으로 어떻게 해결됐으면 좋겠나.

삼일교회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란다. 사건이 불거졌을 때도 근본적 해결보다는 문제를 덮는 데 급급했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정면 돌파하고 전 목사를 징계해서 교회가 새로워져야 하는데, 부담스러운지 너무 소극적이다. 장로 딸이 피해자라면 이렇게 했겠나. 피해자의 처지를 생각하는 사람도, 옳은 소리를 내는 사람도 없다. 위로의 말만 있고 불의를 바로 잡으려는 행동은 없다. 모두 죄다.

전 목사를 징계하는 일은 단지 한 개인의 복수를 완성하는 일이 아니다. 한국교회가 이 문제로 정화되어야 한다. 정당한 징계 절차를 받아 다른 성범죄를 예방해야 한다. 이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전병욱 사건이 일어날 여지를 남겨 두는 거다. 정당한 징계는 전 목사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전 목사는 당연히 면직당해야 한다. 그래야 이 일이 종료된다. 사실, 이 문제가 끝이 날지 아니면 이대로 지속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님의 심판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죽은 다음에도 심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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