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벨탑에 갇힌 복음> / 행크 해네그래프 지음 / 김성웅 옮김 / 새물결플러스 펴냄 / 672쪽 / 3만 원

현대 기독교신학의 특징(특히 '문제점')을 바르트나 판넨베르크나 몰트만에서 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서평자는 은사주의를 강조하는 오순절신학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원의 시기뿐만 아니라, 현대 기독교에 끼친 영향력을 생각할 때, 서평자의 입장이 과장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미국에서 비롯된 오순절신학은 그 스펙트럼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다양하다. 백인이나 흑인 오순절 운동(혹은 교단)도 있지만, 정통 오순절도 있고 이단 오순절 운동도 있고 보수적 오순절 운동도 있고 급진적 오순절 운동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책에서 언급되는 오순절 운동을 공통의 오순절 운동에서 기인한 하나('a')의 오순절운동('은사주의')으로 여겨야 한다. 또한 오늘의 논란은 소위 '신사도운동'의 시작점과 많은 점에서 공유한다는 또 다른 문젯거리를 안고 있다. 이 문제는 가능하면 나중에 별도로 다루어 보려고 한다.

본서는 저자가 20여 년 전에 썼던 <위기의 기독교>의 전면 개정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책이 흥미진지하게 전개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궁금하게 생각해 왔던 점들이 논리정연하게 추적되고 정리되고 설명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추적하고 있는 믿음 운동 혹은 긍정 복음 혹은 번영 복음의 다섯 개의 기둥들을 면밀히 조사하고 그것들의 성경적 근거를 살펴보고-서평자는 독자들에게 이 부분을 주도면밀하게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 결론적으로 그것들이 전혀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역사적 기독교에 해악을 끼친다는 것이다.

(1) 믿음에 대한 믿음 : 믿음은 만사를 이루는 수단이며 사고방식이나 말을 통하여 그 믿음을 실현하게 된다.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개인의 '소원'과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혼용하며 하나님은 그것을 이루는 거대한 기계에 불과하다. 긍정적인 믿음은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부정적인 믿음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이 얼마나 성경적인가? 이는 '믿음대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2) 작은 신들 : 신자들은 하나님처럼 될 것이다. 인간이 하나님과 공유하는 속성 중에는 하나님과 같은 능력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하나님은 하실 수 없는 일들이 있어서 우리에게 시키시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점에서 '거듭난' 신자들은 제2의 성육신으로 그리스도의 부족한 점을 채운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은 세상에서 선과 악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쟁을 벌인다는 이원론을 고집한다. 인간은 마귀처럼 되었다. 사탄은 하나님으로부터 이 세상의 통치권을 넘겨받았다. 이 세상의 모든 질병들은 사탄에 속한 것이라서 축사의 대상이어야 한다.

(3) 말도 안 되는 속죄론 :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의를 떠나 사탄의 본성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그리스도는 지옥에서 사탄과 전쟁-지옥에서의 중생-을 수행해야 했다.

(4) 부와 가난 : '더 큰 집, 더 큰 차, 더 부유해짐'이라는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이 곧 구원이며 하늘로부터의 복은 아니라는 점을 잊는다. 그리스도가 이 원칙을 먼저 이룬 자로서 그것을 신자들에게 약속하셨다. 물질적 부가 영적인 부의 척도이며 헌금-일종의 투자의 수단-을 통하여 그러한 믿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므로 가난은 죄이며 하나님의 저주라고 믿는다.

(5) 질병과 고난 : 욥의 부정적 언사는 그의 질병의 '원인'이었다. 욥이 긍정적인 태도를 가졌다면, 병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질병은 죄와 불신앙의 산물이며 사탄의 책략이다. 심지어 이들은 가계에 흘러내리는 저주('질병')를 주장하기까지 한다.

두 번째 생각은 저자가 미국의 현실을 다루고 있지만-물론 한 명의 한국인 기독교 지도자를 언급하고 있기는 하다-, 그 상황과 여파가 철저하게 한국적이라는 것에 당혹감을 갖게 된다. 물론 한국 나름의 기도원 운동이나 시한부 종말론 등의 요인들이 있긴 했지만, 서평자가 볼 때, 대부분의 번영신학 요소들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직수입이 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들의 책들이나 미디어나, 직접 가서 배운 그들의 제자들이나. 심지어 그들의 정기적인 방문을 통해서 말이다. 그래서 미국과 한국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잘못된 복음이 단지 성경적 은사 운동의 일환이거나 교회 성장이나 부흥의 '훌륭한' 수단인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며 착각이라고 저자는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비록 성경 구절을 사용하여 그럴듯한 주장을 하더라도 번영신학은 기독교와는 무관한 것이다.

서평자가 볼 때, 이 책을 읽게 되면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번영신학의 문제점들을 대부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이 책은 한국교회와 신학의 '어두운' 실체를 파악하는 데 확실한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개혁과 회복을 갈망하는 모든 사람들의 필독 교과서로도 손색이 없는 것 같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전쟁에서 위태롭지 않을 것(知彼知己 百戰不殆)이라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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